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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트리밍 플랫폼 겨냥한 이종호 과기부 장관, 가파른 가격 인상 지탄 티빙-웨이브 합병은 토종 OTT 경쟁력 강화 차원, 독과점은 나중 문제? '스트림플레이션 대장' 넷플릭스 대항마 꿈꾸는 티빙-웨이브 연합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구글과 넷플릭스의 일방적 요금 인상(스트림플레이션, 스트리밍+인플레이션)을 지탄했다. 이 장관은 18일 세종시 세종청사 인근 한 음식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송년기자간담회'에 참석, 해외 스트리밍 기업을 겨냥해 “(가격을 인상할 때) 이용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국민 디지털 물가 경감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웨이브-티빙 합병 건에 대해서는 독과점보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종호 장관 "유튜브·넷플릭스, 가격 인상 설명했어야"
유튜브는 최근 한국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월 구독료를 기존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인상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인상 폭은 자그마치 42.6%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12일부터 월 9,500원 1인 요금제인 베이식 요금제 신규 가입을 제한했다. 광고를 시청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시청하려는 이용자는 앞으로 월 1만3,500원의 스탠더드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사실상의 가격 인상 조치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지, 합당한 금액인지 설명하고 이해시켰으면 좋지 않았나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정부가 (가격 인상에 대해) 강제적으로 제재를 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이용자 편익이나 비용 증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가능한 이용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빅테크 기업들이 고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장관은 토종 OTT 시장 상황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국내 OTT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 장관은 “국내 OTT 업체가 열악한 현시점에서 독과점 생각보다는 경쟁력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합병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차후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독과점'은 토종 OTT의 생존 이후에 조치할 문제라는 판단이다.
손잡은 티빙-웨이브,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을까
실제 업계에서는 해외 OTT 플랫폼의 '스트림플레이션' 흐름을 틈타 토종 OTT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해외 기업의 가격 인상을 무조건 지탄하기보다, 해외 플랫폼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이 장관이 언급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토종 OTT 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할 얼마 안 되는 '활로'로 꼽힌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간 양사는 합병을 꾸준히 부인해 왔으나, 결국 지난 4일에 합병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독주가 이어면서 토종 OTT의 생존 위협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차후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국내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압도적 1위인 넷플릭스에 대항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티빙과 웨이브는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38%다. 티빙(18%)과 웨이브(14%)가 손을 잡을 경우 시장 점유율 32%를 확보, 넷플릭스를 바짝 따라잡을 수 있다. 이 장관이 양사 합병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의 뜻을 보인 가운데, 토종 OTT 시장의 재기를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