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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자금융업자의 후불결제서비스(Buy Now Pay Later, BNPL)와 관련한 고려사항을 발표했다.
저신용자 저격한 후불결제 서비스, 비대면 사회에 세계적으로 급부상
BNPL은 말 그대로 ‘지금 구매하지만, 결제는 나중에 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한 뒤 후불결제 할 경우 후불결제 사업자는 대금 지불 방법을 소비자에게 제시한다. 이후 사업자가 가맹점에 대금을 지불하고 수수료를 징구한 뒤 가맹점이 소비자에 물건을 보내면 소비자가 지불방법에 따라 대금을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토스, 쿠팡 등에서 BNPL을 출시해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카드가 카드사 최초로 BNPL 진출을 선언했고, KB국민카드·신한카드 등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와 달리 해외 각국 시장에는 이미 BNPL이 만연해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소비시장 확대, 핀테크 기술 발전, MZ세대 소비 수요 증가 등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2005년 스웨덴에 설립된 클라르나는 대표적인 BNPL 기업으로 45개국에서 1억 4,700만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200만 건에 달한다. 지난 2021년 1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어펌은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이 설립했으며 같은 해 8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S&P Global은 BNPL 시장규모를 2020년 890억달러에서 2025년까지 3,500억 달러로 5년간 약 4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NPL은 신용평가 절차가 없고, 이용 한도나 지불 기간이 제한적이며, 무이자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저신용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용자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점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출 충동을 부추기고, 결제 도용이나 불법 현금화 등의 부정거래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일반 신용카드사보다 2배가량 높은 연체율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후불결제의 대상이 청년·주부 등 신용이 부족한 신파일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체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토스 BNPL 서비스의 연체 건수는 8월 말 1,203건, 채권은 1억 6,300만원이다. 연체율은 1.15%를 넘어섰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연체 건수는 740건으로 토스보다 적지만 연체율은 1.48%로 높다. 통상적인 카드사 연체율인 0.37~0.96%보다 약 2배가량 높다.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미국 핀테크 업체 크레딧 카르마는 BNPL 사용자의 3분의 1이 대금결제 시기를 놓쳤으며, 이 중 72%는 신용도가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호주 등의 국가들도 해당 산업에 대한 법 개정 및 감독권 행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지불서비스법’을 개정해 신용공여방식을 직불 방식보다 먼저 제안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호주는 소비자에 대한 사전보호를 위해 업계주도 하에 행동강령을 도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BNPL 자체를 대출상품이라고 규명해 규제에 나섰다. 가까운 일본 역시 지불기간이 2개월 이상 될 경우 ‘할부판매법’상 등록을 요구하기도 했다.
초기시장인 만큼 규제안 없어, '대출'인지 '결제'인지 판단기준 마련 시급
국내는 아직 초기시장인 만큼 마땅한 규제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핀테크 업체들의 BNPL을 법제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제율 리스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에 충분한 사례가 있던 만큼 규제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물론 제도권 금융 밖의 저신용자들도 BNPL 서비스를 누리며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해당 편의성과 세계의 경제적 흐름을 감안해야 한다. 규제를 마련할 때 혁신금융 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유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규제 사례를 참고해 후불결제 사업자의 정보(서비스의 기능 및 위험 등) 제공 기준을 마련하고, 부정거래 방지 방안 등 표준화된 소비자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 또 과도한 신용 공여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 연체정보를 공유하거나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으며, 후불결제 이용한도와 지불기간이 확대될 경우에 한해 ‘결제’인지 ‘대출’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