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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관람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작 영화 4편이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영화관이 고사하는 것 아니냐"며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영화관의 시대가 끝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산한 여름 극장가
올여름 극장가에는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밀수>, <비공식 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빅4 한국 영화들이 일제히 개봉했다. 하지만 <비공식 작전>, <더 문> 등은 기대만큼의 관객을 모으지 못했고, <밀수>만이 400만 관객을 간신히 넘겼다. 그나마 가장 늦게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 4일 만에 1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름 극장가의 부진은 한국 영화들의 흥행성 이외에도 외부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OTT 콘텐츠에 비해 요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보편화된 데다 영화 티켓 값 인상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극장들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영화 티켓 값을 크게 올렸지만 소비자들은 외면으로 답했다. 이에 멀티플렉스 3사 모두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한 상황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3%, 54.3%, 190.5%로 크게 늘었지만 수익성 개선에 실패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이전 8,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던 티켓 가격은 1만 5,000원까지 올랐다. 영화관 한번 가면 영화표 및 간식 비용을 합쳐 1인당 평균 3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티켓 값이 비싸진 만큼 관객들의 영화 관람 기준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영화관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여가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영화의 투자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더라도 '돈값'을 하리라는 확신이 없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에 반해 OTT 서비스는 월 만원 내외의 저렴한 요금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소위 '가성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집에서 넷플릭스·디즈니+ 등 OTT를 마음껏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OTT 플랫폼 대 기존 극장
영화관 수는 줄어드는 반면, OTT 플랫폼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 OTT 앱 사용자 수는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디즈니+의 <무빙>과 넷플릭스의 <D.P. 시즌 2>는 올여름 대부분의 극장 개봉작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무빙>은 1~7화 첫 공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4개국에서 1위에 올라섰다. 제작비도 빅4 극장 개봉작들보다도 2배 이상 많은 500억원이 투입됐다.
OTT 플랫폼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영화관 방문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게 됐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기생충>, <조커>와 같은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이 필요한 대작이 아니라면 굳이 극장 방문에 따른 불편과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OTT 시장이 점점 발전할수록 극장이 쇠퇴하리라는 건 자명하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화면에 익숙해진 세대가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까. 대작 영화들만 상영하는 대형 스크린을 확보한 상영관이나 IMAX, 4DX 같은 특수관만 호황을 누리고 나머지 일반관들은 점점 수요가 줄어 축소될 것이다. 극장뿐만 아니라 IPTV 시장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쇠퇴할 것이 명확해 보인다.
OTT 황금시대
디지털로의 전환은 관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가의 광고 수익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ICT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방송 광고 매출이 디지털 광고에 밀려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광고 매출은 2017년에 방송 광고 매출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전체 광고 시장의 57.3%를 차지했다. 반면 방송 광고는 23.8%에 머물렀다.
엔터테인먼트와 광고의 환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하고 있다. 티빙, 웨이브와 같은 OTT 플랫폼이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고 무료 스트리밍 TV(FAST TV)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방송계의 생존 여부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디지털 혁명이 콘텐츠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그 영향이 업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