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영국–인도 무역협정, 상호 이익의 구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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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주류 관세 단계적 인하, 서비스·인력 이동 규정 명확화 양국 비교우위 분야 교역 확대, 민감 산업은 보호 EU 협상 변수 속 신속 이행·인력 투자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1분기까지 최근 1년 동안 영국과 인도 간 상품·서비스 교역 규모는 441억 파운드(약 77조원)에 달했다. 서비스 비중이 절반을 넘었으나, 영국은 91억 파운드(약 16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교역 구조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양국은 균형 있는 협력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2025년 7월 말 체결된 영국–인도 무역협정은 양국의 이해를 조율한 결과물이다. 인도는 자동차와 주류에 부과되던 고율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규제와 디지털 시장 접근 절차를 개선했으며, 기업 인력 이동 규정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응해 영국은 자국의 강점 산업인 자동차·주류·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히는 대신 일부 보호 조치를 줄였다. 인도는 그 과정에서 제조업과 서비스 확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이익을 확보했다.

관세 인하와 교역 효과
이번 협정은 구체적인 수치와 조치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인도는 영국산 자동차에 적용하던 최대 110%의 관세를 특정 쿼터 내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스카치위스키에는 기존 150%의 관세가 즉시 75%로 인하되고, 10년간 40%까지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이 조치로 영국산 핵심 수출품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인도는 쿼터 외 영역에서 여전히 높은 관세를 유지해 자국 산업의 조정 시간을 확보했다.

주: 항목-스카치위스키, 승용차 완제품 수출입(X축), 관세율(Y축)/협상 전 관세율(연간 빨간색 막대), 협상 후 관세율(진한 빨간색 막대)
영국 정부는 자동차·주류·첨단 서비스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연간 48억 파운드(약 8조4,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를 2040년까지 기대한다. 인도는 전체 품목의 약 90%에서 관세 철폐나 감축 혜택을 확보하면서도 농업 등 민감 산업을 보호했다. 재정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교역 기회를 넓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현재 영국에 진출한 인도 기업은 약 1,000개, 고용 인원은 10만 명 수준이며, 2023년 인도의 대영 서비스 수출은 200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했다. 이번 협정은 단기 비즈니스 방문의 업무 범위, 입국 요건, 체류 기간을 명확히 규정해 불확실성을 줄였다. 이에 따라 계약 이행 속도가 빨라지고 법적 위험이 완화된다. 대학과 교육기관에는 경영자 과정, 마이크로 자격증, 공동 연구 프로젝트의 시장이 새롭게 열리며, 기업은 절차적 장벽 완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주: 항목-대인도 영국 수출, 대영국 인도 수출, 수출입 수지(X축), 금액(Y축)/2024년 4분기(연한 빨간색 막대), 2025년 1분기(중간 빨간색 막대), 합산(진한 빨간색 막대)
비교우위의 구체화
이번 협정은 양국의 비교우위를 실질적인 교역 조건으로 연결했다. 영국은 고급 자동차, 주류, 고등교육, 법률,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인도의 중산층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인도는 IT 서비스, 공산품, 섬유, 신생기업 등에서 영국 시장 진입 여건을 넓혔다. 특히 이번 협정에는 인도가 드물게 수용한 디지털 무역과 공공 조달 조항이 포함됐다.
단계적 쿼터와 관세 인하는 산업 조정 장치로 기능한다. 기업이 투자, 인력 훈련, 공급망 재편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자본 투입과 기술 축적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체결한 대형 협정 가운데 관세 인하와 인력이동을 직접 연결한 첫 사례라는 점도 특징이다.
구체적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기업부는 관세 인하로 음료·담배 수출이 약 7억 파운드(약 1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불법 유통 축소로 인도 정부 세수가 연간 최대 34억 파운드(약 5조9,000억원)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동차 분야는 최종 관세율이 10%로 낮아지는 변화가 의미 있지만, 쿼터 규모와 가격 기준 때문에 효과가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적으로 단계적 개선이 보장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럽 변수의 부상
이번 협정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협정 자체가 아니라 향후 EU–인도 협상이다. EU는 2025년 9월부터 협상 속도를 높였으며, 연말 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EU가 영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규제 혜택을 확보할 경우, 영국의 경쟁 우위는 축소된다.
영국 정부가 추산한 2040년 기준 연간 48억 파운드(약 8조4,000억원)의 GDP 증가 효과는 선점 이익을 전제로 한다. 단순 중력모형 추정에 따르면 EU가 동일한 관세 일정을 확보할 경우, 영국의 대인도 수출 증가분은 20~30% 줄어들 수 있다. 이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파트너에 분산되면서 영국 기업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 있다.
대응 전략의 방향
이 같은 위험을 완화하려면 협정을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실질적 성과는 문서상 합의보다 기업이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관세 인하 효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분야에서 질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법률 서비스 표준, 핀테크 환경, 전문자격 상호인정, 대학–산업 공동연구는 대표적 영역이다.
인도가 중시하는 서비스 인력 이동의 예측 가능성과 디지털 무역 규범의 명확성을 보장하는 것도 핵심이다. 여기에 교육과 산업을 연계해 협정이 요구하는 기술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영국의 경쟁력이 인력과 지식에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투자가 필수적이다.
협정의 의의와 과제
이번 협정은 완벽하지 않지만, 균형 있게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동차·주류·서비스 분야의 장벽을 현실적인 속도로 낮추고, 인력 이동과 디지털 무역 규범을 핵심 조항으로 포함했다. 양국이 각자의 강점 산업에 집중하면서도 역량 확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협정의 의미는 단순히 교역 규모를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교역 구조를 고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틀을 만드는 데 있다. 향후 위험 요인은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조건으로 인도 시장에 진입할 때 영국이 대응을 늦출 가능성이다. 따라서 협정을 빠르게 이행하고, 세부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으며, 교육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이번 협정이 기술과 파트너십을 위한 제도적 틀로 기능할 때 지속 가능한 성과가 가능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ree Steps Forward: Why the UK-India Trade Pact Is a Working Model of Mutual Advantag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