Skip to main content
  • Home
  • 딥파이낸셜
  • [딥파이낸셜] 늦게 올리고 급격히 인상한 금리, 다시 통할 수 있을까
[딥파이낸셜] 늦게 올리고 급격히 인상한 금리, 다시 통할 수 있을까
Picture

Member for

1 month 3 week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팬데믹 후 물가상승률은 안정됐지만 가격 수준은 크게 높아진 상태
뒤늦게 시작해 빠르게 올린 금리는 다시 통하기 어렵다는 평가
금리 외 재정과 공급망 대응 체계가 요구되는 시점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목표치 부근으로 돌아왔지만, 가격 수준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2019년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유로 지역 소비자조화물가지수(HICP)는 106에서 129로 22%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56에서 322로 26% 상승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율은 연 2% 안팎으로 안정됐지만, 이는 ‘현재 오르는 속도’를 의미할 뿐 이미 높아진 가격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가격 수준은 새로운 기준선에서 고착됐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늦췄다가 단기간에 빠르게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 덕분에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었지만, 같은 전략을 다시 쓰기는 어렵다. 가격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동일한 충격이라도 더 큰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가격 책정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진=ChatGPT

속도만 본 물가 안정 평가

최근 2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수준에 근접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2025년 6월 유로 지역 물가상승률은 2.0%, 미국은 12개월 기준 2.7%였다. 그러나 정책 논의는 여전히 상승률에 집중할 뿐, 가격 수준 자체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가계와 기업이 실제로 거래하는 기준은 임대료, 임금, 상품 가격 등 가격 수준이다. 동일한 2% 변동이라도 지금처럼 가격 기반이 커진 상황에서는 더 큰 금액 부담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졌다며 성과를 자평해도, 경제는 여전히 충격에 민감한 높은 가격대 위에 서 있다.

미국 금리 인상기 전후 물가 수준 변화
주: 연도(X축), 물가지수(Y축)

뒤늦게 올린 금리, 한계가 보인다

팬데믹 직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았다. 금리를 바로 올리지 않은 덕분에 경제 회복 초기 소비와 투자 활동이 꺾이지 않았고, 실업률도 빠르게 낮아졌다. 이후 공급망 병목이 풀리면서 상품 가격이 자연스럽게 안정되자 중앙은행은 그제야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다. 금리를 올리는 시점이 늦었지만, 이미 상품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상태였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 다시 반복되기는 어렵다. 공급망은 언제든 다시 막힐 수 있고, 서비스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여기에 운임·에너지·관세 같은 새로운 충격이 더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은 다시 커진다. 금리 인상을 늦췄다가 한꺼번에 높이는 방식은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위험이 크다.

금리 인상기 ‘희생비율(Sacrifice Ratio)’과 경기·물가 조정 효과
주: 패널 A (왼쪽 위): 선진국 평균 희생비율/패널 B (오른쪽 위): 미국 희생비율/패널 C (왼쪽 아래): 미국의 누적 산출갭(ANOG)/패널 D (오른쪽 아래): 미국의 물가 하락 폭

높은 가격 수준이 만드는 충격

가격 수준이 높아지면 작은 변동도 체감 폭이 커진다. 가격이 특정 기준을 넘으면 소비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9,900원이던 물건 값이 10,900원이 되면 만 원이라는 기준을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가격 인상이 크게 느껴진다. 실제 소비 데이터 분석에서도 이런 가격대 전환 시점에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비스 가격은 상품보다 잘 내려가지 않고, 생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비싼 상태로 남아 있다. 홍해 사태와 항만 혼잡으로 2024년 초 컨테이너 운임은 2023년 말보다 몇 배 뛰었다가 일부 안정됐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수준이 높아질수록 충격은 더 크게 전해지고, 소비자 반응도 훨씬 예민해진다.

숫자만 커진 리디노미네이션

잇따른 공급 충격은 가격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사실상 ‘비공식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국가가 화폐 단위를 조정해 숫자를 바꾸는 정책으로, 예를 들어 1만 원을 100원으로 바꿔 새 화폐를 발행하는 조치다. 선진국에서는 행정 혼란과 비용 때문에 이런 조치를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격 수준이 급격히 뛰면 공식적인 조치 없이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운임·에너지·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건값과 서비스 요금은 더 높은 금액에서 다시 책정되고, 소비자는 이를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해운 운임이 두 배로 오르면 1년 후 전체 물가가 약 0.7%포인트 더해진다. 이런 충격이 반복되면 경제 전반의 가격 수준이 계속 올라가고, 충격을 흡수할 여력은 줄어든다.

금리만으로는 부족

다음 물가 파동에 대비하려면 정책 도구를 넓혀야 한다. 인플레이션율뿐 아니라 가격 수준이 충격 전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도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급 충격에 자동 대응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에너지 부가세를 감면하거나 해운 운임 지수에 연동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위기 시 급등한 기업 마진에 한해 초과 이익을 환수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공급망도 더 단단히 해야 한다. 공공 조달에서 조달처를 다양화하고, 물류 비상계획을 마련하며, 특정 원가 항목 대신 종합 비용 지수에 연동된 계약을 활용해 가격 변동에 덜 흔들리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 역량 강화도 필수다. 서비스 가격과 임금 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재정·규제 조치가 실행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통화정책만 뒤늦게 작동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반론과 그 허점

소득이 오르면 가격 수준이 높아져도 문제없다는 반론이 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부분적이고 고르지 않으며, 서비스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아 실질 구매력은 여전히 손상된다. 또 과거에도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춘 뒤 물가를 안정시킨 경험이 있으므로 같은 방식이 다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가격 수준은 이미 크게 올라 있었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높아진 기반을 되돌릴 수 없다.

정책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해운비나 공급 충격은 긴 시간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 금리 인상만 늦게 대응하면, 통화정책 효과가 나오기 전에 가계와 공공 서비스 부문이 더 높은 가격 부담을 떠안게 된다. 또한 예전의 물가 수준 목표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새롭게 제안되는 목표 범위는 과거의 경직된 방식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율 중심의 체계를 유지하되, 높아진 가격 수준을 반영해 대응 폭을 넓히는 안전장치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이번 경험은 대규모 실업 없이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가격은 이미 높아진 상태로 굳어졌다. 이 상황에서 작은 인플레이션율도 더 큰 금액 부담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는 가격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기업의 가격 책정도 복잡해졌다.

다음 인플레이션은 다시 공급발 충격일 가능성이 크다. 늦은 금리 인상 후 급격한 긴축이라는 과거 방식에 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가격 수준을 버틸 수 있는 복원력이다. 정책은 가격 수준을 반영한 목표 범위를 설계하고, 운임과 에너지 같은 비용 충격을 흡수할 재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격이 특정 구간을 넘을 때 소비자 반응이 급격해지는 점을 고려한 조달 규칙과 계약 기준도 필요하다. 이런 준비가 돼 있다면 다음 충격이 와도 급격한 금리 인상만으로 버티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Sprint That Won’t Save Us Twice: The Vital Need for New Rules in Managing the Next Inflation Shock in a High-Price-Level Econom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3 week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