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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사채 리스크’ 해소한 태광산업, M&A 시계 빨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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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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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교환사채, 충실의무 첫 판례
법원, 구체적 증거 없이 충실의무 입증 어려워
태광, EB 발행 문 열렸지만 일주일 넘게 무소식

태광산업이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싸고 불거진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법적 분쟁에서 일단 판정승을 거두며 우세를 점했다. 트러스톤이 불복하며 항고에 나섰지만 이미 법원이 입장을 명확히 한 만큼 판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에 태광은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부동산, 호텔, 에너지 분야까지 발을 넓히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서 관련 작업들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법원, 트러스톤 가처분 기각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17일 공시를 통해 트러스톤이 EB 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과 이사 직무집행 관련 가처분 기각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0일 트러스톤이 제기한 자사주 기반 EB 발행 금지 가처분 2건을 모두 기각하며 “이번 발행은 주주가치 훼손이 아니라 정당한 자금조달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태광산업이 중장기적 성장 자금조달 수단으로 EB 발행을 선택한 결정이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인한 영업손실, 화장품 사업 등 신규사업 검토, 그간의 무차입 경영 등 태광산업이 EB를 발행하며 내세웠던 근거를 수용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7월 상법 개정을 앞두고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의 소송 남발"을 우려했다. 이번 소송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충실의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일례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EB를 인수하는 한국투자증권이 향후 태광산업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제3자에게 EB를 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심과 정황만으로 이사 충실 의무 위반을 입증할 수 없었던 셈이다.

태광산업의 울산 화섬공장 전경/사진=태광산업

'현금보유+레버리지' 병행, 다시 도는 태광산업 투자시계

사건은 지난 6월 태광산업 이사회가 전체 주식의 24.41%에 이르는 자사주 27만1,769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을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태광산업의 EB 발행 배경에는 애경산업 인수가 자리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2조7,127억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5,040억원 수준에 그쳤다. EB 발행으로 3,200억원을 더 확보해 인수 여력을 강화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가 최대주주(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의 이익을 위해 발행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7월 30일 소송을 제기했다. 태광산업이 E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상법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43일간의 법정 다툼 결과, 재판부가 태광산업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자사주를 교환상대로 하는 EB 발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사주 처리에 골치를 썩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태광산업의 재판 결과가 반가울 수 있다. 상법 개정 이후에도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EB 발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태광산업 역시 경영권 방어와 함께 M&A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를 얻었다. 태광산업은 지난 12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꾸린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지분 63.38%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화장품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인수가격은 4,000억~5,000억원선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은 이번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섬유 위주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생활소비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화장품뿐 아니라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에도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처분 승소 후에도 EB 발행 잠잠, 한국투자증권 기류 변화 가능성

그러나 가처분 기각 이후에도 태광산업은 아직 EB 발행 재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이사회를 개최하긴 했지만, 이는 사업목적을 변경하는 등의 정관 개정과 이부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 위해서였다. EB 발행이 지연돼 회사에 손해가 쌓이고 있다면서 재판부에 신속한 판단을 요청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행보다.

시장에서는 태광산업이 EB 발행을 미루는 배경에 한국투자증권의 태도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EB 인수자로 공시된 한국투자증권이 내부 절차를 이유로 인수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7월 2일 공시에서도 "발행 대상자는 내부 절차 진행 중"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의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기조와 충돌할 수 있는 EB 인수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즉 금융당국이 태광산업에 EB 발행 관련 정정명령을 부과하며 한 차례 제동을 건 데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인수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재판부에 공문을 보내 EB 인수확약서(LOC)가 유효하다며 가처분 기각 시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 결의 없이 발행한 LOC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역시 EB 발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아직 추가로 구체화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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