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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의 대상을 초등학교 3학년생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확대하고,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방침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및 일선 교사 일부가 반발했다. '줄 세우기'라는 비판부터 ‘시대착오적인 일제고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비판이 과거에는 타당했을지라도 코로나19로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업 성취 저하가 뚜렷하게 관찰되는 작금의 현실에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교조의 '줄 세우기'라는 비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부 진보 교육계에서 주장하는 학력평가 전면 도입 및 확대를 두고 ‘줄 세우기’라는 지적은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핵심은 진단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돌볼 수 있는 지원체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령인구가 줄어들어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급감했는데도 오히려 교사 1인당 학생 수보다 훨씬 많던 시절보다 학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나 기조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전교조가 주장하는 학생 개별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정확하고 신뢰도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 체계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취도를 철저히 평가해야만 일대일 돌봄 체계가 합리적으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쳤을 때 쉽게 100점을 맞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일단 구분해놓고 학생들의 개인별 수준에 맞춰 교습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 결과가 줄 세우기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줄 세우기가 나쁘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경쟁은 지양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장려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냉정하지만 경쟁하지 않는 환경에서 알아서 공부할 학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이 없는 사회가 발전하지 않고 퇴보하고 멸망으로 간다는 것은 20세기의 사회주의 실험에서 드러났다.
평가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사실 학교에서의 경쟁은 사회에서의 경쟁에 비교하면 크게 버거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경쟁 환경에 노출되면서 경쟁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학생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된다. 학력 평가가 지식·정보·기술 등 인지적 요소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겨 창의성이나 인성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는 비인지적 역량만을 중시해온 지난 몇 년 동안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처참하게 떨어졌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 방향성이 수정돼야 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현장 여론은 학력평가 확대 찬성이 우세
실제로 교육 수요자에 해당하는 일선의 학부모들은 학력평가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줄 세우기가 무슨 문제냐", "돈 주고 시험 보는 집도 있는데 나라에서 해준다니 좋은 일", "코로나로 인해 떨어진 학력을 다시 끌어올릴 좋은 기회" 등의 반응을 보인다.
명분상으로, 그리고 여론 상으로 학력평가를 찬성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에 최근 진보 교육계에서는 일제고사 실시 당시 있었던 여러 부조리에 대해 언급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정답을 미리 가르쳐 준다든지, 기초학력 평가 당일 학업성적이 매우 떨어지는 학생을 결석시킨다든지,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는 특수학급으로 낮은 성적의 학생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부조리들이 매우 심각한 문제인 건 맞지만, 충분히 행정상의 절차와 지도로 방지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 일부 교사들과 학교 현장의 일탈로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코로나19가 떨어뜨린 학업 성취도는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대입 자격 평가시험인 ACT 평균 점수가 1991년도 이후 처음으로 20점 밑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5년 연속 지속된 하락세에 의한 것이다. 학력 결손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매우 시급한 이유다.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건,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결과를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공개한다든지, 순위를 매겨 지역·학교별 경쟁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가 결과에 대해서 학생 개인에게만 공개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학습법을 설계하는 측면에서 성취도 평가를 전면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