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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타인에게 되파는 것은 소유주의 자유” 소비자들 반발 ‘페라리, 포드’ 등 자동차 업계에선 신차 출시 초기 재판매 제한 전례 있어 샤넬, 에르메스 등 패션 업계도 ‘재판매 금지’ 조항 내걸기 시작
테슬라가 오는 30일 고객 인도에 들어가는 ‘사이버트럭’의 주문 약관에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페라리 등 자동차 회사들은 종종 신차 출시 초기에 재판매에 제한을 두는 정책을 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나이키, 에르메스 등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제품 출시와 동시에 재판매 금지 관련 조항을 내걸기 시작했다. 최근 한정판이나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매한 뒤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이 성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이버트럭 재판매, 배송 후 1년까지 제한
12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미국 IT 매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달 말 출시를 앞둔 사이버트럭 주문 약관에 '사이버트럭 전용'이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해당 조항에는 “고객은 차량 인도일 이후 1년 이내에 차량을 판매하거나 판매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고객이 이 조항을 위반하거나 테슬라가 고객이 이 조항을 위반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경우, 테슬라는 차량 소유권 이전을 막기 위해 금지 가처분 구제를 요청하거나, 5만 달러(약 6,640만원) 또는 판매·양도 대가로 받은 금액 중 더 큰 금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마지막으로 “이 약관을 위반할 경우 향후 고객에게 어떤 차량도 판매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고객이 사이버트럭을 판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테슬라가 되사거나, 테슬라 측 서면 동의를 받아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때 테슬라가 되사는 가격은 원래 차량 가격에서 주행 거리와 마모 및 손상 등을 반영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만일 테슬라가 재판매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을 새 소유자에게 양도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재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테슬라가 2019년 처음 발표 이후 수년 만에 내놓은 사이버트럭은 독특한 디자인과 소재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내구성 강화 및 탑승자 보호를 위해 우주선 제조에 쓰이는 초고경도 냉간압연 스테인리스로 차체 전반을 제작한 점이 특징이다. 양산 시점이 거듭 연기됐던 사이버트럭은 지난 7월 텍사스 공장에서 첫 생산을 시작했으며, 해당 물량은 오는 30일 고객 인도에 들어간다.
리셀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 적극 예방 나선 기업들
사실 이 같은 조항을 내건 회사는 테슬라가 처음이 아니다. 테슬라가 새로운 방침을 내놓기 이전에 이미 몇몇 자동차 회사에서 신차 출시 초기에 재판매에 제한을 두곤 했다. 대표적으로 페라리는 모든 한정판 자동차에 재판매 제한 조건을 걸고 판매하고 있으며, 포드도 2017년 초기 포드 GT 등 일부에 모델에 한해 구매 후 2년간 재판매 금지 조항을 내걸었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제품 출시와 함께 재판매 금지 관련 조항을 덧붙이는 추세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지난해 3월 거래 약관에 ‘재판매 관여 금지’ 조항을 포함했다. 약관에는 "고객은 본인이 중개인 또는 중개인의 대리인이 아닌 최종 소비자로서 행위할 것을 보증한다"는 문구와 "영리 또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에르메스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지난해 10월부터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추가했다. 여기에 "리셀 목적의 구매라고 판단한 소비자에겐 해당 계정 제한과 주문 취소, 계정 폐쇄 등의 조치까지 하겠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이 밖에도 샤넬과 뉴발란스 등도 지난해 리셀을 막기 위한 조항을 이용약관에 추가했다.
기업들이 이 같은 재판매 금지 조항을 내걸기 시작한 이유는 당초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리셀러들로 인해 실제 소비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리셀러들이 소위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 등 소비자들의 편익을 해치는 사례를 막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예방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리셀이 개인 간 이뤄지는 거래라 제지하기 어려운 데다, 개인이 스스로 사용할 용도로 구매했다가 되파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소비자의 구매 과정에서 리셀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방법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