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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된 조사가 없어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2010년대 이전에 비해 2020년대의 경우 청년층의 줄어든 연애 빈도가 공통으로 관찰된다.
2009년 알바천국과 파인드잡이 공동으로 실시한 ‘대학생 연애 경험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평균적인 연애 횟수는 4.2회로 나타났지만, 이후 대학내일이 실시한 2014년 조사에서 한국 대학생들의 평균 연애 횟수는 3.02회로 보고됐다. 최근 통계에서는 더 낮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연애가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비혼 청년 중 연애하고 있다는 응답이 34.5%에 그친 설문조사도 있다.
자유시장적 경쟁, 많은 연애 시장 '도태남녀'를 양산한다
왜 연애의 난이도가 올라갔을까? 이는 공급이 제한된 연애 시장이 갈수록 자유경쟁시장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파이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자동으로 독점 상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담론인 ‘알파남’의 여성 독식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는 이유다. 알파남이란 연애 시장에서 선호되는 특성들을 많이 갖고 있어서, 선택권이 매우 많고 여자들보다 상대적인 연애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남자들을 일컫는다.
이런 ‘알파남’들을 만난 여자들은 다음 연애를 할 때 쉽사리 자신의 기준을 낮추지 못하기에 매력적인 남성으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많은 남성, 소위 ‘베타 메일’들은 여성들의 수요를 맞춰주지 못해 연애 시장에서 도태된다. 소위 ‘성(性)적 자유주의’가 소수의 알파남들에게 무한한 효용을 가져다주지만, 일부 남성들에게는 ‘절대적 빈곤’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연애 시장이 적자생존의 원리대로 철저히 돌아가게 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의 단면이다. 연애도 ‘시장’인 만큼 그 결과는 승자 독식적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젊은 남녀들이 일종의 ‘최저가격제’를 시장에 설정하는 현상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이런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어느 수준 아래면 안 해”, “지금보다 낫지 않다면 안 해”와 같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SNS의 발달로 인해 부유층이나 성적 매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이 소개되고,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의 일면이다. 충분히 자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매력 어필을 할 수 있는 남녀들마저 SNS상의 상당히 포장된 형태의 선남선녀 모습을 보고 지레짐작 겁을 먹고 자신감을 상실한다.
최적 경로 아니면 루저가 돼 버리는 현실
다른 원인으로는 일명 ‘최적화 이론’이 있다.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게임 초반에는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를 골라 가면서 내 맘대로 육성하는 재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위 ‘최적 경로’라는 것이 발견되고, 그 최적 경로로 육성하는 데 용이한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새로 밸런스 패치를 하지 않는 이상 캐릭터 간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유저들에게 외면받는다. 물론 독특한 취향을 지닌 유저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현실과 동일한 특이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연애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결혼 정보 회사의 회원 등급표가 대표적 예시다. 자의적이지만 널리 통용되는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열등한 것으로 판정되고 연애 시장의 경쟁에서 탈락한다. ‘패스트 팔로워’ 기질이 강한 한국 사회만의 고유한 특질 중 하나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연애가 자유시장 경쟁적으로 변하며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1980년대 이전의 연애 시장과 지금의 연애 시장은 그 성격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와 같은 현상들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해 출범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산의 전제가 되는 결혼 그리고 결혼의 전제가 되는 연애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도 늦었기에 더 늦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