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외환보유액 부족한데 수출·환율 리스크까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치명적 자충수?

"외환보유액 부족한데 수출·환율 리스크까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치명적 자충수?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대미 투자 여유 없다" 韓 외환보유액, GDP 대비 22.2%에 그쳐
관세 영향 가시화하며 대미 수출도 위축
약달러 기조 속에서도 미끄러지는 원-달러 환율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3,500억 달러(약 488조원) 규모 대미 투자 방안과 관련해 난색을 표했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의 여타 아시아 주요국 대비 부족한 수준인 만큼, 섣불리 대미 투자를 단행할 경우 1997년 닥쳤던 금융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 역시 대미 수출 위축, 원화 가치 하락 등 악재를 고려하면 대규모 외환 지출은 '악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내는 중이다.

대미 투자 논의에 외환보유액 '경고등'

2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아직 한미 간 무역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구두 합의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등의 조치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아울러 그는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 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대미 투자와 관련해 우려 어린 시선을 드러낸 것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8,697억 달러(약 2,608조4,200억원),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약 579조8,000억원)로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22.2%에 불과하다. 이는 여타 아시아 주요국 대비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GDP가 7,824억 달러(약 1,091조5,260억원)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대만은 외환보유액이 5,766억 달러(약 804조4,150억원),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73.7%에 달한다. 일본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30.6%에 육박한다. 더욱이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이고, 이미 미국과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구성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전체 외환보유액 중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4%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미국 국채나 모기지 채권처럼 유동성이 낮은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얼마 되지 않는 현금화 가능 자산을 모두 대미 투자에 쏟아부을 경우, 당장 외환시장에서 자원이 부족해질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관세에 짓눌리는 대미 수출

시장에서는 향후 이 같은 외환보유액 부족 문제가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해 대미 수출이 눈에 띄게 위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 15개 중 수출액이 증가한 것은 4개에 그쳤다. 반도체(전년 대비 56.8% 증가·8억1,000만 달러), 석유 제품(15.4%·3억9,000만 달러), 무선통신 기기(34.2%·9억4,000만 달러) 등 관세를 면제받는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스마트폰에는 별도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이유로, 석유 제품 등 에너지 상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반면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수출액은 관세 직격탄을 맞아 작년보다 3.5%(15억7,900만 달러) 감소했으며, 자동차 부품 수출도 14.7%(4억4,300만 달러) 줄었다. 철강 수출도 무려 32.9%(1억5,000만 달러) 급감하며 올해 최악의 대미 수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6월 철강 관세가 50%까지 급등하며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급증한 결과다. 철강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반 기계(-12.8%), 가전(-26.8%) 등의 수출 감소 폭도 컸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대미 수출 규모 역시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작년보다 12% 줄어든 87억4,000만 달러(약 12조1,930억원)로, 2023년 1월(80억590만 달러)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감소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원화 약세로 환율도 '불안'

갈수록 심화하는 원화 약세 역시 문제로 꼽힌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22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392.6원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음에도 불구,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위협하는 수준에서 머무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초 고점 대비 달러인덱스와 달러-엔 환율이 각각 3.8%, 2.9% 하락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1.7% 하락에 그쳤다”며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원화 약세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 기업의 대미 직접 투자가 모두 늘어나면서 국내 외환 시장에서 달러 실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내국인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이 누적되고 있으며, 기관의 환전 수요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은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의 금리차, 관세 협상 등도 원화 가치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17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25%P 내리면서 1.75%P로 좁혀졌으나, 이 역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격차다. 이에 더해 최근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따라 대규모 외환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며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악화한 상황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이 대거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외국인이 이례적으로 달러를 매수하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