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대통령인 듯 행동, 트럼프 업은 머스크 '과도한 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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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뢰 업고 정권 인수 업무 전반에 참견 "공동 대통령 행세하나" 트럼프 측근들 불평 고조 연방정부 지출 ‘2조 달러’ 삭감 발언도 도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수장에 앉힌 가운데, 머스크가 이란 측을 만나 양국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는 머스크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머스크 "이란대사 만나 긴장완화 논의"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지난 11일 뉴욕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를 만났다고 이란 측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당국자는 머스크와 이라바니 대사가 1시간 넘게 회담했다며 이는 긍정적이고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라바니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거론하며 머스크가 미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 그의 사업 일부를 이란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은 최근 트럼프와의 밀착을 과시하며 ‘실세’ 입지를 굳히고 있는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란은 그동안 트럼프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트럼프는 2018년 대통령 재임 당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이란 측과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펼친 바 있다.
다만 분석가들에 따르면 최근 이란과 트럼프 모두 외교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트럼프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그는 이란과의 거래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NYT는 머스크와 이라바니 대사의 이번 만남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가 대선 승리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젤렌스키의 전 대변인이었던 이울리아 멘델에 따르면 머스크와 젤렌스키가 단둘이 통화한 적도 최소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측근 '머스크 행보 위험 수위' 불만
이 같은 머스크의 행보를 두고 트럼프의 측근 사이에서는 ‘머스크의 행동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가 대선 승리의 공을 인정해 머스크에게 차기 행정부의 DOGE 수장 자리를 약속하긴 했지만, 머스크가 자신의 영역을 넘어 모든 현안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측근들은 머스크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바꾸려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트럼프의 공약이 아닌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가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며 "나도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머스크는 대선 이후 텍사스 오스틴의 자택보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자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손녀 카이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삼촌이 된 일론(Elon achieving uncle status)'이라는 글을 올릴 만큼 머스크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머스크 '예산 감축 방안', 양당 의원 반대 넘어야
머스크의 예산 삭감 발언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거세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서 “낭비를 근절해 정부 지출에서 최소 2조 달러(약 2,800조원)를 절감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이는 현재 미 연방정부 연간 지출 6조7,500억 달러(약 8,500조원)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머스크가 정부 예산을 줄이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연방정부의 예산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방부 예산도 머스크가 쉽게 손대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매파는 국방 예산이 미군의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미 군수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해서 국방부 예산 삭감에 반대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연방 정부의 큰 예산 지출항목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점도 머스크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머스크가 예산 삭감안을 마련하더라도 의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과 하원 선거를 모두 승리하며 장악했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머스크의 예산 삭감안 반대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방 정부 예산은 공화당 하원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농업 보조금이나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의원들은 머스크의 예산 삭감 예고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 하원 스테니 호이어 의원(민주당·메릴랜드)은 "민간의 경우 이익에 따라 비영리적인 일을 하지 않고 훨씬 더 쉽게 일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비영리적인 일을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궁극적으로는 파국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야심이 있는 두 사람이 장기간 우정을 지속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몇 년 전만 해도 트럼프를 여러 차례 비판했고, 트럼프도 머스크에 대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무가치한 존재"라고 비꼬는 등 두 사람은 원만하지 않은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