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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VC와 일반 VC 중 어느 쪽의 수익성이 더 좋을지에 대한 논쟁은 VC 업계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논쟁 중 하나다. 한편에서는 투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 VC가 수익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어차피 VC가 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벤처기업가의 일반적인 필요를 잘 지원해 줄 수 있는 일반 VC가 더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VC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둘 중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더 복잡해졌다. 특히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중소형 VC들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쪽에 특화된 VC라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 만큼, 자신들의 색상을 나타나는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문 VC, 일반 VC 사이 수익성에 큰 차이는 없어
지난 21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1,824개의 VC의 5개년 단위의 투자 수익률(IRR)을 비교한 결과, 일반 VC와 전문 VC 간 압도적인 수익률 격차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년간 전문 VC가 수익률이 눈에 띄게 더 높았으나, 2015년 이후로 그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 VC가 일반 VC 대비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 바이오 및 기술 분야 투자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로 갈수록 전문 VC의 투자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반면 일반 VC들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처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소형 VC들 사이에서는 전문 VC들의 성과 두드러져
VC들을 크기에 따라 구분하자 수익성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원화 기준 약 3천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소형 VC들의 경우, 전문 VC들의 수익률이 일반 VC들보다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전문 VC들일수록 초기 투자를 진행하는 데다 바이오 및 기술 분야 투자 특성상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분야에 특화된 VC일수록 전문성이 강화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더 일찍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길 수 있다. 해당 분야의 기업들을 연속적으로 만나면서 축척된 네트워크 덕분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평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대형 VC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일반 VC가 더 나은 성과 보여
반면 대형 VC들 사이에서는 최근으로 올수록 일반 VC가 전문 VC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원화 기준 3천억원 이상의 펀드를 보유한 VC들 기준으로 볼 때, 일반 VC들은 시리즈 A, B보다 후순위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고, 특수 산업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투자 결정도 재무제표에 나타난 매출액, 수익성 등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고, 지난 2020년까지 벤처 투자 시장이 크게 활황이었던 점이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일반 VC가 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었던 원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VC의 수익성이 단순히 펀드의 규모 및 투자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시장 상황, 투자팀 구성, 위험 분석, 전문 분야 등등이 모두 중요한 고려 요소인 데다, 장기 투자의 특성상 단기적인 시야로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피치북 관계자는 일반 VC가 전문 VC보다 눈에 띄게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영역이 2015년 이후 시장 활황기, 대형 투자 건에서만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반적으로는 전문 VC에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