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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창업 활성화와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가업승계 증여세 등 세금 부담은 대폭 줄이고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벤처모펀드 세제 지원 혜택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세법 개정안'을 27일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중소기업 가업승계 세 부담 완화를 비롯한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대 이하의 민간벤처모펀드(이하 민간모펀드) 세제지원 방안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세 부담 완화, 민간 투자 활성화에 주안점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며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 구조적 위기 극복 역량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수출·투자·내수 진작 △세 부담 완화 △인구·지역 등 구조적 위기 극복 △납세자 친화적 환경·세입 기반 확대 등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했다.
먼저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을 제고를 위해 가업승계에 따른 세 부담 완화에 나섰다. 그간 중소기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이는 이달 초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내용으로, 기존 60억원이던 증여세 저율과세(10%) 구간을 3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5년으로 한정했던 연부연납 기간은 20년으로 연장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 또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후 사후관리 기간(5년) 동안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 업종 변경만 가능했던 것에서 대분류 내 업종 변경으로 범위를 확대해 산업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외건설자회사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손금산입 특례를 신설했다. 이는 해외건설수주 지원을 위해 마련된 방안으로, 국내건설모회사가 해외건설자회사에 지급한 대여금에 대해 회수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손충당금으로 손금산입을 할 수 있는 한도를 10년간 10%씩 단계적 상향한다. 지금까지는 대손실적율과 1% 중 큰 비율을 한도로 대손충당금 손금산입을 허용했다.
창업 및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에 나선다. 민간모펀드에 출자할 때 벤처기업 출자금액의 5% 및 출자 증가분의 3%를 세액공제하고, 개인투자자의 경우 민간모펀드 출자액의 10%를 소득공제한다. 민간 운용사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는 모펀드를 운용하는 창업투자회사 등 업무집행조합원(GP)의 용역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개인 및 민간모펀드 운용사가 모펀드 출자로 취득한 창업·벤처기업 주식 및 지분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을 비과세한다.
숙원 사업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 개선'에 중소기업계 반색
그간 꾸준히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 개선을 촉구했던 중소기업계는 이번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제1차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를 개최해 "중소기업의 승계는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 및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기업승계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이 자리에서 증여세 과세특례 세율 단일화(20%→10%)를 비롯해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 연장, 업종 변경 제한요건 완화 등을 촉구했는데, 상당 부분 실현된 셈이다.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 역시 다르지 않다. 기업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빈번히 발생하던 각종 위법 행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청이 적발한 자금세탁 사례에서는 거액의 해외 투자를 위장한 후 투자가 실패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등 증여세 탈루를 목적으로 하는 위법 행위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없는 싱가포르로 사업 기반을 옮기는 사례가 종종 포착되기도 했다.
그간 정부가 '수출 확대'를 외치며 외화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도 막대한 세금 부담으로 우리 중소·벤처기업을 해외로 몰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적극적인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과 기술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 모태펀드 대체? "이걸로는 역부족"
다만 민간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번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시한 '민간벤처모펀드의 구성 및 운용구조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도입에 따른 운용이나 관리상 혜택 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정부 모태펀드 예산 축소로 얼어붙은 벤처 투자 시장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기재부의 민간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제시된 세제 혜택은 법인의 경우 출자액의 60% 또는 실투자액 가운데 큰 금액의 5%와 투자증가분 3%로 최대 8%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꽁꽁 얼어붙은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대부분 5% 혜택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개인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출자금 10% 소득공제 역시 일반 개인투자조합보다는 큰 혜택이지만, 49인 이하 조합원 등 각종 조건이 붙은 만큼 온전히 혜택을 누리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정부 모태펀드 감액으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이 정도 혜택으로 누가 발을 들이려 하겠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이 정도로는 벤처모펀드와 벤처펀드에서 이중으로 발생하는 관리보수 부담을 더는 데 역부족"이라고 꼬집으며 "진짜 민간모펀드를 활성화할 의지가 있다면 훨씬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모태펀드 출자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2021년 1조원을 상회했던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올해 7,000억원대로 급감했으며, 추가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VC 업계가 의존할 수 있는 곳은 민간모펀드가 아닌 정부의 모태펀드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청사진인 '민간 주도 벤처투자 시장 형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