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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 ‘최고 실적’ 기록 고위험 대출도 함께 증가 고수익 일부 ‘완충 자본 활용’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럽 은행들이 높은 수익성과 실적으로 작년을 마무리했지만 신용 경색의 전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은행들의 작년 자본수익률(return on equity) 10.5%와 순이자수익률(net interest margin, NIM, 이자 수익과 비용 차이) 1.66%는 10년 중 최고에 가깝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고위험 대출과 금융 취약성도 소리 없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 은행, 10년 중 ‘최고 실적’
신용 위험이 크게 증가했지만 아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지 않은 2단계 대출(stage 2 loans)이 작년 말 1조 5,700억 유로(약 2,518조원)로 전체의 9.7%를 차지한다. 유럽뿐 아니라 일본도 팬데믹 이후 회복이 느린 기업들을 중심으로 채무 불이행이 증가하고, 한국의 경우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최근 8년 중 최고를 기록해 1%의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CCyB)이 발동된 상태다.

주: 연도(X축), 순이자수익률(청색 곡선, 좌측 Y축), GDP 대비 신용 초과율(검정 점선, Y축), *GDP 대비 신용 초과율 = GDP 대비 신용 대출 비중과 그 장기 추세 간의 차이
‘신용 경색 위험’ 증가
이는 은행의 고수익이 연체율 증가로 이어지는 거시 금융적 패턴을 나타낸다. 높은 이자율이 은행 수익률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채무자들의 상환 비용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변동 금리를 적용받거나 금리 재설정을 앞둔 고정 금리 대출자들은 더욱 그렇다. 2단계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이들이 받는 금융 압박의 명확한 신호다.
하지만 일부 유럽 정부는 증가한 은행 수익에 대해 초과이득세(winfall taxes)를 부과하고 있는데, 스페인의 경우 순이자 수익(net interest income) 및 수수료 수익에 4.8%를 추가로 물리고 있다. 하지만 세금은 자본을 금융 시스템 밖으로 빼내 신용 경색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초과수익의 일부를 은행이 유보해 채무 불이행 증가 시 완충 자본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
사전 ‘완충 자본 적립’ 필요
실제로 유럽 경제 지역(European Economic Area) 내 17개국이 이러한 ‘양의 중립 경기대응완충자본’(positive neutral 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신용 위험이 크지 않아도 완충 금리를 설정)을 쌓고 있다. 수익성이 높고 자본 상태가 건전할 때 완충 자본을 설정해 놓으면 불경기에도 손실을 흡수하고 대출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수익과 위험을 구체적으로 대비시킬 수 있는 게 수익-위험 버퍼(Profit-to-Risk Buffer, PRB)다. 먼저 1.5~1.7% 정도로 순이자수익률 한도를 설정한다. 해당 수치가 2분기 연속으로 범위를 넘으면 초과수익의 일부를 신용 손실에 대비한 완충 자본으로 적립한다. 그리고 2단계 대출 등의 지표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은 해당 자본을 사용할 수 있다.
해당 방식은 수익이 높을 때 완충 자본을 쌓고 신용 경색이 완화되면 운전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투명성이 높고 공개된 데이터와 연동할 수 있으며 지역 상황에 맞게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뿐 아니라 학교, 병원,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국가 경제가 갑작스러운 신용경색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은행들이 1.6%를 넘는 순이자수익률의 60%를 유보한다면 1년 동안 170억 유로(약 27조원)를 적립할 수 있는데, 이는 3년 간의 신용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규모다.

주: 은행 예대마진, 은행 자본 준비금, 채무 불이행 비율, 은행 대출, 자산 가격, 상업 부동산 가격, 은행 구조조정 비용, 예금보험으로 인한 세금, 소비(좌→우, 상→하 순서) / 완충 자본 설정(검정), 미설정(연두)
‘세수’보다 ‘완충 자본’ 활용이 현명
은행 수익률이 최고점을 찍고 하향 추세이기 때문에 자본금 유보 기회가 이미 사라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아직 여지는 있다. 과거에 비해 수익률 자체가 워낙 높고 ‘수익-위험 버퍼’는 수익이 줄면 함께 감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상황이 좋을 때 자본을 적립해 두면 장기적인 신용 공급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유럽은 전형적인 ‘후반기 딜레마’(late-cycle dilemma, 경제가 확장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경기 침체에 가까워짐)를 맞이하고 있다. 높은 은행 수익률에도 채무자들이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그 신호다. 그렇다면 수익의 일부를 국가 재정에 포함할 것이 아니라 은행에 남겨 경기대응완충자본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보인다.
이는 일시적인 조율이 아니라 오늘의 수익을 내일의 신용 회복력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문제다. 지금 조치한다면 심각한 신용 쇼크를 방지하고 팬데믹 이후 경기 연착륙도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ofit with a purpose: lock post‑pandemic bank windfalls into buffers before the credit cycle turn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