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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의 최고 관심 키워드는 "생성형 AI"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반 MS365를 출시했으며, 메타는 '오픈 소스' 기반 대규모 언어 모델 라마2를 내놓으며 현재 챗GPT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시장의 판도를 다시 짜보겠단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구글(알파벳)의 경우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지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 이후 올해 2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생성형 AI 각축전에서 '원조 IT 기업'인 애플만큼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5월 실적발표에서 애플 CEO 팀 쿡은 AI에 대해 두 번만 언급했는데, 이마저도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또한 애플은 지난 6월 열린 소프트웨어 출시 행사에서 AI로 구동되는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을 새로 선보였으나, 이때도 콕 집어 'AI'라고 언급한 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 실적 발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머신 러닝'이라는 용어를 더 빈번히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해당 용어는 AI 업계의 실무에서 더 자주 사용된다. 즉 애플의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을 돕는 '유용한' 도구"에 있는 만큼, '생성형 AI'라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IT 시장에 대한 자사만의 철학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선보이는 '생성형 AI' 서비스, "좋은 건 알겠는데" 투자자들에게는 확신 못 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기반의 AI 서비스를 쉴 새 없이 내놓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기반 검색 엔진인 '생성형 검색 경험(Search Generative Experience, SGE)'의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날 구글 CEO 피차이 순다라라잔은 "이번 개선을 통해 일반 구글 검색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기존 구글 검색 엔진의 광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AI 기반 검색 엔진인 만큼 새로운 종류의 광고에 대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적 발표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워드, 파워포인트 등의 MS365에 통합하는 월 30달러의 '코파일럿(Copilot)' 구독 서비스를 소개했다. 기존 제품 대비 240% 인상된 가격이나, 시장에선 AI 기반 업무 관련 기능들을 틍해 생산성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 값 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메타는 지난 18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오픈 소스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인 "라마2(Llama2)"를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저커버그는 라마2 출시 당일인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라마2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통해서도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메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챗GPT 중심의 AI 시장의 판도를 다시 짜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들의 AI 서비스가 정작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기업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실제 이번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빅 테크 기업 경영진들이 언급한 바이기도 하다. 실제 마이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코파일럿 서비스가 성장해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마크 저커버크는 라마2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인정한 바 있다.
'생성형 AI' 열풍, 혹여 과대 거품일 수 있음에 주의해야
미국 IT 컨설팅 회사 가트너가 제시한 '과대 광고 주기(Hyper Cycle)'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되면 해당 기술이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투자를 받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의 배치가 초기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는 '현실'에 맞부딪치고 시장의 거품이 꺼지게 되는 '환멸(Trough of Disillusionment)' 단계에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의 생성형 AI 기술이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 단계에 있다고 본다. 즉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는 대부분 기업이 'AI 붐'의 혜택을 받고 엄청난 투자를 받으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때 위축됐던 반도체 시장은 AI 반도체로 인해 다시 활황을 맞게 됐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 주식은 2023년 매출 전망치 430억 달러에서 4년 후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가트너의 '과대 광고 주기'처럼,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AI 기업들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는 데 실패하고 시장의 거품이 한 차례 꺼지는 '환멸'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의 경영진들의 태도만 보더라도,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의 수익 창출에 다들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JP 모건 분석가 마크 머피는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AI 서비스들이 제대로 된 수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다년 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만의 길을 가는" 애플, 우리는 제품 회사다
한편 애플은 AI 기술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상기 빅테크 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5일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 2023(WWDC 2023)에서 애플은 '생성형 AI'와 관련된 자체적인 AI 모델을 언급하기보다는, 다소 학문적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 머신러닝 등 제품에 실질적으로 쓰이는 AI 기능에 대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애플 CEO 팀 쿡은 "우리는 AI 기능을 제품에 통합할 뿐, 유저들은 이것을 AI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애플이 곧 하드웨어, 특히 아이폰과 생태계에 기반한 기업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기업들과는 기업의 '먹거리'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2분기 회계연도에서 애플은 948억4000만 달러의 매출 중 513억 달러를 아이폰에서 벌어들였다.
이에 따라 이번 주 공개될 애플의 실적 발표에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여타 경쟁 빅테크 기업들이 마치 의례적으로 했던 것처럼, AI에 대해 길게 논의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5월 애플의 실적 발표에서 팀 쿡은 AI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회사 제품 및 기능으로 화두를 돌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