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OPEC+ 8개국 증산 합의, 유가 안정 속 감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
Picture

Member for

8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OPEC+ 8개국, 다음달부터 54만8,000배럴 증산
유가 하방 압력을 유도하는 공격적 증산 햬석도
단순 수급 조절 넘어서 美와의 이해관계도 얽혀

OPEC+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8월부터 하루 54만8,000배럴 규모의 원유를 추가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증산 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온 OPEC+는 이번 조치를 통해 2022년부터 이어진 감산분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원상회복할 전망이다. 세계 2위의 석유 매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이뤄진 일련의 증산 결정은 단순한 수급 조절을 넘어 OPEC+ 내부의 결속 강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대응, 미국과의 외교적 이해관계 등 복합적인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OPEC+ "낮은 원유 재고 고려해 증산 결정"

6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CN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OPEC+ 참여국 중 8개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쿠웨이트·카자흐스탄·알제리·오만)은 오는 8월부터 기존보다 하루 54만8,000배럴의 원류를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최근 3개월 간 유지해 온 하루 41만1,000배럴 증산 속도보다 빠른 증가 폭이다. 이들 국가는 증산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 전망이 안정적이고 시장 펀더멘털도 건전하다"며 "현재 낮은 원유 재고 수준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번 증산 결정을 두고 2022년 11월부터 유지해 온 하루 220만배럴 감산분을 조기에 해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당초 이들 8개국은 오는 9월까지 매달 13만7,000배럴씩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지난 4월부터 증산 폭을 하루 41만1,000배럴로 세 배 확대했다. CNBC에 따르면 8월 추가 증산 계획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220만배럴 가운데 191만8,000배럴을 원상회복하게 된다. 한편 OPEC+는 이와 별도로 하루 166만배럴 규모의 추가 자발적 감산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해소 목적

이 같은 증산 움직임을 주도한 나라는 실질적으로 OPEC+를 이끌어 온 사우디아라비아다. 최근 3년여간 OPEC+ 23개 회원국은 공동 감산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중에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많은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감내해 왔다. 유가를 높게 떠받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일부 회원국이 할당량을 초과 생산하며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자 OPEC+ 내부에서 이른바 '무임승차'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가격 통제를 무력화하는 해당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유가 하방 압력을 유도하는 ‘공격적 증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 올해 4월 두 번째 증산을 단행할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는 "이번 조치는 식전주(아페리티프·aperitif)에 불과하다"며 향후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진 5월 화상회의에서도 그는 1973년 석유 금수조치를 언급하며 "그 어려웠던 시절도 함께 견뎌냈듯 지금도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증산 결정이 단순한 수급 조절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증산을 통해 시장의 안정을 시도했다는 해석이다. 리서치업체 클리어뷰파트너스는 “OPEC+의 증산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인한 공급망의 혼란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며 "다만 일부가 제기하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美, 관세전쟁에도 유가 하락으로 물가 안정

미국의 외교적 압박과 이해관계도 증산 흐름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인플레이션 억제와 러시아·이란 견제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꾸준히 증산을 요청해왔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안보·경제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밥 맥낼리 라피단에너지 회장은 "미국이 이란·러시아·인플레이션 등 3대 문-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을 요청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세 번째 증산 조치가 발표된 점도 이러한 맥락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의 증산을 계기로 에너지 패권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셰일오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미국은, 외교적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며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를 넘어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와도 직결된다. 미국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을 바탕으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는 한편, 러시아와 이란 등 적대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도 원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증산으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러시아와 이란의 원유 수출 여력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자국 내 에너지 가격 안정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두 가지 경제적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여러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같은 시기 유지된 저유가 기조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을 억제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초 배럴당 57달러까지 하락하며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세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산유국이 증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가는 오히려 하방 압력을 받은 것이란 해석이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