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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공지능(AI) 이커머스 솔루션 스타트업 인핸스(Enhans, 옛 바이럴픽)가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프리시리즈 A 투자사인 현대기술투자, L&S벤처캐피탈, KDB캐피탈 모두가 팔로우온 투자에 참여했으며, 타임폴리오, AOA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신규 투자사로 나섰다. 이로써 인핸스의 누적 투자금은 총 100억원이 됐다.
빅데이터·AI 전문가 모인 인핸스
지난 2021년 2월에 설립된 인핸스는 전 세계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유지하고 시계열로 관리하는 데이터 기술을 통해 행동형 AI가 직접 기회를 분석하고 커머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해당 기술이 포함된 11건의 특허를 미국과 국내에 등록했으며,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해 다양한 브랜드의 국내외 무대 진출을 돕고 있다.
인핸스 관계자는 성공적인 투자 유치 비결로 뛰어난 기술 경쟁력과 우수한 전문 연구 개발 인력을 꼽았다. 실제로 인핸스의 임직원 대다수는 빅데이터 및 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서울대, 카이스트, 중국 칭화대, 미국 카네기멜론 등 글로벌 주요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와 카카오, 쿠팡, 이베이 등 빅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다양한 인재들이다. 이승현 인핸스 대표 역시 카이스트 출신으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다년간 데이터 분석 실무 경험과 연구 경험을 고루 갖춘 빅데이터·AI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앞서 프리시리즈 A 투자에도 참여했던 장두현 L&S 벤처캐피털 수석 심사역은 “각 분야 전문성이 확실한 실무진들이 자체 개발한 크롤링 엔진으로 국내외 이커머스 오픈마켓의 빅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인했다"며 "동시에 대상 국가 및 플랫폼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성장성도 관측할 수 있었다”고 이번 투자 이유를 밝혔다.
하이퍼 오토메이션, 이커머스 운영 효율화 돕는다
인핸스의 핵심 기술인 하이퍼 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 즉 AI 기반의 ‘초자동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위해 하루 1억 건 이상의 이커머스 플랫폼 상품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자체 개발 빅데이터 엔진을 활용하고 있다.
또 인핸스는 ▲시장 분석 ▲제품 소싱 ▲판매 채널 관리 ▲판매 촉진 ▲구매 전환 ▲브랜드 보호 등의 영역에서 수집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해 해외 상품 소싱에 대한 초자동화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주요 이커머스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잘 팔릴 상품’을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해외 판매자(공장·도매)와도 손쉽게 컨택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상품을 확보할 수 있다.
인핸스는 이같은 기술력과 실적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퍼스트펭귄'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울러 잡코리아에 기재된 정보에 따르면 인핸스의 매출액은 2021년 12월 기준 8,035만원에서 2022년 12월 3억9,962만원으로 약 397% 급등하는 등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이 대표는 “고도화한 빅데이터 엔진과 AI 기술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시리즈 A 투자를 기반으로 북미, 유럽, 동남아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스케일업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핵심 인재도 적극 채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레드오션인 AI 기반 B2C 전략과 블루오션인 AI 기반 B2B 전략, 후자 택한 인핸스
한편 이커머스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Business Insider Intelligence)와 리서치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소매 시장에서의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2021년 18.8%에서 2026년 24%까지 확대되고, 매출액도 2021년 5,211조 달러(약 69경3,073조원)에서 2026년 8,148조 달러(약 108경3,7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커머스 운영 및 고객 유치에 있어 핵심으로 꼽히는 AI 빅데이터 기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이커머스에 쓰이는 AI 기술은 일반적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적용되는 데다, 이미 대다수 기업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이커머스가 산업 핵심으로 부상함에 따라 국내외 대기업들은 AI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며 "고객의 편의를 돕는 기술은 이미 시장 포화 상태"라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선두 주자인 네이버는 지난 2020년 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인 포유(For You), 에이아이템즈(AiTEMS) 등의 AI 추천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 및 충성 고객 유지에 성공하며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쿠팡 역시 AI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의 검색기록을 분석하고 소비자 개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등 고객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계절·지역·행사 등에 따른 주문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주문량을 예측 후 미리 상품을 구비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인핸스는 B2B에 집중하며 일명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제공 솔루션도 국내외 대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AI 기반 상품 추천이나 검색엔진 기술이 아닌 '이커머스 시장의 문턱을 낮춰 사업자들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VC 관계자들이 "인핸스가 기술력 고도화와 서비스 강화를 이뤄낼 경우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인핸스에서 표방한 대로 기술 고도화 및 솔루션 다양화에 성공해 스케일업을 이뤄낼 수 있을지 당분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