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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 연장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민주당은 '주4.5일제' 추진에 시동 주4.5일제 시행하면 직원도 기업도 만족? 워라밸 확보·생산성 증대 효과 임금 감소·업무 부담 가중 등 역효과 발생하기도, 충분한 계획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주4.5일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대전 중구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4.5일제를 재언급한 것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시간 연장(유연화)에 힘을 싣는 가운데, 정반대 노선의 정책을 내세우며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에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연근무제를 택한 대기업 및 스타트업 다수가 이미 주4일제, 주4.5일제 등을 택하고 있다. 직원의 스트레스 경감 및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삶과 일의 균형) 확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4.5일제가 오히려 직원의 업무 중압감을 가중하고, 인력이 부족한 생산 현장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주4.5일제' 앞세워 여당 견제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에 이미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에서 해당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5일 대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도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국민 삶 수준을 높이고 양이 아닌 질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겠다”며 재차 주4.5일제 추진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이 대표의 주장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연장근로 유연화' 정책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현 정부는 기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최대 주69시간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현행 주52시간제 유지를 바탕으로 한 '일부 업종·직종 대상 연장근로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4.5일제는 '인센티브제 도입'을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 61명은 지난 3월 '과로사 예방 및 근로시간 단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사업주 등이 근로기준법상의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국가·지자체가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주4.5일제는 정부·여당과의 정책 다툼에서 승기를 잡지 못한 민주당의 '반격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내세울 만한 파격적인 정책인 만큼, 야당 지도부는 차후 이를 활용해 정국 이슈를 선점하고 표심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주4.5일제 시행 현황
국내 일부 기업은 이미 주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먼저 SK그룹은 2020년부터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월 1~2회 금요일 휴무를 주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SK수펙스추구협의회 등 계열사는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휴무를 제공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미래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은 올해부터 4.5일 근무제가 가능한 탄력근무제를 공식 도입한 바 있다. 월~목요일 하루에 한 시간씩 추가 근무를 하고 금요일 퇴근 시간을 4시간 앞당겨 정오에 퇴근하거나, 4일간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 기업 가비아는 2017년 월 1회 '놀금'(노는 금요일)을 시범 시행한 뒤 2021년부터 4.5일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월요일 휴무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기업들도 있다. 여행·여가 플랫폼 기업 여기어때는 임직원들의 월요일 스트레스를 경감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는 주 4.5일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2015년 국내 최초로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게임 스타트업 엔돌핀커넥트는 지난해 게임업계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하며 월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한 바 있다.
주4.5일제를 경험한 구성원들은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평을 내놓는다. 업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관련 스트레스가 경감됐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워라밸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주4일제 시행 이후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고, 성과가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업무 시간이 줄어드니 오히려 직원들의 생산성이 증대됐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스트레스' 근무 시간 감축의 이면
하지만 주4.5일제 근무가 무조건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시간 단축으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근로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온라인 서식 제작 업체 폼스택(Formstack)은 2021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주4일제' 실험을 진행한 결과(급여 동일), 직원들의 생산성(13%)과 행복도(14%)가 증가함과 동시에 스트레스도 27%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시간 단축이 '역효과'를 낸 이유는 간단하다. 일하는 날은 닷새에서 나흘로 줄어들었으나, 업무량은 줄지 않아 되레 업무 강도가 세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무리하게 업무 시간을 단축할 경우 재택에서의 '연장 근무'가 강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탄탄한 계획 없이 주4.5일제를 실시하면 정책 취지와는 반대로 직원들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체 역시 곤란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현행 주 52시간제로도 14.5%의 사업주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야당의 주4.5일제 추진을 비판했다. 일률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해 근로 시간을 단축할 경우, 근로자 임금 감소 및 산업 현장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준비 없는 근로 시간 단축은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업계에서는 채용 확대, 복지 강화 등의 측면에서 주4.5일제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한해 관련 제도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