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30일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웨이브)는 내달 4일 아웃나우 성수점에서 자체 돈까스 브랜드 ‘돈까팡팡’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돈까팡팡은 웨이브가 자체 개발한 로봇이 튀김 부문을 맡아 자동 조리하는 것이 특징으로, 로봇의 자동화된 조리를 통해 모든 손님이 균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웨이브 측은 “주방 로봇은 62가지 이상의 식재료를 단 2g 이내 오차로 정량 조합할 수 있다”면서 “최대 350종 이상의 메뉴와 30개 이상 브랜드를 취급하며 1시간에 최대 1,000인분 이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진 웨이브 대표는 “로봇 조리 기술과 주방 운영 대행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조리용 로봇 이용한 요리와 주방 대행 서비스 제공
웨이브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주방을 운영하는 '로봇 키친 플랫폼' 기업이다. 외식 브랜드가 웨이브에 레시피를 제공하면 조리에 특화된 각종 로봇과 베테랑 셰프가 음식을 대신 조리해주는 일종의 요리·주방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키친 플랫폼은 작업을 단위별로 구분해 음식을 조리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리 방법이 동일한 여러 브랜드 음식의 조리가 한 자리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로봇 키친에서는 굽기, 삶기, 볶기, 튀기기 등 4개의 쿠킹 셀, 재료를 배분하는 디스펜서, 재료와 음식을 옮기는 러너 등 다양한 로봇이 쓰인다.
웨이브는 지난해 9월 역삼에서 주방 운영 서비스 아웃나우를 시작해 5월 기준 동대문, 건대, 홍대 지역으로 확장했다. 외식 브랜드 파트너사는 3개에서 현재 샤이바나, 오븐마루, 치킨마루, ASAP피자, 부엉이돈가스 등 30개 사 이상까지 증가했다. 올해 서울, 로스앤젤레스, 런던을 중심으로 12개 지점에서 180개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구애받지 않는 '로봇 셰프'
요식업계 로봇 사용이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가성비'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인건비 절약을 통해 음식 메뉴 제조 비용을 최소 3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주 52시간 근무제나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조리 로봇은 매일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신선한 식자재에 자금을 투자하고, 음식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네이버나 농심,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기업이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것도 이런 이점을 잡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관련 시장 규모는 2019년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48조원)까지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CG(보스턴 컨설팅 그룹)는 2025년 이후에는 서비스용 로봇의 시장 규모가 산업용 로봇 시장을 추월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로봇 임대 사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구독형 로봇 임대 서비스(RaaS·Robotics-as-a-service)’다. 매달 일정액을 납부하고 로봇을 빌리는 방식으로,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로봇 자동화 플랫폼 기업 빅웨이브로보틱스가 대표적으로 로봇이 필요한 기업과 로봇을 임대해주는 기업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리 로봇' 도입한 해외 요식업 브랜드
해외에서는 이미 조리용 로봇을 활용한 요식업 브랜드가 대거 등장한 바 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 출신 CEO가 창립한 스텔라피자는 피자 전 조리 과정을 로봇이 수행한다. 도우 반죽부터 토핑 올리기, 굽기 등 조리 과정 전반을 5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피자 굽는 로봇을 장착한 전용 트럭을 통해 사업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6년에 론칭한 '줌피자'는 모바일로 피자를 주문하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배달 트럭에서 피자를 제조해주는 브랜드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약 7,500만 달러(한화 약 900억원)의 펀딩을 받았다. 2018년 소프트뱅크는 줌피자의 기업가치를 10억 달러(한화로 약 1조2,000억원)로 평가하고 3억 7,500만 달러(한화 약 4,5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버거를 만드는 로봇 레스토랑인 '크리에이터'는 350개의 센서와 20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로봇 공정을 통해 버거 한 개 5분 만에 제조할 수 있다. 시간당 130개의 버거를 만드는 셈이다. 버거 번이 레일을 타고 이동하면서 소스, 야채, 패티 등이 차례로 쌓이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요식업 업체들은 로봇 셰프를 도입해 조리 과정 혁신을 시도해왔다.
중요한 것은 로봇이 아니다, '맛'과 '경험'에 충실해야
로보틱 기술을 맹점으로 '혁신'을 표방하던 기업들은 차후 하나둘 휘청이기 시작했다. 2019년 줌피자는 11월 사업을 종료했으며, 크리에이터는 소프트뱅크의 펀딩 이슈로 인해 한동안 자금난에 허덕였다. 하지만 고전 중인 로봇 레스토랑 중 흔들리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온 기업이 있다. 보스턴 지역에 위치한 스파이스(Spyce)다.
스파이스는 그리스식, 레바논식, 인디언식, 한국식 등 각국 스타일의 샐러드를 판매하는 샐러드 레스토랑이다.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샐러드를 주문하면 AI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료를 찾아 순서대로 샐러드 믹싱볼에 넣고, 재료가 섞이는 동안 소스가 자동 분사된다. 자동화된 제조 공정을 통해 주문 한 건이 소화되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스파이스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파이스는 상품의 본질인 '샐러드의 맛'에 집중했다. 스파이스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다니엘 블뤼와 협력해서 개발한 자체 레시피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다니엘이 수석 셰프를 맡고 있으며, 앞으로는 개인의 식성, 선호를 고려해 메뉴를 다양화해나갈 예정이다.
스파이스는 고객 경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샐러드가 제조되는 3분 동안, 매장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A 고객을 위한 B 샐러드를 제조 중입니다(Now Cooking B salad For A)', 'A 고객님, 샐러드가 거의 완성되었습니다(XXX, We're Completing Cooking)', '그릇에 담길 준비가 됐습니다(Ready to Plate)' 등 샐러드 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기다리는 고객의 지루함을 해소해준다. 또한 매장 홀에 배치된 직원의 역할을 세심하게 나누어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로봇이란 콘셉트는 단기적으로 고객의 재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요식업의 본질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음식의 맛, 또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고객 경험을 고려한 서비스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로봇이 만든 음식 그 자체가 아닌 '만족스러운 소비 경험'이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돈까팡팡' 역시 로봇이 조리하는 돈까스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만큼, 차후 서비스 지속을 위한 기본기를 함께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돈까팡팡이 로봇이 튀긴 돈가스라는 화제성으로 단기적으로 주목을 받고 끝날지, 아니면 정말 로봇을 통해 요리 인력을 대체하고 하나의 브랜드로써 훌륭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