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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 열풍에 OTT들 '속수무책', "구독료 인상은 예견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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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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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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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글로벌 OTT 기업들이 월 구독료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펼쳐 온 저가 정책을 종료하고 이익 창출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구독료 상승 물결의 주된 원인은 인플레이션 현상 장기화, 제작비 증가에 따른 부담 가중 등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구독료 상승 이후 콘텐츠의 질적·양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OTT 기업들이 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디어 황금기 저물어", OTT들 구독료 '줄인상'

12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케이블 방송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던 미디어 황금기가 저물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 OTT 기업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주요 OTT를 함께 구독할 경우 매월 드는 비용이 월간 케이블TV 패키지 이용료를 훌쩍 넘었다. 미국 주요 OTT 합산 월 구독료는 오는 10월 기준 87달러인데, 현재 미국의 평균 케이블TV 패키지 이용료는 83달러 수준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OTT 기업들은 최근 일제히 월 구독료를 인상했다. 이 같은 구독료 인상 물결은 OTT 특유의 만성적 손실이 주 원인이다. 지난 9일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2분기 스트리밍 서비스 손실 규모는 약 5억1,200만 달러(한화 약 6,800억원)에 달했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증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손실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점도 가격 인상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일각에선 "OTT 구독료는 애초부터 오를 운명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가 요금제 폐지, 계정 공유 금지 등 강경한 조치에도 오히려 이익이 증가한 넷플릭스의 사례가 가격 인상을 부추긴 경향도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미국, 영국 등 100여 개국에서 가구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면 7.99달러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의 강경책에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정작 넷플릭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8억3,000만 달러(한화 약 2조4,000억원)에 달했다.

구독료 인상 '도화선'된 인플레이션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도 구독료 인상에 도화선이 됐다. 미국 고용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O)는 지난해 대비 4.0%, 전월 대비 0.1% 상승하며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Fed가 기준금리를 역대급인 5.25%까지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억제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은 건 다름 아닌 MZ세대다. MZ세대는 고물가 고금리가 이어지자 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합성어)족을 자처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나갔는데,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게 구독 서비스였다. 구독 서비스는 매달 요금을 지불하는 고정 지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딜로이트가 미국 소비자 2,0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OTT 구독을 중단했다'고 밝힌 비율이 밀레니얼 세대에서 62%, Z세대에서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절반 이상이 이용하던 OTT 구독을 중단한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딜로이트는 "OTT 서비스 이용 추세를 조사하기 시작한 근 5년 동안 구독 중단율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MZ세대가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OTT 업체는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구독 서비스 분석 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훌루(Hulu), HBO맥스 등에 대한 OTT 구독 취소는 전년 대비 49%나 증가했다.

오르기만 하는 제작비, "재원은 한정적인데"

제작비 폭등도 OTT 입장에서 큰 문제 중 하나다. 최근 플랫폼 수가 많아지고 작품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제작진과 배우 몸값이 크게 뛰었다. 이와 관련해 한 스튜디오 관계자는 "제작 현장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작 기간과 비용도 늘었다"며 "사전제작이 자리 잡으면서 제작 기간이 1년까지 늘었고, 이에 따라 비용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가 3억7,000만원 수준이었던데 반해 현재는 회당 평균 제작비가 평균 1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인기리에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의 회당 제작비는 22억원에 달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9억여원, <수리남>은 58억여원 수준이었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경우 시즌1 제작비가 253어구언(회당 약 28억원) 수준이었는데, 시즌2는 총 1,000억원까지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 번 오른 제작비는 쉽게 줄지 않는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소모되는 비용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 tvN 등도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일제히 수목극을 잠정 폐지했다. SBS의 경우 지난 2015~2019년 연 최대 20편의 드라마를 방영했으나 지난해 10편으로 드라마 편성 수를 줄였고,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올 상반기 TV 방영 회차가 전년 동기 대비 23회차 감소했다.

 

OTT 구독료 향상 이후 콘텐츠의 질적·양적 하락이 우려되는 이유다. OTT 구독료의 증가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력 증가와 직접적으로 매칭되지 않는다. 높아지는 구독료와 제작비 간의 평행선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투자력이 하락할 우려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더 냈는데 정작 볼거리가 없어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 편수를 줄일 수도 있고, 영화 한 편당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의 질적 하락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가운데 OTT 기업들의 구독료 상승 출구전략이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지,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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