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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터니티(Eternity)'의 개발사 펄스나인은 다음 달 14~1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 하이퍼홀에서 이터니티의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가상인간이 단순 광고, 마케팅 분야를 넘어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인간이 1시간 동안 무대 채운다?
이터니티는 가상 인물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직접 촬영한 영상과 합성하는 딥리얼(Deep Real) AI 기술로 탄생한 걸그룹이다. 2021년 3월 '아임리얼(I'm real)'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정식 데뷔, 지금까지 총 4장의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터니티의 첫 단독 콘서트 'IITERNITI BEGINS : The First Journey'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하이브리드 음악 영상 제작 지원사업'으로 기획됐다. 공연은 총 4회며, 회당 1시간에 걸쳐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펄스나인 측은 가상인간이 각종 무대에 단발성으로 등장한 적은 있지만, 장시간 단독 공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펄스나인은 이터니티의 이번 콘서트를 세련된 음악, 화려하고 이머시브한 미디어 아트 등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콘서트 공연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약 1,350인치)의 초대형 고해상도(16K) LED와 3D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됐다. 아울러 펄스나인은 기존 이터니티를 구현했던 2D 기술 베이스를 넘어 3D 모션캡처, AI 싱잉보이스 등을 활용, 한층 발전한 버추얼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터니티는 콘서트 무대에서 ‘아임리얼’, ‘노필터’, ‘파라다이스’, ‘DTDTGMGN’ 등의 오리지널 곡을 완전체 무대로 소화한다. 다음 달 16일 발매 예정인 정규 1집의 무대도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터니티 외에도 가상인간 아리, AI 작곡가이자 AI 싱어송라이터 에이미문, 이터니티의 남동생 가상인간인 반자민 등이 게스트로서 무대에 오른다.
가상인간의 '토크 콘서트'
이터니티의 단독 콘서트 이전에는 가상인간의 '토크 콘서트'가 있었다. 지난해 8월 가상인간 '나수아'를 개발한 넵튠 자회사 온마인드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 팝콘' 행사에서 성우 서유리와 함께 가상인간 '하나리(HaNari)'의 라이브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버추얼 스트리머(가상 인터넷 방송인) ‘하나리’가 등장해 실시간 인터뷰를 하고, 관객들과 퀴즈쇼를 진행했다. 온마인드 측은 별도의 영상 합성 및 편집 없이 실시간으로 모션 캡처를 통한 송출 방식을 사용, 무리 없이 관객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리는 약 7개월에 걸쳐 디지털 합성이 아닌 전신 3D 모델링 기술로 제작된 가상인간이다.
행사 이후 하나리는 국내 버추얼 스트리머 대부분이 활동하는 트위치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혔으나 토크 콘서트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스트리밍을 비롯한 공개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나리의 '타깃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트위치 내 '버추얼 스트리머' 수요층은 일본의 서브컬처(만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가상인간보다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캐릭터와 닮은 비현실적인 모습의 버추얼 스트리머에게 호감을 느낀다. 현실의 사람과 꼭 닮은 하나리는 사실상 버추얼 스트리머 수요층의 취향에서 빗겨나간 캐릭터인 셈이다.
여전히 가상인간은 '돈'이 된다
비록 하나리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온마인드 1호 가상인간 ‘나수아’는 보란 듯 시장 흥행에 성공했다. '디지털 셀럽'으로 불리는 나수아는 현재 글로벌 식음료, 뷰티, 의류 등 다양한 분야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던킨, 라네즈, 한국관광공사 등의 광고 모델로 기용되는가 하면, 걸그룹 아이브의 인기 멤버 장원영과 함께 SK텔레콤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태국 광고 기업과의 계약을 따내며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나수아 외에도 수많은 가상인간이 '인플루언서'로서 주목받고 있다. 가상인간 개발 기술이 발전하며 '불쾌한 골짜기(인간과 애매하게 닮은 로봇 등에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 문제가 해소되자, 가상인간에 대한 대중의 인식 역시 개선된 것이다. 최근 들어 가상인간은 영상, 커머스, 음원 발매 등 활동 범위를 넓히며 본격적으로 상업화 절차를 밟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마켓스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이 2020년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까지 약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가운데, 과연 가상인간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