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글로벌시장
  • “인플레는 꺾이고, 관세는 힘받고” 보호무역 살리는 유가의 역설
“인플레는 꺾이고, 관세는 힘받고” 보호무역 살리는 유가의 역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점유율 되찾기 위한 공격적 증산
국제 유가 하락, 가격 저항선 붕괴
유동 압력 이완, 인플레 완화 흐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2년간 이어온 자발적 감산을 멈추고 공급 확대에 나선다. 러시아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증산 조치다. 이에 시장에서는 그간 우려되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운송 비용과 원자재 가격에 연동된 물가 상승도 진정될 수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인상된 가격에 직면한 소비자들과 각국 정부에 숨통을 틔워주는 모습이다.

산유국들, 가격 안정보다 점유율 회복에 방점

3일(현지시간) OPEC과 OPEC+는 오는 9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2022년 8개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시행했던 하루 220만 배럴 감산 조치를 완전히 되돌리는 수순이다. 당시 회원국들은 전기차 확산과 중국의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로 감산에 합의했으나 유가 하락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등 비OPEC 국가들의 증산으로 시장 점유율마저 감소했다.

또한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약진에 대응해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OPEC은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 결정에 따라 유가는 단기간에 25% 급등했다. 시장이 이를 단기 공급 부족의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OPEC+은 최근 들어 공급 확대 기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올해 4월 하루 13만8,000배럴의 소규모 증산을 시작으로 5, 6, 7월에는 각각 41만1,000배럴, 8월에는 54만8,000배럴로 예정보다 큰 폭의 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유가는 다시 급락했다. 이러한 롤러코스터식 움직임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고, 원유가 거래 상품을 넘어 정치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실제로 경기 둔화 속에서 늘어난 산유량은 제조업체, 운송업체, 소비자 모두에 에너지·물류 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장거리 운송에 따른 물류비는 물론, 화석연료 기반 생산품의 가격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관세로 인해 우려되던 비용 인상을 유가 하락이 이를 일부 상쇄해 주고 있는 셈이다.

유가 하락이 관세 충격 상쇄

그간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대중국 수입품 등 주요 무역 대상국에서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 경고해 왔다. 특히 중국산 제품 의존도가 높은 소비재의 경우 비용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직접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시점 유가는 경제 시나리오를 다시 쓰는 양상이다.

실제 국제유가가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헤드라인 물가지수(총지수)에 대한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완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운송비가 줄고, 공급업체 납품가도 하락함에 따라 최종 소비재 전반에 걸쳐 물가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모델에 따르면 유가 하락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요인을 상쇄하거나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결과 향후 몇 분기 동안 헤드라인 물가 인플레이션은 억제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대신 동결을 검토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유가 하락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OPEC+가 다시 감산으로 방향을 틀거나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이 같은 완화 국면은 단기간 내 소멸할 수 있다.

정책 효과는 미지수, 정치 명분은 확실

한편 산유국들의 증산 결정은 정치적 담론에도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관세 옹호론자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근거로 관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세가 시장 예상만큼의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았으며, 유가 하락이 오히려 경제 충격에서 미국을 구해냈다는 논리다.

정치 전략과 원자재 시장 간의 상호작용은 이 지점에서 뚜렷해진다. 유가가 하락하면 관세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고, 반대로 유가가 반등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정치적 긴장이 재점화될 수 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유가 흐름이 보호무역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겨울철 난방비와 유류비 하락이 체감 물가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업 재무담당자들 또한 관세 인상으로 줄어든 수익성의 일부를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소비자물가지수(CPI)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유가의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통화정책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으며, 범분야에 걸쳐 퍼졌던 물가 압력이 점차 해소되는 양상은 여전히 원자재 사이클이 거시경제의 핵심 변수임을 일깨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일시적인 지표 호조가 구조적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이나 투자 확대 없이 얻어진 물가 하락은 결국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역설적으로 산유국의 전략적 선택이 소비자를 관세 충격에서 구해줄 수는 있지만, 이것이 장기적 경제 회복력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 대응의 성패는 결국 타이밍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근본 체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일시적 안도는 언제든 구조적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으며, 단기 흐름에 안주할 경우 장기 부작용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