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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B2B(기업 간 거래) 물류·유통 스타트업 스마트푸드네트웍스(이하 SFN)가 16일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SFN은 지난 2021년 시리즈 A를 유치한 것에 이어 시리즈 B 투자까지 끌어내 누적 투자액 475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올해부터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위해 발주부터 식자재 유통, 매장 관리까지 모둠 솔루션을 진행하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SFN 시리즈 B 400억 유치, 물류센터 및 유통 인프라 투자할 것
2020년 설립된 SFN은 전국에 5개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외식업 자영업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은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이다. 현재 콜드체인 풀필먼트 서비스 '프레시고'와 식자재 B2B 이커머스 플랫폼 '프레시온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식음료(F&B) 브랜드를 대상으로 연구개발(R&D)은 물론, 상품 기획력을 바탕으로 메뉴 상품화와 브랜딩까지 제공해 자영업자 사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프랜차이즈 식자재 유통 기업 에쓰프레시를 인수·합병해 식품 사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제반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에쓰프레시는 2019년 종합 식자재 유통 서비스 기업 '아모제푸드시스템' 인수를 통해 프리미엄 식자재 유통 시장에 진입한 회사다.
SFN은 콜드체인 풀필먼트 사업을 시작으로 2021년 기준 2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식자재 유통 사업을 신규 런칭하며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개인 식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층에 식자재를 공급해 2022년 연 매출 950억원이라는 연 270%의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현재 고객사는 약 5,000개에 달한다. 이번 시리즈 B 투자는 총 400억으로 지난 2021년 시리즈 A를 진행했던 산업은행, KB증권, 노앤파트너스, 레드배지퍼시픽 등을 포함해 하나금투PE, 에버베스트파트너스, 이앤인베스트먼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SFN은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커머스 플랫폼 및 레스토랑 테크 등 소프트웨어 개발의 고도화와 함께 물류 센터 및 유통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서비스 향상을 위해 연관사업 M&A 등 전략적 투자도 적극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외식업 자영업자에 맞춘 솔루션, 발주부터 유통, 매장관리까지
김민정 SFN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 출신으로 지난해 SFN에 합류했다. 그는 식자재 유통과 물류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사업으로, 디지털 전환(DX) 가능성에 주목하며 IT를 기반으로 외식업과 식품 생태계에 분절된 밸류체인을 고객 관점에서 연결하는 '앤드 투 앤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55조원 규모로, 2025년에는 6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식자재 유통 자체가 대부분 영세업체와 개인 사업자 위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전화 주문이나 수기로 장부를 작성하는 수작업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SFN은 식자재 시장 디지털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은 끝에 약 1만 개에 달하는 상품들과 주문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 경쟁력을 키웠다.
아울러 올해 6월에는 고객 편리성 강화와 브랜드 리뉴얼을 포함한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을 런칭할 예정이다. SFN의 시스템을 도입한 식당은 대시보드를 통해 배달, 테이크아웃, 매장 주문의 매출 합계를 한눈에 확인해 인기 메뉴와 부진한 메뉴를 파악하고, 다음날 판매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또 판매 트렌드 및 식자재 발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식자재를 자동 계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클릭 한 번으로 발주까지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나아가 독자적인 레스토랑 테크를 통해 매장과 배달앱 등 다양한 채널에서 발생하는 오더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정산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레스토랑의 창업 및 운영 컨설팅부터 솔루션 선정, 식자재 공급까지 식품 사업을 위해 필요한 제반 환경을 제공하는 '푸드커머스 인에이블러(Food Commerce Enabler)’로 거듭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식당 사장님들이 메뉴 조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하고 테크 기반 식자재 유통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올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 실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대한민국의 유통과 물류, 그린랩스 꼴 나지 않게 조심해야
최근 그린랩스는 대규모 인원을 구조조정하고,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최대 주주이자 투자회사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정의민 전무를 선임했다. 시리즈 C 유치까지 성공해 1,700억원가량을 투자받은 데 이어 국내 최초 농업 분야 기업 가치 1조원을 돌파했던 대한민국 대표 에그테크(AgTech·농업 기술) 기업 그린랩스가 결국 대규모 적자와 경영진의 경영 실책, 일부 임직원의 부정으로 창업자들이 모두 옷을 벗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린랩스가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무리한 유통망 조성 때문에 하락세를 탄 것이라고 분석한다. 본래 디지털 농업기술을 보급하던 그린랩스가 유통망에 손을 대며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직접 구매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미수 채권을 채우는 금융사 대출이 어려워져 급격하게 불안정해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한민국 유통망을 꽉 잡고 있는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린랩스 측이 무리한 계약을 진행해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상훈 전 그린랩스 대표는 “그동안 농산물 유통을 전문으로 하던 회사가 아닌 스타트업이다 보니 시장 환경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고 급하게 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SFN 상황도 그린랩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보다 편하게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며 성장했지만, 식자재 발주에 이어 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린랩스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랩스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망에 뛰어들었다가 처참히 실패한 메쉬코리아의 전적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사례를 통해 SFN이 무리한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