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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일요일 영업 제한의 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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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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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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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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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영업 제한, 소비자 이동 거리와 사회적 비용 증가
한국 의무휴업제, 온라인 소비 이동으로 전통시장 보호 취지 약화
노동권 직접 보호와 디지털 경쟁 대응 중심의 정책 전환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는 ‘블루 로(blue law, 일요일 영업 규제법)’의 실제 비용은 규제 해제 이후 뚜렷하게 확인됐다. 미국 노스다코타주는 2019년 일요일 오전 소매 금지를 폐지했는데, GPS 분석 결과 규제가 시행되던 기간 소비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인근 대형 매장을 이용하지 못해 평균 2.3km를 더 이동해야 했다. 연구진은 이 거리만큼 매장이 멀어진 것과 같은 후생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7km로 추산했다.

겉으로는 미미해 보이는 수치지만, 수백만 건의 주간 이동에 누적되면 시간과 연료, 배출가스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휘발유 차량이 2.3km를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 약 560g이 배출된다. 공동의 휴식일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달리 제도가 가정과 환경에는 눈에 보이는 비용으로 작용한 셈이다. 개별 가구의 불편은 작더라도 사회 전체로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사진=ChatGPT

소비 이동이 만든 비용과 경제적 함의

GPS 자료는 일요일 오전 영업 제한이 소비 규모를 줄이지 않고 경로를 바꿨음을 보여준다. 규제가 유지되던 시기에는 쇼핑 시간이 늦춰지거나 국경을 넘어 이동하거나 대체 업태를 이용했으며, 규제가 해제되자 일요일 오전 방문이 급증했다. 이는 억눌린 수요와 대체 이동의 결과였다.

일요일 오전 소매 금지 정책 폐지 전후 변화
주: (a) 정책 변화 전 월마트 방문, (b) 정책 변화 후 월마트 방문, (c) 정책 변화 전 식료품점 방문, (d) 정책 변화 후 식료품점 방문/노스다코다주(분홍색), 인근 주(회색)/규제 완화 이후 노스다코타의 일요일 오전 쇼핑은 급증했지만, 인접 주는 변함이 없어, 억눌린 수요와 경로 변경을 입증한다.

이 같은 규제는 탐색·이동 비용을 늘리고 경쟁을 제약하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작용한다. 호텔링의 선형도시 모형이 설명하듯 접근성이 제한되면 소비자는 더 멀리 이동해야 하고 기업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전략을 바꾼다. 결국 제도는 공동의 휴식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누적되는 비용 사이의 균형 문제로 귀결된다. 이러한 비용을 시간이나 거리 단위로 환산하지 않으면 정책적 의미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

일요일 오전 소매 금지 정책 폐지 전후 방문 변화
주: (a) 일요일 아침 월마트 방문 추정치, (b) 시간 대체 효과-일요일 오후 월마트 방문, (c) 매장 유형 대체 효과-식료품점 방문, (d) 국경 대체 효과-국경 인근 및 인접 주 월마트/규제 해제 후 일요일 오전 방문은 급증했으며 오후·식료품점·국경 지역의 패턴은 전체 수요 감소가 아니라 대체 이동임을 보여준다.

한국, 의무 휴업제와 디지털 소비의 충돌

한국은 2012년부터 대형마트와 창고형 매장에 매월 이틀 의무휴업을 적용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휴업일을 지정했고, 다수 지역은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 휴식을 이유로 일요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는 본래 취지와 달리 작동했다. 일부 지자체는 유통사와 협의해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고, 소비는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2025년 중앙일보 분석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일괄 휴무’는 오프라인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는 효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초저가 해외 플랫폼의 성장세까지 겹치자, 정부는 2024년 대응 방향을 조정했다. 소비가 집중되는 온라인 시장을 겨냥해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상품 안전, 결제 신뢰성 등 규제를 강화하며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일괄 금지 대신 맞춤형 보호

소규모 점포를 보호하고 가족의 휴식을 지키려면 단순한 영업금지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권은 직접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요일 근무자에게는 할증 수당을 지급하고, 주말 교대제를 보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시장구조 측면에서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지원, 물류 공동화, 지역 상품권, 임대료 감면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이 대형 점포의 일요일 영업을 6시간으로 제한한 사례는 제한적 자유화와 근로자 보호가 병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거리 환산 후생 지표’를 활용하면 추상적 불편을 구체적 수치로 전환할 수 있다. 예컨대 한 도시에서 20만 건의 장보기 이동이 영향을 받아 매번 2.3km가 늘어난다면, 총 46만km에 해당한다. 이는 약 11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과 맞먹는다. 교통 혼잡과 시간 낭비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크다. 이런 지표는 대안 정책을 실험하고 비교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경계와 규제의 공백

일요일 영업 제한은 지역 단위로 시행되지만, 소비는 디지털 경계를 손쉽게 넘어간다. 휴무로 인해 소비자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세수, 안전 규제, 데이터 관리도 함께 해외로 빠져나간다. 한국 정부가 플랫폼 안전 협약을 체결하고 데이터 관행을 조사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단순히 영업 제한을 고지하는 것보다 온라인 감시 강화와 소상공인의 디지털 역량 제고가 실질적인 대응책이 된다.

디지털 경쟁 환경에 맞는 정책

오프라인 시장은 입지와 접근성이 경쟁의 기준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검색 알고리즘과 배송망이 물리적 거리를 대신해 요금, 노출 순위, 배송 시간으로 격차를 만든다. 대형 점포 유입에 의존하던 소상공인은 이제 온라인에서 발견될 기회를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가 ‘디지털 상가’ 플랫폼을 구축해 공동 물류와 검색 기능을 지원한다면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 상품권을 이 네트워크와 연계하면 소상공인 지원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일요일 정책의 새로운 방향

일요일 영업 제한은 본래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의 해법은 휴일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노동자는 근로조건을 통해 직접 보호하고, 소상공인은 디지털 경쟁에서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 비용은 이동 거리 등 구체적 지표로 평가해야 하며, 온라인 시장도 오프라인만큼 엄격히 감독해야 한다. 휴식일이라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불필요한 이동을 강요하지 않는 제도, 그것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일요일 정책’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Real Cost of a Quiet Sunda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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