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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논쟁 벗어나 국익 집중” 英-EU, 브렉시트 5년 만에 안보·경제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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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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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탈퇴 이후 가장 큰 관계 재편
브렉시트로 국경 생겨나 '수출 21%감소'
英 재무장관 "15년간 168조 경제적 효과"
19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런던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영국-EU 정상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키어 스타머 총리 X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시행 5년 만에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국경 규제를 대폭 없애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 성장이 오히려 둔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자 관계를 다시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英-EU, 새 동반자 시대 선언

19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영국과 EU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낡은 논쟁과 정치적 싸움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상식적이고 실용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합의가 영국과 EU에 '윈윈'(Win-Win)이며 "우리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것이라고도 자평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한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장을 열고 있기에 엄청난 날"이라며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라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이 비슷하고 가치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불안정성의 시기에, 그리고 우리 대륙이 여러 세대 만의 최대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유럽의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며 "강한 EU-영국 관계는 우리의 안보, 번영, 공동의 운명에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안보·경제 위협에 협력 강화

이번 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가 위협받고, 동맹과의 전통적인 협력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면서 영국과 EU도 빠르게 밀착을 강화한 결과다. 2020년 브렉시트로 EU와 이별한 영국에선 유럽과의 무역장벽 완화가 침체한 경제를 살릴 돌파구가 될지를 두고 노동당 정부도 시험대에 오른 터다.

영국 정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2040년까지 15년간 900억 파운드(167조8,000억여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90억 파운드를 언급했으나, 대런 존스 재무장관이 15년간 기대 수익을 합산할 경우 900억 파운드라고 정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방과 안보 쪽 합의다. 영국은 EU와 다시 손을 잡으며 EU의 1,500억 유로(약 240조원) 규모 재무장 기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EU는 대출 형태로 무기 공동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를 신설할 계획인데, 영국 방위산업체들도 여기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 방위산업은 100억 파운드(약 18조5,700억원) 가량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추정치도 나오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영국의 재정 기여 등을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경제와 무역 부문에선 영국이 EU에 조업권을 양보하는 대신 EU에 수출할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안전 검사 인증 절차를 대폭 완화 받기로 했다. 조업권 양보는 영국이 다음 해 만료되는 EU와의 어업협정을 2038년까지 12년 더 연장한 것으로, 영국 해역에 대한 EU 국가들의 어업권을 허용했다. 그 대가로 얻어낸 각종 인증 간소화는 브렉시트 이후 생긴 복잡한 인증 절차 비용을 줄여주고, 농업자나 식품업자들의 EU 시장 진출의 문을 넓힌다.

식품·철강 등 수출입 규제도 대폭 완화

또 다른 핵심은 국경 규제 완화다. EU는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는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실질적 국경이 다시 생겼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의 대(對)EU 수출은 브렉시트 이후 21%, 수입은 7% 감소했다. 영국과 EU는 먼저 동물성·식물성 제품에 대한 일상적 국경 검사를 폐지하고, EU 규정에 따라 교역을 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버거, 해산물 등 신선식품을 다시 EU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영국산 소시지·다짐육 및 기타 냉장육 수출 금지 조치도 해제된다. 영국이 철강 수출 부문에서 EU 규정을 똑같이 적용받을 경우 연간 2,500만 파운드(약 465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인적 교류 부문에서도 영국 여권 소지자들이 EU 회원국을 방문할 때 전자식 자동 심사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양측은 18~30세 청년들이 영국과 EU를 오가며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비자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학생과 교직원이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EU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에 영국이 다시 가입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 군 이동성, 우주보안, 사이버보안, 해상보안 등 다양한 안보 분야에서 EU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영국 정치권과 브렉시트 찬반론자 사이에선 EU와의 관계 재설정을 다룬 이번 협정안을 두고 논쟁이 팽팽하다. 영국 극우정당인 개혁당의 나이절 파라지 대표는 대표적인 친(親)브렉시트론자로, 이번 협정을 “끔찍한 항복”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영국의 조업권 양보가 “어업계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어업은 영국 국내총생산의 0.4%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 영국 어업 수역 통제는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주요 의제기도 하다. 브렉시트 완수를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왜 스타머 총리는 경쟁력이 없고, 저성장하는 EU의 품에 땀 흘리며 안기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1석을 점유하고 있어 이번 협정이 의회에서 부결될 확률은 사실상 없다. 데이비드 헤니그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연구원은 AP에 "대부분의 영국인은 이제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EU 규정을 일부라도 따르는 것 자체에 논란이 있겠지만, 영국처럼 무역의 50%를 EU와 하는 국가에는 완전한 단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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