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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부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K바이오·백신 펀드의 결성 시한을 이달 15일에서 6월 30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시한 내 자금 모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침체된 바이오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 바이오 벤처에 대한 금융 지원을 위해 K바이오·백신 펀드를 도입했다. 바이오 벤처들은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국책은행, 민간 출자 등으로 구성된 2,500억원 규모의 펀드 운용사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2곳을 선정하기까지는 순조로웠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최소자본금 대비 앵커 출자자 비율이 낮아진 데다 높은 금리로 인해 벤처캐피탈의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시장의 자금 사정이 크게 위축된 점을 고려할 때 펀드 결성 시한 연장이 불가피했다”며 “상반기 안에는 펀드 결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 차원에서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위탁운용사들이 원활하게 펀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조한 바이오 투자심리와 고금리 환경
현재 기존 벤처 펀드들도 바이오 기업들의 가치 급락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약정액 대부분을 바이오에만 투자하는 전문펀드에 출자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국제적인 추세와 비교했을 때 국내 바이오 업계의 투자 매력도가 처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2조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해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개발 및 보급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2,575억원, 치료제 개발에 1,55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오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국내 백신 개발에 국내 자본보다 외국 투자자와 관련 기업이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저조한 바이오 투자심리와 높은 금리로 인해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이 투자를 꺼렸고,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필요한 민간 자금을 제 시간 내에 모을 수 없었다. 이에 당초 올해 2월로 예정됐던 펀드 결성은 이번 연장까지 포함해서 두 차례의 연장이 이뤄진 것이다.
정부 펀드 출자 사업에서 결성 시한이 한 차례 연장된 사례는 많지만 추가 연장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는 게 투자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이 펀드가 기관 전용 사모펀드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펀드는 상장기업, 금융회사, 연기금 등 전문 투자자들로부터만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잠재적 투자자 풀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 현재의 경제 상황까지 맞물려 악재가 겹쳤다.
생색내기용 정책?
당초 이러한 문제를 예측한 보건복지부는 펀드 결성을 촉진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기 결성 방식(Fast-Closing)을 허용했다. 조기 결성 방식을 이용하면 펀드의 75%가 모이면 바로 펀드를 등록하고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산업 정책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금을 조기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민간 투자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환경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K-바이오 백신 펀드의 경우 모태펀드 출자 비율이 20%에 그치고 있다. 보통 모태펀드 출자자 비율이 50% 가까이 도달해야 위탁운용사(GP)가 펀드를 운용하는 데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펀드를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처럼 낮은 정부 출자금이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펀드 설립과 운용을 위해서는 40% 이상의 초기 출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일각에선 생색내기용 정책일 뿐이라며 실제 투자 집행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나 투자계에서 원하는 형태의 구조로 펀드를 만들고 신약과 백신 개발 투자로 직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만들어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게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태펀드가 성공한다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조성된 펀드의 성과가 좋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테크 산업의 삼중고
현재 바이오 산업은 기업공개(IPO), 투자, 기술이전 실패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바이오 벤처는 수년간의 외부 연구 개발(R&D)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상 2년 넘게 투자가 중단되면서 업계의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 금리 상승과 바이오테크 기업의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이 기업 공개를 연기하고 있다. 또한 주가 폭락과 전환사채 상환 요구로 인해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셀리버리는 코스닥 상장 5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SDI생명공학도 최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항암제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뉴지랩스 파마 역시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