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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 품에 안은 큐텐, '오합지졸'일까 '복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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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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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큐텐

공정거래위원회가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의 인터파크커머스 인수 건과 관련한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 큐텐이 지난 3월 말 인터파크커머스(쇼핑사업 부문)의 주식 전량을 매입한 지 한 달여만이다. 당국은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 세 곳을 연달아 인수·합병(M&A)하며 국내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만큼 꼼꼼히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큐텐은 지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으로, 싱가포르 현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동북아·유럽·미주 등 11개 언어, 24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최근에는 티몬·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 인수를 통해 국내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큐텐에 대한 공정위의 '엄격한 잣대'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들과의 합병을 과하게 경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큐텐이 보유한 물류 인프라 및 해외 직구 시장 독점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큐텐 기업결합 심사, 관건은 물류-이커머스 '수직결합'

큐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왔다. 국내 기업결합 신고 의무는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을 인수할 때 발생하는데, 큐텐이 단행한 M&A는 모두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티몬 인수의 경우 지난해 말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문제 없이 통과한 바 있다. 큐텐의 티몬 인수는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 간 합병으로 '수평적 기업결합'에 해당하는데, 공정위는 두 회사 간 합병에 따른 시장 집중도가 높지 않아 안전지대(시장집중도·HHI- 1200 미만)에 속한다고 봤다. 큐텐이 티몬을 인수한다고 해도 경쟁 제한성이 우려될 만한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큐텐이 티몬 심사 이후로도 공격적인 기업 인수를 이어가자, 공정위는 본격적으로 큐텐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큐텐이 국내 시장에서 확보하게 될 영향력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영배 큐텐 회장/사진=큐텐

하지만 시장에선 공정위 심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이며, 큐텐의 M&A가 공정위 심사를 통과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네이버(17%), G마켓·SSG닷컴 등 신세계그룹(15%), 쿠팡(13%) 등 국내 기업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큐텐이 인수한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 3사의 최근 실적이 좋지 못한 만큼, 큐텐이 M&A를 통해 일부 점유율을 확보하더라도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단, 당국이 큐텐과 인터파크커머스 간 '수직적 기업 결합'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직적 결합은 상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인접 단계에 있는 회사 간의 결합을 일컫는다. 특히 공정위가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Qxpress)의 물류 역량과 인터파크커머스의 결합에 주목할 경우, 이번 심사가 티몬 기업결합 심사처럼 '물 흐르듯'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큐익스프레스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소재 물류회사로, 2022년 기준 전 세계 17개국에 32개 물류 거점을 기반으로 국경 간 거래(CBT)에 힘을 쏟고 있다. 차후 심사의 관건은 당국이 큐익스프레스의 물류망과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결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쿠팡'은 괜찮고 큐텐은 안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국이 이제 와서 물류와 이커머스의 결합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국내에 탄탄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서비스를 성장시킨 '쿠팡'이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 및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이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실제 이커머스 기업과 물류·부동산 관련 기업의 수직결합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쿠팡은 약 350억원을 들여 부동산 개발업체 MTV파트너스의 주식 100%를 인수했다. 인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물류센터 확충이었다. 쿠팡은 인수 이후 지난해 9월 MTV파트너스의 3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MTV파트너스가 위치한 경기 안산시 시화지구 일대에 새로운 물류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쿠팡의 물류-이커머스 연계 전략은 국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쿠팡처럼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총알 배송'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자동화율이 80%에 이르는 온라인 전용 물류 센터 세 곳을 확보하기도 했다.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하고, 자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결국 쿠팡과 유사한 전략이다. 지금껏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당연시되던 물류와 이커머스의 결합을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경계해도 괜찮은 걸까. 일각에서 물류와 이커머스 간 '수직적 결합'을 이유로 큐텐에 대해서만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쿠팡 물류센터/사진=쿠팡

'해외 직구' 시장 독점 우려 제기

한편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로 해외 물류망을 갖춘 큐텐은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과 큐텐 사이 인프라의 차이가 결국 큐텐의 '독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큐텐을 통해 티몬·인터파크·위메프가 결합해 10%가량의 점유율을 확보, 네이버·신세계·쿠팡에 이어 '빅4 기업'으로 올라섰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다수의 해외 셀러와 큐익스프레스를 활용해 국내에서 직구 전문 버티컬(특화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큐텐의 품에 안긴 티몬의 해외 직구 판매액(명품 제외)은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30%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풀필먼트를 통해 해외 직구의 장벽인 배송 기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내 해외 직구 시장에는 아직 '선두 주자'라고 할 만한 기업이 없다. 고객 수요가 다수의 이커머스 기업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11번가와 지마켓이 각각 아마존 제휴 및 상품군 확대, 직구 전문관 확대 등을 통해 점유율 확보에 힘쓰고 있으나, 눈에 띄는 시장 판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큐텐이 큐익스프레스를 필두로 국내 직구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기업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쇠락하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거 흡수한 큐텐은 차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최근 시작된 공정위 심사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촉을 곤두세우고 큐텐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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