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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적에 라벨갈이까지, 中 강력 규제에도 美 ‘희토류 우회 수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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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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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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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태국·멕시코서 안티모니 수입 3년치 넘겨
中 수출량은 되레 급증 '환적' 명백
강력한 외교 지렛대로 희토류 활용, 자국 업계 이중고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광물의 세계 공급을 주도하는 중국이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국이 태국과 멕시코 등 다른 나라를 통해 이를 우회 수입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조치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소유 태국 기업이 환적 주도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지난해 미국에 대한 핵심광물 수출을 금지한 이후, 미국 기업들이 태국과 멕시코를 경유해 중국산 광물을 우회 수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규제에 맞서 지난해 12월 3일부터 배터리, 반도체, 군사 기술에 꼭 필요한 소재인 안티모니, 갈륨, 저마늄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미국의 관련 광물 수입량은 금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중국계 기업이 얽힌 사실도 드러났다. 세관 및 선적 기록에 따르면 최소 한 개의 중국 소유 회사가 이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세관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은 12월과 4월 사이에 태국과 멕시코로부터 3,834미터톤(metric ton)의 안티몬 산화물을 수입했다. 이는 이전 3년을 거의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에 2023년까지 중국 안티모니 수출 상위 10위권에 들지 못했던 태국과 멕시코는 올해 들어서는 상위 3대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두 나라 모두 의미 있는 양의 안티모니를 직접 채굴하지 않으며, 각각 제련소 한 곳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환적(transshipment)' 정황을 더욱 짙게 한다.

특히 중국 안티몬 생산업체인 영선케미칼의 태국 소재 자회사인 타이 유니펫 인더스트리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과 활발한 무역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펫은 작년 12월과 올해 5월 사이에 태국에서 미국으로 최소 3,366톤의 안티몬 제품을 선적했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유니펫이 출하한 물량의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당 화물의 최종 구매자는 텍사스에 있는 영선 앤 에센으로, 이 회사는 중국의 금수 조치 이전 영선케미칼에서 직접 물품을 수입했다.

대미 수출 통제, 자국 기업엔 '역풍'

당초 중국 정부는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다. 그러나 통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자국 기업들의 생존 위기를 불러왔고,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실제 올해 4월 중국이 새로운 희토류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두 달도 안 돼 세계 자동차업계는 부품 부족 사태를 맞았고 일부 기업은 생산 라인을 멈춰 세워야 했다. 이런 수출 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지만, 정작 중국 내 기업들에는 취약한 내수 경제와 맞물려 큰 골칫거리가 됐다. 자국 기업이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희생양이 된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11개 주요 상장 자석 생산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18%에서 50%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출 통제 조치 이후 두 달간 자석 수출은 75%나 급감했다. 중소 생산업체들은 4~5월에 생산량을 약 15% 줄였다. 이와 관련해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아거스(Argus)의 엘리 사클라트발라 수석 분석가는 "자석 업체들은 수출 중단과 내수 부진 양쪽에서 압박받고 있다"며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 중요한 고객 기반을 일시적으로 잃었다"고 분석했다.

美 제재에 中 조선 수주 68% '증발'

반면 미국이 외교 지렛대로 활용한 대중국 전략 산업 제재는 제대로 먹혀들어간 모양새다. 미국은 자국 조선소 활성화를 내세우며 중국이 소유·운영하거나 건조한 선박에 높은 항만 수수료를 물렸고, 조선소 핵심 장비인 안벽 크레인 같은 중국산 제품에도 높은 관세를 매겼다. 이에 수년 동안 세계 시장을 제패해 온 중국 조선업의 독주 체제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량은 2,630만 재화중량톤수(DW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8% 급감했다. 이로써 올 상반기 세계 신규 수주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75%에서 56%로 곤두박질쳤다. 미국의 압박은 선박 건조를 넘어 수리·유지 보수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4년까지 평균 70%에 이르렀던 중국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수리·보수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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