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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여성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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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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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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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세 사이의 청년 여성의 지방 이탈은 지방 소멸의 전주곡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출간된 저서 ‘지방소멸’에서 채택한 ‘지방소멸지수’라는 것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청년 여성의 지방 정주가, 지방 소멸을 막는 제일 중요한 과제라는 뜻이다.

청년 여성의 지방 이탈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이유는 성별에 따라 지방의 인구 유출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청년 여성이 지방을 떠나면 그 떠남이 영구적이고, 청년 남성이 지방을 떠나는 것은 비교적 잠정적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여성 인구의 손실은 지방으로서는 영원한 인구 손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남성인구를 여성인구로 나눈 값인 성비의 경우, 통계청의 2022년 12월 통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로 99.4이지만 서울의 성비는 94.1%에 불과하다. 반면 전라북도를 제외한 모든 도 지역은 성비가 100을 넘는다. 전체 인구 구조상으로는 여초 국가인데 수도 서울에 여성들이 대거 몰려 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한번 살기 시작한 여성 인구들이,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결론이 통계를 통해 도출된다.

사실 청년 여성들이 수도나 대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에 해당한다. ‘young-women surplus’라 불리는 도시로의 여성인구 집중 현상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선진국에서 아주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여성 100명 당 104명의 남성이 사는 남초 국가이지만, 암스테르담·헤이그·로테르담·위트레흐트라는 4대 대도시는 청년 인구를 기준으로 전부 여초이며, 위트레흐트의 경우 2014년 기준 청년 여성 인구 138명 당 청년 남성 인구 100명으로 극단적인 여초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최대 대도시인 뉴욕의 성비는 남자 94명 대 여자 100명으로 여초인데, 미국 전체가 남자 98명 대 여자 100명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더 여초 현상을 보인다.

양질의 일자리, 청년 여성들은 절대적으로 서울에서 구하기 쉽다

젊은 여성들이 수도나 대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된다. 여성들이 취직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수도나 대도시 지역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임금 수준을 보장하는 정규직 혹은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는 비율이 대도시로 이주한 여성에게서 자기 고향인 지방에 사는 여성들보다 높게 관찰된다. 인구 유출이 심각한 광주광역시의 경우, ‘광주 일자리 공시 목표 추진계획’에 따르면 전 연령대에서 여성은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고 저임금, 단기일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8년 광주지역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은 71.2%, 남성 고용률은 68.3%이지만,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52.8%, 여성 고용률은 51.0%로 매우 큰 차이를 나타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별 청년 노동시장 동향 및 일자리의 질 비교’라는 보고서를 보면 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조사된 수도권에서 청년 여성의 첫 일자리 평균 소득은 수도권의 경우 169.8만원이었지만, 지방은 중부권 163.2만원, 호남권 145.5만원, 영남권이 155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방과 수도권 간의 현격한 여성 임금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고용 형태 역시 여성은 수도권에서 상용직에서 일할 확률이 71.5%라면 호남권에서는 65.6%, 영남권에서는 69.6%에 그쳤다. 임금 및 고용 형태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청년 여성이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지방을 떠나고 싶어하는 청년 여성들의 열망에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기회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광주의 청년 일자리 상황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그는 “카페 아르바이트 같은 비숙련 일자리의 경우, 20대 여성이라고 하면 서울보다 오히려 높은 페이를 받고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의 경우 장래성이 없고 생산성이 증가하는 일자리는 아니에요”라며 “커리어가 쌓이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진짜 양질의 일자리는 씨가 말랐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여성이면 거의 ‘신’ 취급이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언론사 등에서 일하는 소수의 여성들은 서울 기준 전문직 여성 이상의 사회적 대우나 인식을 받는데 이유는 그만큼 희소하고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것이 바늘구멍을 뚫는 것만큼 어렵기 때문이에요”라고 밝혔다.

여성들이 선망하는 신랑감도 대부분 서울 수도권에 산다 

청년 여성들이 지방을 떠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좋은 배우자감을 찾기 위한 열망 차원도 있다. 여성들이 원하는 고연봉·고학력 남성들이 서울 및 수도권에 주로 거주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고졸 이하의 저학력 여성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 남성과 교제하는 비중이 6%라면, 농촌 혹은 소도시에 사는 저학력 여성이 고학력 남성을 만날 확률은 2%에 불과하다. 네덜란드의 대도시인 란트스타트 지역의 경우, 고학력 여성이 같은 고학력 남성을 만날 확률은 36%이지만 소도시나 농촌에 거주하는 경우 그 확률이 29%로 떨어진다.

한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인구감소지역인 지방에서 비인구감소지역인 서울 등 수도권으로 20~30대 청년들의 유출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특히 고학력자의 유출이 뚜렷하다. 여러 학술연구는 중소도시와 농촌에 거주하는 고학력 남성일수록 더 나은 교육환경 및 생활환경과 고용기회를 얻기 위해 대도시로의 이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다.

국토연구원이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2021년에 선정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본 결과. 인구감소지역에 주로 해당하는 지방을 떠난 인구 중에는 고학력·고숙련 직종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2010~2020년 유출인구의 55.1%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직종별 분포를 보면 전문가 및 전문업 관련 종사자가 14.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사무종사자(8.5%), 서비스종사자(4.1%),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자(3.6%) 등의 순이었다. 여성들이 배우자감으로 선호하는 고학력·고소득 남성의 경우, 기회를 찾아서 서울 수도권으로 이동하기에 그들이 결과적으로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서울 수도권에 거주해야만 그러한 남성과 교제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즉 더 나은 일자리의 기회, 더 나은 배우자 선택의 기회를 서울 수도권이 여성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지방이 청년 여성 인구 탈출로 인한 소멸을 겪지 않으려면 이 두 가지 기회 측면에서 충분한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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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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