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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동아시아가 이끄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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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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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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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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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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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양광·전기차 중심 청정에너지 공급망 지배
한국·일본, 표준과 금융으로 프로젝트 실행력 지원
동남아, 동아시아 주도 체제 속 전환·수출 주체로 부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277기가와트(GW)의 태양광 설비를 새로 설치했다. 이는 미국 전체 유틸리티 태양광 발전 용량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국제 시장에서 태양광 모듈 가격은 와트(W)당 0.08~0.10달러(약 110~140원), 리튬이온 배터리는 킬로와트시(kWh)당 약 115달러(약 15만7,000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 덕분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서방의 보조금을 기다리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는 이를 더 뒷받침한다.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700만 대였는데, 이 가운데 1,100만 대 이상이 중국에서 팔렸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축적된 대규모 생산 경험이 가격을 낮추고 기술 확산을 가속화하면서, 중국은 태양광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밸류체인의 80% 이상을 장악하게 됐다. 규모와 경험이 결합해 중국을 사실상 글로벌 가격 결정권자로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자국 내 지원을 축소하고 있으며, 유럽은 표준을 선점할 기회를 놓친 채 방어적인 태세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선택지는 점점 뚜렷해졌다. 최적의 장비는 중국에서 조달하고, 표준과 안전성 검증 및 시운전 지원은 한국과 일본을 통해 확보하는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사진=ChatGPT

가격 신호가 만든 정책 변화

중국의 가격 우위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500억 달러(약 68조원) 이상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전 단계에서 80%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 같은 집중 투자가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태양광 277GW와 풍력 79GW를 새로 설치하며 규모와 가격에서 다시 한번 압도적 위치를 입증했다. 값싼 모듈이 공급되자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의 EPC(설계·조달·시공) 기업들은 과잉 설계와 출력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여전히 석탄이나 LNG보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 흐름은 정책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보조금을 축소하고 표준 제정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인도·태평양 각국은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2024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92%가 재생에너지였고, 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했다. 결국 아세안은 서방의 규범을 기다리기보다 중국 장비를 도입해 한국·일본의 금융·표준 체계와 결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유럽은 셀·모듈 생산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채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정치적 대응에 머물렀다. 이는 아세안 국가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무역과 정보 공개에서는 유럽이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실제 장비와 기술적 노하우는 동아시아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2023~2025년 국제 태양광(PV) 모듈 현물 가격 추이(단위: 와트당 가격)
주: 날짜(X축), 가격(Y축)

표준과 금융의 축, 한국과 일본

설비 확충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표준과 금융이 결합돼야 대형 프로젝트가 현실화된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에 APR-1400 원전 4기를 수출하며 설계·시공·품질·금융 조달을 모두 충족한 성공 사례를 남겼다. 이 경험은 필리핀의 원전 재가동 검토와 동남아시아의 신규 원전 논의에도 구체적 기준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무탄소 공동체(AZEC)를 출범해 전력망 연계, 수소·암모니아 실증,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협력 틀을 마련했다. 일본 기업들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연료의 20%를 암모니아로 대체해 혼소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성과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향후 발전소 발주와 조달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지침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이 남긴 공백을 한국과 일본이 제도와 금융 차원에서 메우고 있는 셈이다.

금융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AZEC를 탈탄소화 추진의 핵심축으로 삼고 공동 금융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의 정책금융 기관들 역시 전환 금융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2022년 이후 동남아 각국에 배터리와 모듈 공장을 세우며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있다. 장비·표준·금융이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움직이며 지역 질서를 재편하는 양상이다.

품질 논란에서 지속가능성 논의로

중국산 장비는 과거 ‘저가·저품질’ 의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태양광 모듈은 고효율 n형 기술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배터리 가격도 기술 발전과 원자재 하락으로 2024년 기준 kWh당 약 115달러(약 15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가격 하락과 품질 향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 과잉 논란 역시 단순한 물량 문제에서 산업 구조 개편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폴리실리콘 생산 설비를 정리하고, 전체 산업의 평균 효율을 높이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증설 경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로 방향을 전환하는 조치다.

2024년 지역별 전기차 판매 현황(단위: 백만 대)
주: 지역-중국, 유럽, 미국, 기타 국가, 합계(X축), 판매량(Y축)

제기되는 비판과 대응 논리

중국 장비 의존이 전략적 위험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공급업체 이중 인증, 펌웨어 소스코드 보관, 품질 기준 강화 등으로 위험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일본의 암모니아 혼소가 석탄 의존을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과도기적 프로젝트로 한정하고 AZEC 틀 안에서 저장 기술과 수요 관리 확대를 병행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서방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의 조달·표준·금융 생태계가 이미 동아시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동아시아로 이동한 전환의 중심

중국의 제조 능력은 가격과 일정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일본은 표준과 금융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며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보강하고 있다. 유럽은 교역과 정보 공개 측면에서 여전히 역할이 있지만, 실제 장비와 운용 노하우의 공급처는 동아시아로 굳어졌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는 단순히 전환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실행하며, 나아가 기술과 장비를 수출할 수 있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전환의 무게 중심이 이미 동아시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국제 질서에서 새로운 권력 축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sia’s Green Transition: A Pivotal Shift in Energy Dynamic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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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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