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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에 떠는 IT 업계, 번져가는 '노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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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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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주노총 IT노조

최근 몇 년 동안 정보기술(IT) 업계는 혁신적인 도전과 높은 보상을 약속하며 '꿈의 직장'이란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해고로 인해 업계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노조 결성이라는 전통적인 해결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격동의 IT 환경

IT 업계 전반에 고용 불안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고·권고사직·실업급여·구조조정·희망퇴직·명예퇴직 등 고용 불안 키워드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배 증가했다. 특히 권고사직 검색량은 9.3배, IT 업계 재직자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량도 5.9배 늘었다. 게임 업계에서도 7.3배 증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IT 업계는 직원 이직이 잦고 근속 기간도 타 업계 대비 짧다. 이러한 근무 문화 덕에 노조가 없는 소위 '클린 노조' 업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역동적이었던 IT 업계에 파도가 일고 있다. 각종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권고사직이 결국 국내 최대 부동산 플랫폼인 '직방'과 기술 대기업인 '네이버'에까지 번지며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직원들 스스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직방은 올해 공격적인 채용 전략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이유로 상당수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직방의 영업 손실이 급증하면서 자금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IT 업계의 큰손인 네이버도 라인게임즈, 왓패드 등 자회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어 고용 불안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상하는 노조 문화

IT 업계가 이러한 위기와 씨름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트렌드, 즉 '노조 조직화'가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IT 업계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근로자들이 임금과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의 능력과 경쟁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일반적으로 연봉 협상보다 이직이 더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대응이 증가했고, 개인주의적 성향에서 집단적 행동으로의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우주정복' 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구글코리아 지부의 설립이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노조 설립 움직임은 IT 업계의 역학 관계에 있어 기념비적인 변화이자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 대한 집단적 대응과 더 나은 근무 조건, 임금 및 고용 안정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이는 비단 국내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1월 말 인력의 약 6%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하자, 구글코리아는 4월 11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구글코리아 노동조합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 세계적인 노조 결성 움직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의 최대 아마존 창고인 'JFK8'에서 지난달 1일 노조 설립 투표가 가결돼 미국의 아마존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노조가 조직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태튼아일랜드 창고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한 전·현직 아마존 직원들의 모임인 '아마존 노동조합'(ALU) 측은 100개가 넘는 다른 아마존 시설의 직원들로부터 노조 결성에 관한 문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한때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던 아마존과 애플과 같은 미국 기업에서도 노동조합의 부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숙련된 노동력 부족, 일과 삶의 균형 개선에 대한 요구, 회사 수익과 직원 임금 간의 격차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 있는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노조 결성에 찬성하는 동료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애틀랜타 인근 애플스토어에서 노조를 추진하는 직원들이 직원들의 지지 서명을 확보해 서류를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출했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단체 교섭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노동운동의 활성화는 각자의 직장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증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봤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질 좋은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도소매업 종업원이나 물류 배송 등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업종을 선택하게 된 대학 졸업자들이 아마존, 스타벅스 등에서 노조 조직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IT 산업의 성숙기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IT 업계에 노조가 생겨났다는 것은 변화의 조류를 의미한다. 또한 고용 안정과 근무 조건 개선에 대한 공통된 열망에 힘입어 개인주의 문화에서 보다 집단적인 문화로의 전환과 단체 교섭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노조 설립의 증가는 IT 산업의 성숙을 의미하기도 한다. IT 산업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혁신과 성장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 또한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IT 업계의 성공적인 노조로 가는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고용주는 노조로 인해 직원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노조 설립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고용주는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과감하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하며, 이는 결국 적대적 근무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달 영업 방해 및 고객 위협 등의 이유로 노동관계위원회에 2건의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노조의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강경한 요구는 기업의 재정 악화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조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력 확보를 위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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