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토큰 가치, 현금흐름보다 네트워크 활용과 참여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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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결제 확대, 블록체인으로 이동하는 수요 메트칼프 법칙·NVT 지표, 사용량으로 본 토큰 가치 ETF 자금 유입, 자금 흐름과 규제 위험 부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큰 가치를 단순히 현금흐름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실제 결제 수요는 기존 금융망에서 개방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2024년 공공 블록체인에서 명목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처리한 금액은 5조7,000억 달러(약 7,700조원)에 달했다. 전체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보면 작은 비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위적 거래를 제외한 수치는 결제 흐름이 전통 금융망에서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치는 복잡한 수익 구조에서가 아니라 실제 사용에서 비롯된다. 사용자가 없으면 자산의 의미는 사라지지만, 참여가 늘면 네트워크 효과가 쌓이며 실질적 가치로 이어진다. 이 네트워크는 자동화된 결제, 투명한 기록, 빠른 확정성을 제공해 기존 금융 인프라와 명확히 구분된다.

현금흐름 모델의 한계
금융 이론은 대체로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계산에서 출발한다. 이 방식은 배당주나 상환 채권에는 적합하지만, 거래 권리와 기대 형성이 본질인 자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일부 프로토콜은 수수료 부과, 토큰 소각, 바이백을 통해 일정한 수익 구조를 마련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장치가 없어도 거래와 보관 수단으로서 꾸준한 수요를 보인다. 결국 수익 모델이 있든 없든 실제 이용 여부가 가치 형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 연도(X축), 네트워크 가치 지수(Y축)/비트코인 (노란색 선), 메트칼프(초록색)
네트워크 중심 평가 방식
이 같은 맥락에서 네트워크형 자산의 가치를 설명하는 도구로 메트칼프 법칙(Metcalfe’s Law)이 주목된다. 이 법칙은 네트워크 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본다. 비트코인에 이를 적용한 연구는 일정 기간 합리적 설명력을 보였다. 또 다른 지표인 네트워크 가치 대비 거래 비율(Network Value to Transactions, NVT)은 시가총액을 실제 온체인 거래액과 비교해 기업의 주가매출비율(P/S)과 유사한 평가 관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표를 활용할 때는 단순 지갑 수가 아닌 수수료를 내는 활성 주소를 기준으로 삼고, 순환 거래나 스팸 거래를 제거한 조정 거래량을 사용하는 등 방법론적 정밀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시장 변화도 네트워크 중심 접근을 강화한다. 2024년 1월 미국에서 승인된 현물 비트코인 ETF는 새로운 현금흐름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수요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였다. ETF 출시 첫해 수십억 달러가 유입됐으며, 온체인 결제뿐 아니라 금융상품을 통한 노출까지 사용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토큰 평가는 단순 거래 활동을 넘어 제도권 시장 참여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주: 연도(X축), 네트워크 가치 지수(Y축)/비트코인 (노란색 선), 메트칼프(초록색)
네트워크 가치 중심의 분석 설계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거래 규모를 두고도 시장의 평가는 갈린다. “2024~2025년 수십조 달러에 달했다”는 주장과 “불필요한 거래를 제거하면 한 자릿수 조 달러에 그친다”는 추정치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차이는 포함된 체인과 자산, 자기 교환이나 자동 반복 거래의 처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거래량과 결제량을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 수치를 단정하기보다는 보수적 추정치와 최대치를 함께 제시하고, 그 간극을 설명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지표와 해석의 중요성
네트워크 지표는 끊임없이 변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용량은 2020년 이후 증가하다가 2023년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온체인 거래는 가격 흐름에 비해 한산한 시기가 잦으며, 스테이블코인은 속도와 규모를 갖췄지만, 중앙은행의 경계 대상이다. 네트워크 효용을 평가하려면 수수료 지불 주소 수, 평균 전송액, 조정 결제 규모, ETF 자금 유입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기구와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책적 함의
암호화폐 확산은 단순한 투자 논의를 넘어 정책적 대응을 요구한다. 국제기구들은 암호화폐가 통화정책 전달과 자본 흐름 관리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단일성이나 결제 최종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스테이블코인 사용은 확대되고 있으며, 토큰화 금융은 국경 간 결제와 프로그래머블 기능을 개선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토큰 가치를 논할 때는 규제와 위험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시각이 필수적이다.
수요 기반 평가의 필요성
토큰 가치를 현금흐름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현물 비트코인 ETF 유입과 온체인 결제 데이터는 네트워크 사용이 곧 가치 신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사용량을 가치로 단정하면 조작 거래나 보조금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주소 검증, 세탁 거래 배제, 거래량 조정 같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그래머블 자산의 내재가치는 결제 자체에 있다. 이용자는 거래 속도와 확정을 위해 비용을 내고, 기관은 금융상품을 통한 노출에 자금을 투입하며, 개발자는 블록 공간을 확보해 서비스를 배포한다. 배당은 없지만 이 모든 행위가 네트워크 기능에 대한 실제 지불 의지를 보여준다. 도시 토지나 주파수처럼 사용 수요가 곧 가치로 이어지는 자산과 유사하다.
결국 핵심은 실제 자금의 흐름이다. 비트코인 ETF 승인과 기관 자금 유입은 프로그래머블 결제와 노출에 대한 수요를 분명히 드러냈다. 토큰의 가치는 코드가 아니라 실제 이용 행태와 자금 흐름에서 확인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Beyond Cash Flows: How to Teach the Valuation of Token Network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