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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콜옵션 논란’ 올해 종지부, 콜옵션 행사하는 대신 ‘일부 상환’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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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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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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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2차 콜옵션 도래
FI 투자금 회수 방향으로 가닥
주주 반발 최소화 과제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 행사가 다음 달 3일 다시 가능해진다. 현재 11번가 모회사 SK스퀘어는 이와 관련해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과 협의 중인데, 콜옵션을 행사하는 쪽으로 결정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FI와 시장 신뢰를 생각해 투자금 회수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환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콜옵션을 행사하는 대신 일부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유예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10월, FI 지분 콜옵션 재행사 기로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11번가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SK스퀘어와 H&Q코리아 측의 계약에 따라 FI들은 내달 3일부터 ‘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를 SK스퀘어 측에 물어볼 수 있게 된다. SK는 12월 3일까지 답변을 하게 돼 있는데, 빠르면 11월 초에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초부터 장장 열흘간(주말 포함) 추석 연휴가 끼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이 실제로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4주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앞서 SK 측은 11번가 지분 18.18%를 넘기면서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계약에는 콜앤드래그(call and drag) 조항이 들어 있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컨소시엄이 SK의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 매각(드래그얼롱)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전에 SK가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이후 11번가는 약속한 기한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했고, 결국 콜앤드래그가 발동되며 SK가 콜옵션을 행사해 FI의 지분을 되사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SK스퀘어가 1차 콜옵션 행사 시기였던 2023년 11월 권리를 포기하면서, H&Q가 SK스퀘어의 지분까지 포함해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신뢰 회복 위해 행사 쪽으로 방향

SK스퀘어가 2년 전 콜옵션을 포기했다가 다시 콜옵션 행사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최근 홈플러스 사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 자금에 대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따갑기 때문이다. 이에 재차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고 투자금을 갚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SK그룹 전체의 투자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FI 간 계약을 조정해 일부 투자금을 상환하는 대신 잔여 지분에 대한 투자기한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11번가는 기업가치 2조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의 80% 지분의 장부가액은 약 6,600억원에 그친다. 투자유치 당시 몸값에 비해 80%가량 떨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조건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SK스퀘어 주주들이 문제 삼을 수 있다. 콜옵션은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 반드시 행사할 필요가 없으나, 적자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11번가 기업가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만큼 여전히 배임 논리는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개정된 상법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배할 경우 이사들은 소수주주로부터 곧바로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하게 돼 주주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11번가 매각, 1년째 난항

더군다나 SK스퀘어가 투자자들의 돈을 돌려주고 11번가의 매각을 성사한다 해도 손에 쥐는 돈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11번가 매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SK가 자본 시장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FI 자금을 상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결정을 SK스퀘어가 자본시장과의 관계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번처럼 콜옵션을 포기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손실을 보더라도 정리한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11번가는 FI 주도 하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1년 넘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태다. 물론 매각 가능성이 열린 적이 없진 않았다. 지난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접촉했다. 하지만 FI가 기대한 가격과 오아시스가 제시한 금액 사이의 간극이 컸고,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도 양측의 협상에 찬물을 부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촉발된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를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결과적으로 11번가에 불리한 변수가 됐다.

사실상 쿠팡 독주 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매력도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년에만 1300k(천삼백케이), 바보사랑, 알렛츠 등이 폐업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진출로 국내 플랫폼 기업의 입지는 더 좁아질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업황을 고려하면 이커머스 기업들의 희망과는 반대로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오프라인 시장은 위축됐고 온라인 시장 성장세도 둔화하는 등 국내 유통 시장 성장은 어느 정도 멈춘 상황"이라며 "미래가 불투명해 투자 기업들은 유통기업 인수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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