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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대 '희망퇴직' 카드 꺼내든 카카오엔터, '직원 복지' 강자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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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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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 정보기술(IT) 밸리에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인 인력 조정에 나서며 찬바람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카카오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부터 2주간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고연차 직원 대상의 이·전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내부 직원들은 사실상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을 ‘희망퇴직’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카카오엔터의 '긴축 경영' 기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하기 좋은 회사' 카카오답지 않은 소박한 희망퇴직 조건으로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카오답지 않은 희망퇴직 조건, 이미 예견돼 있었다?

카카오엔터의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은 창사 이래 처음 진행되는 인력 재정비 프로그램으로, 경력 10년 이상 또는 직책이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카카오엔터는 지원자에게 근속연수에 따른 퇴직금과 별개로 최대 15개월 치에 해당하는 기본급, 이·전직을 위한 지원금(5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카카오엔터의 희망퇴직은 일반적으로 희망퇴직 시 수억원대에 달하는 보상을 내거는 일반 기업, 금융사에 비해 강도 높은 희망퇴직은 아니다. 실제 카카오엔터가 제시한 조건을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희망퇴직자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최대 수천만원대에 그친다. 그렇다면 '일하기 좋은 회사'로 이름을 날리던 카카오엔터가 직원들 등을 떠밀며 '푼돈'을 쥐여주게 된 이유는 뭘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익'이다. 2020년만 해도 678억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내던 카카오엔터는 2021년 적자 전환했다. 2021년 963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2년 1,612억원까지 불어났다. 잡플래닛에 따르면 2020년 94% 수준이던 카카오엔터의 '성장 가능성'은 2021년 56%, 2022년 39%로 곤두박질쳤으며, 올해는 5월 기준 13%까지 하락했다. 회사의 성장에 대해 10명 중 9명의 직원이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카카오엔터가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분사했을 때부터 이 같은 결말이 예견되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뚜렷한 비전 없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적자를 떠안았다. 수익성이 악화하자 상여금 등 카카오 계열사의 무기였던 '직원 복지'가 후퇴했고, 직원들의 여론은 자연히 악화됐다. 직원 사기 저하와 적자 누적의 악순환 끝에 결국 구조조정을 택했지만, 그마저도 여타 빅테크 기업 대비 미약한 수준이다.

카카오엔터, SM 인수 전부터 '칼' 갈고 있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이 'SM엔터 인수'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중복되는 인력을 정리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협력 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풀이다. 하지만 카카오엔터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사실상 올 초, 즉 SM 인수 전부터 가시화돼 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부장급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일부 자회사도 청산했다. 지난 3월 북미 지역 웹툰·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직원 50여 명 전원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타파스 한국 법인은 지난 3월 직원 공지를 통해 "이달 20일부터 권고사직 절차에 들어가고, 희망퇴직자에겐 최대 4개월분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타파스는 김창원 창업자가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기업으로, 2021년 북미 웹소설 업체 래디쉬와 함께 카카오엔터로 인수됐다. 당시 타파스 한국 법인 측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경제 불황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경영 효율화를 통해 안정적이며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pexels

'수억원' 쥐여주며 떠밀어도 버티는 직원들

카카오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내 기업이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희망퇴직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해운 업체 HMM의 경우 지난해 12월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지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희망퇴직 조건은 2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근속연수 가산분, 자녀 학업 지원금,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하이트진로는 △15년 차 이상은 통상임금 34개월 치, 20년 차 이상은 통상임금 40개월 치 제공 △창업지원 대출 최대 5억원 △학자금 지원 퇴직 후 1년 치 등 파격적인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만 50세 이상, 만 10년 이상 근속한 희망퇴직 직원에게 최대 3년 치 임금과 성과급 200% 등 위로금을 지급했으며, 자녀 대학 학자금 최대 4학기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에도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택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목돈을 받고 퇴직한다고 해도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지난달 △최대 39개월 치 임금 제공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2022년 성과급 등 파격적인 조건의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신청자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고액 연봉을 앞세워 인재 유치에 나섰던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특히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희망퇴직을 받는 기업들도 인력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일반 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제시한 카카오엔터는 과연 목표했던 수준의 인력 조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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