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AI 어시스턴트 경쟁 본격화, 구글 판결이 놓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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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독점 소송 지연 속 AI 어시스턴트 부상 검색 점유율 통계로는 경쟁 실상 반영 한계 데이터 개방과 사용자 행태에 맞춰 규제 전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독점 소송은 판결까지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2020년 제기된 이 소송은 2024년 위법성 판결, 2025년 봄 구제책 심리, 같은 해 9월 최종 명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는 급속히 확산됐고, 챗GPT는 하루 25억 건의 요청을 처리하며 매달 수십억 회 접속을 기록했다. 이용자들은 검색 결과 링크를 일일이 확인하기보다 요약된 답변을 곧바로 받는 방식을 선호하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브라우저나 모바일 운영체제 분할 여부보다 시장 경쟁의 향방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판결로 구글은 결국 지배력을 유지했으나 정책권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미 경쟁의 무대는 검색에서 어시스턴트로 이동하고 있었다.

판결 이후 드러난 한계
법원은 구글에 크롬이나 안드로이드를 분리 매각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대규모 분할에 따른 충격은 피했지만, 전통적 반독점 해법이 급변하는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인공지능 시장은 모델 업데이트와 사용자 습관 변화에 따라 불과 몇 주 만에도 판도가 달라진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오픈AI는 챗GPT에 웹 검색 기능을 도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윈도우와 오피스에 코파일럿을 통합했으며, 퍼플렉시티 같은 신생 기업은 검색과 요약을 결합한 서비스를 일상화했다. 경쟁의 초점은 더 이상 검색창이 아니라 사용자와 웹을 연결하는 어시스턴트의 요약·인용·실행 기능을 누가 장악하는가로 옮겨갔다.
검색 점유율과 어시스턴트 확산
구글은 여전히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 약 90%를 차지하고, 빙(Bing)은 4%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구글 분할 같은 구조적 조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업무·연구 영역에서는 빙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근접했고, AI 어시스턴트는 전통적 검색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스탯카운터(StatCounter)는 페이지뷰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해 어시스턴트 내부 사용을 과소평가한다. 또 다른 조사기관 시밀러웹(Similarweb)은 방문 횟수만 측정해 실제 이용자 수를 반영하지 못한다. 어시스턴트가 링크 로딩 전 답변을 제공하는 경우 점유율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실제 수요는 이미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지표 변화만 기다린다면 정책 대응은 두 세대 늦을 수 있다.

주: 검색 엔진 점유율(X축), 검색 엔진 종류- 기타, 덕덕고, 야후, 빙, 구글(Y축)
어시스턴트 기반 탐색
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2023년 이후 미국 성인의 챗GPT 이용률이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구소(Reuters Institute)는 챗봇이 처음으로 뉴스 탐색의 출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오픈AI 조사와 독립적 트래픽 데이터도 정보 탐색이 부차적 기능이 아니라 핵심적 활용 방식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는 ‘어시스턴트 기반 탐색’을 검색 시장의 일부로 포함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구글의 경쟁자는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퍼플렉시티, 특화형 어시스턴트까지 확대된다. 경쟁은 누가 사용자 질문에 가장 먼저 응답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최종 단계까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규제는 단순히 기본 검색창에 머무르지 말고, 데이터와 콘텐츠 접근권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도, 뉴스, 상품 정보처럼 핵심 데이터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주: 연도(X축), 사용 경험 비율(Y축)
해외의 제도적 대응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로 경쟁 무대가 이동하면서 유럽과 영국은 제도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선택화면 제공과 일부 서비스 분리를 의무화했고, 영국은 디지털시장경쟁법(DMCC)을 도입해 특정 시장지위를 가진 기업에 행위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들은 실행 속도가 빠르고, 분야별로 맞춤형 적용이 가능하며, 향후 어시스턴트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 미국도 기존 검색창 중심의 규제를 넘어 어시스턴트를 직접 겨냥한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공유와 상호운용성
다만 선택화면이나 행위 제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와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경쟁의 핵심 과제가 된다. 지리 정보, 공공 서비스, 안전, 기본 상품 정보 같은 공공재 성격의 데이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기반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가격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책정하고, 기술은 표준화된 API와 기록 로그를 통해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독점의 이익은 줄고, 경쟁은 인터페이스 품질과 서비스 혁신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를 법과 공공조달 규칙으로 제도화해야 신생 기업의 진입 기회가 열린다.
기본 설정과 사용자 선택권
이와 함께 기본 설정 문제도 여전히 중요하다. 핵심은 단순히 선택화면을 제공하는지가 아니라,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를 얼마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느냐다. 사용자가 지정한 어시스턴트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기기 전반에서 기본값으로 작동하고, 필요할 때는 원 탭으로 다른 서비스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제조사가 경쟁 옵션을 제한하는 계약도 금지해야 한다. 또한 요약형 답변이 검색 링크보다 먼저 표시될 경우 실제 클릭 감소가 발생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발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체 가능성을 보장해 인터페이스 독점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광고 경매와 시장의 병목
정보 탐색과 광고 기술을 분리해 다루던 관행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료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누가 유지할 수 있는지는 결국 광고 수익 구조에 달려 있다. 경쟁이 작동하려면 광고 경매 시스템이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경쟁 사업자도 특정 기업의 폐쇄적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배포권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광고 구조 일부를 불법 독점으로 판단했다면, 단순한 분할 조치가 아니라 공정한 경매 규정과 제3자 접근 보장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오늘날의 병목은 브라우저나 운영체제가 아니라 광고 경매와 답변 제공 계층에 집중돼 있다.
새로운 측정 지표
정책 당국은 더 이상 검색 점유율 변화만으로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스탯카운터 수치에 변화가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어시스턴트가 이용자 경험의 중심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정보 탐색이 어시스턴트에서 시작하는지, 요약 답변이 최종 결과로 끝나는지, 그리고 경쟁 사이트로 이어지는 클릭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가 핵심 지표가 되어야 한다. 이는 기존 사업자가 몰락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쟁의 무게 중심이 ‘누가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답하는가’에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 역시 단순한 점유율 변화가 아니라 사용자 행태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속도를 따라잡는 경쟁 정책
크롬이나 안드로이드를 분리하는 논쟁은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소송이 법정을 거쳐 가는 사이 경쟁의 무대는 이미 어시스턴트로 이동했다. 필요한 것은 데이터 공유 체계, 투명한 광고 경매, 이동 가능한 기본 설정, 개방성을 검증할 수 있는 조달 조건 같은 새로운 수단이다.
전통적 반독점은 여전히 위법 행위를 다루는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지속적 경쟁은 서비스 간 교체와 연동이 쉽게 보장되는 구조에서 나온다. 인터페이스 경쟁이 확보된다면 링크 점유율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분할에만 집착한다면 시장이 다시 변할 때 정책은 또다시 늦게 도착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 만큼, 대응 속도가 경쟁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fter the Google Ruling, Antitrust Became a Blunt Instrument for AI Competi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