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기관 의무확약 비중 2.6%, 이달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낮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 3분기 실적마저 부진 ‘파두 사태’로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도 상장에 악영향
오는 17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을 앞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를 두고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진한 3분기 실적에 더해 대규모 물량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의 의무확약 비중마저 이달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치면서다. 여기에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마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증시 입성 3개월 만에 믿기 어려운 실적을 내놓으며 부실 상장 의혹에 휩싸이자,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앞두고 부진한 실적 발표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배정된 에코프로의 최종 물량 636만9,440주 가운데 97.4%(620만6,824주)가 미확약 물량으로 집계됐다. 의무 보유확약 비중은 2.6%로, 이 중 확약 기간을 6개월로 잡은 기관 비중도 전체 0.2%에 그쳤다. 이달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확약 물량 비중이 낮은 배경으론 글로벌 경기 침체 둔화 우려로 변동성이 확대된 국내외 증시 상황이 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기관들은 실제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 과정에서 보호예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주문하거나, 물량을 조금 덜 주문하더라도 보호예수 기간을 짧게 거는 분위기다. 상장 첫날 차익실현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관들이 많은 셈이다.
최근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도 상장 첫날 주가 급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부진한 3분기 실적도 결정적인 요인이다. 14일 에코프로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 3분기 매출은 2천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69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로 전환했다.
사기 IPO 논란으로 번진 '파두 사태'에 투자자들 실적에 민감
이에 김병훈 에코프로 대표는 앞서 지난 14일 임직원과 주주들에 보내는 공식 서한을 통해 3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이사로서 상장을 앞둔 시점에 분기 영업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광물 가격 하락과 원자재 재고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며 “미국의 고금리와 유럽 지역의 친환경 정책이 지연되면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사도 이런 시장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실적 발표일에 사과문을 기재한 이유는 ‘파두 사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마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는 증시에 입성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처참한 실적을 내놓으며 연일 저점을 기록 중이다. 파두는 공모가 3만1,5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뒤 한 달여 만에 4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며 1만7,000원대까지 폭락했다.
파두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2,0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7.6% 하락했다. 시가총액 1조원대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 후 불과 3개월 만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파두가 과거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치는 1,202억원이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초기 투자자가 3분기 실적 공시 직전 보유 지분을 매도해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문제의 펀드는 실적 발표가 있었던 이달 8일 이전까지 보유 중이던 파두 주식을 집중 매도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투자자들의 분노는 결국 법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15일 한누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파두의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2023년 8년 7일 IPO(기업공개)를 강행한 파두 및 주관증권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주주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렇듯 파두 사태로 인해 현재 투자자들의 기업 실적 민감도는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이차전지 업종의 투자심리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PO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