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국민은 중앙은행 발표를 직접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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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기대치’, 중앙은행 고민거리 대중 눈높이 맞춘 ‘간결한 의사소통’ 필요 ‘장문의 글’보다 ‘짧은 동영상’이 효과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inflation expectations)가 현실과 크게 벗어나면서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다. 지난봄 글로벌 평균 인플레이션이 2.4% 부근에 머무는 상황에서도, 1년 후 인플레이션을 8%로 예상하는 가구들이 각국에 분포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인식 차이(perception wedge)라고 부르는데, 미래 물가를 지나치게 높게 예상하는 소비자들은 구매를 늘리고, 가격할인을 무시하며, 높은 임금을 요구해 실제 인플레이션을 부르게 된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물가 상승’ 불러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의사소통의 양을 늘려 대응했다. 여기에는 담화와 성명, 기자 회견 등이 포함되는데, 연구에 따르면 이것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일반인들은 장문의 성명서를 눈여겨보는 대신 TV나 온라인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 등에 의한 해석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단어 수보다는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히 말해 일반 가구의 기대치는 중앙은행 발표를 언론매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형 언어모델에 기반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에 따르면 공식 성명보다 언론사의 기조가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낸다. 물론 질의응답을 포함한 기자회견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언론의 보도 없이 공식 발표만으로는 대중의 믿음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주: 사전 지식 정도(X축), 영향(Y축), 전체 평균(total effect, average), 95% 신뢰구간
긴 성명서보다 간결한 보도 자료, ‘언론 활용해야’
의사소통은 명확하고 간결하며 맥락을 파악하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시장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7년 이후 7배 길어진 유럽중앙은행의 보도 자료처럼 길고 복잡한 내용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필요한 내용을 대상을 고려해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다행히 지난 5월 유럽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2.8%로 글로벌 평균보다 목표인 2%에 더 가까워졌다. 지난 수년간의 한결같은 의사소통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과도한 의사소통은 역효과를 부른다. 완결성이 부족하고, 시점에 어긋나며, 예정에 없던 발표도 불확실성이나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투명성이 지나쳐 내부 의견 불일치나 복잡한 조건부 전망을 시시콜콜 공개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고 중앙은행의 미래 지침(forward guidance)을 무력화하기 쉽다.
금융 이해력이 부족한 가구일수록 취약한데, 조사에 따르면 금융 이해력을 묻는 기본적인 질문 세 가지에 정확히 답한 유로존 응답자는 절반을 넘지 못했다. 긴 문장보다 짧은 동영상 포맷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효과적으로 안정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용만큼 형식이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정해진 일정과 포맷으로 ‘대상에 집중’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다음 4가지 전략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식적이고 정해진 발표에 집중하고, 예정에 없는 의사소통은 정말 필요한 경제 위기 상황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좋다. 기자 회견도 간결한 내용과 명확한 정책 변수를 담아 언론 보도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 사전 지식 정도(우측으로 갈수록 사전 지식 정도가 높음)(X축), 영향(Y축), 전체 평균(total effect, average), 95% 신뢰구간 / 전체 인구(좌측 막대그래프), 독일 인구(우측 막대그래프)
또 전문적인 내용 발표 전에 일반 가구의 이해를 위한 동영상과 한 페이지 요약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시민들은 TV나 온라인 영상을 통해 중앙은행의 발표를 접하기 때문이다. 핵심 메시지는 항상 동일하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갈 것인데, 어떤 경로를 거칠 것이며, 그것이 가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메시지가 언론 보도를 압도하지 않으며 함께 가는 것이 비현실적인 예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장황함’ 버리고 ‘효과성’에 집중해야
같은 맥락으로 의사소통을 명확한 지표에 의거한 정책 도구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커뮤니케이션의 형식과 기술 방식, 내용을 변화시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간명하고 대상에 맞춘 의사소통이 기대치를 안정화하고 실제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과 내부 의견 불일치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신중한 고려가 함께해야 한다. 너무 세세한 정보로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중요한 정책 변수만 정해진 포맷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머지는 언론 및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은 장황함(verbosity)을 버리고 전달(delivery) 자체의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기자회견이나 언론 보도, 동영상 등이 장문의 성명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정해진 일정과 간결한 포맷, 명확한 내용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Medium, Not the Message: Why “More” ECB Talk Won’t Anchor Expectations Unless It’s Better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