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기사를 분석하면 인플레이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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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통한 ‘인플레이션 예측’ 경제 주체 변화 ‘신속히 반영’ ‘미디어 이해력’이 통계만큼 중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공식 통계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 발표에 나오는 도표를 분석한 후 의미하는 바에 관해 토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시장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스 기사가 공식 통계보다 ‘빠르고 정확’
해당 연구진은 1백만 건이 넘는 경제 기사를 분석해 수요 및 공급 요인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지표를 개발했다. 그런데 이렇게 문서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이 전통적인 예측 변수들보다 오류가 20~30%나 적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원자재 재고나 운송 차질, 곡물 부족 등에 대한 뉴스를 분석하면 공식 통계가 나오기 한참 전에 인플레이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뉴스가 공식 예측에 섞여 들어가는 잡음이 아니라 기대치가 형성되는 바로 그 장소라는 뜻이다. 가구와 기업, 투자자들은 뉴스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소비와 임금 협상, 금융 시장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분기 및 월간 보고서가 도착하면 시장은 이미 변화를 겪은 다음인 경우가 많다.
중앙은행도 기사 토대로 ‘심리 지수’ 개발
경제학자들은 뉴스 보도가 분석에 잡음을 집어넣는다고 우려해 왔지만 해당 결과는 가정을 뒤집고 뉴스 자체가 데이터라고 이야기한다. 기사로 경제를 분석하는 것이, 진행된 변화의 요약에 지나지 않는 공식 숫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시의적절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중앙은행들도 이 사실을 깨달아 주요 기사를 토대로 ‘심리 지수’(sentiment indexes)를 만들고, 원자재 관련 기사로 모델을 훈련하며, 구매 관리자의 정성적인 언급을,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한다. 그렇다면 교육 기관도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학생들은 통계자료를 분석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문서 자료를 정리하고 구분한 후 해석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흐름이 지속된다면 곧 뉴스 기반의 심리 지수를 구축하고 인플레이션 예측에 활용하는 수업이 계량경제학만큼 흔해질 것이다.
기대가 뉴스에 의해 형성된다면 영향력은 대중의 주목도에 달렸다. 연구에 따르면 가구와 시장은 고(高)인플레이션 시기에 물가 관련 뉴스를 더 유심히 보고 분명하게 반응한다. 이는 최근 운송 비용 및 에너지 공급 중단 관련 뉴스가 왜 인플레이션 설문조사 결과와 자산 가격을 급격히 움직였는지 설명해 준다. 올해 중반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3%를 넘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주: 개별 원자재 수요(하늘색), 원자재 수요 종합지수(검정), 경기 순환 지수(적색)
공식 뉴스 발표 전후 시장 움직임 ‘지표화’
미국의 오래된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판다’(buy the rumour, sell the news)는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들은 원유 생산 감축이나 철도 파업 등의 루머가 공식화되기 전에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도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뉴스를 통해 확인했을 때는 기대가 시장 가격에 이미 반영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루머에서 뉴스로 가는 경로는 인플레이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진한 작황이나 정유시설 가동 중단, 항만 재가동 등의 소식이 빠르게 퍼져 위험 분산과 재고 관리,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2023년에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Bloomberg Commodity Index)가 하향 조정되고 인플레이션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도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줄지 않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떠받친 것은 뉴스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그렇게 본다면 ‘루머-뉴스 차이’(rumour-news spread)를 지수화하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공식 뉴스 전 루머에 따른 가격 움직임과 공식화 이후 가격 조정을 비교한 후 이를 문서 기반 원자재 지수와 결합하는 것이다. 루머에 따른 빠른 시장 움직임과 이후 느리게 진행되는 실제 시장 변화 차이를 분석하면 인플레이션 예측을 정교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앙은행 발표 방식도 ‘진화해야’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제 계산만 하지 말고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에너지 및 식품 관련 뉴스가 어떻게 인플레이션 설문 조사와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사를 전부 읽자는 말이 아니라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자는 얘기다.

주: 소비자 물가지수(12개월)(a), 개인 소비지출(12개월)(b), 소비자 물가지수(6개월)(c), 개인 소비지출(6개월)(d)
정책 당국의 커뮤니케이션도 진화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변하기 쉬운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발표는 바로 정책을 의미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또 명확하고 구조화된 발표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지만, 신빙성 있는 루머에 대한 사실 확인도 잘못된 정보가 임금 및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앙은행은 명확하고 투명한 의사소통이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데 기여함을 알았으니 전달할 내용과 함께 전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기사 분석은 위험 요소도 있다. 정치화된 뉴스도 많고 잡음에 과잉 반응할 수도 있으며, 기대 심리가 아닌 과거의 정서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문서 자료와 설문 조사, 시장 데이터, 실제 재고를 통한 교차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가정과 범위, 문맥 등을 포함한 투명한 의사소통도 정확성만큼 중요하다. 해당 모델이 잘 자리 잡는다면 가만히 앉아 인플레이션 폭등을 경험하는 일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Upstream of CPI: Teaching the Economy We Read Before We Measur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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