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발표
국토부 예산 35.5% 1분기에 집행
“경기 불확실성 커, 예산 부족으로 이어질 것”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조기집행 등 대대적인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최근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계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건설 업계 전반에 확산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대책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건설 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급자 도와 주택 공급 활성화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2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어 건설 산업 회복을 위한 대책을 포함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공급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택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해당 방안은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 확대 △신도시 등 공공주택 보급 △건설경기 활력 회복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가운데 건설경기 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자금조달 및 유동성 지원 △공공지원을 통한 민간 애로 해소 △사업장별 갈등 해소 지원 △건설사업 관련 리스크 완화 △건설투자 활성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정상 사업장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적 PF 보증 25조원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사업장별 애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PF 대출 대환보증을 신설한다. 무보증 고금리 PF 대출을 이용하는 사업장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발급해 저금리 PF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또 시행사와 대출기관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보증기관 상설협의체를 설립해 PF 관련 정보를 관련 단체에 제공한다.
단기 자금인 건설사 보증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보증 프로그램은 기존 3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하고, PF 대출 시 수반되는 건설사의 책임 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보증(3조원→6조원)과 비주택 PF 보증(3조원→4조원) 도입도 확대한다.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에 대한 특별융자는 3,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고 있는 민간 사업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성 검토와 매입을 거쳐 정상화에 나선다. 공공주택사업으로 전환해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안과 다른 시행사 및 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 중이다. 만약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의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재구조화를 추진한다.
올해 1분기 건설 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집행 관리 대상 예산 56조원의 35.5%에 해당하는 19조8,000억원 1부터 3월까지 집중 투자한다. 최근 5년간 1분기 투자 비율이 평균 30%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p 이상 확대된 셈이다. LH, 한국철도공사 등 5대 SOC 공공기관도 24조6,000억원으로 책정된 올해 투자금액을 상반기 집중 집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을 맡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주택을 잘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정 절벽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 커져
전문가들은 유동성 지원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예산 조기 집행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예산 조기 집행은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 침체 후 하반기 회복)가 예상될 때는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하반기 예산 부족과 경제 시스템 마비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부진한 집행도 문제지만, 무리한 신속 집행도 문제”라고 짚으며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면서 초유의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무리한 조기 지출은 곧 재정 절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정 조기 집행은 경기부양을 모색하는 동시에 불용액을 최소화하는 ‘도구’ 중 하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는 4월 10일 예정된 총선을 의식해 민심을 얻기 위한 무리한 경기 회복 방안을 내놨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말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 내놓는 건 총선용 감세정책”이라고 일갈했으며,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에 영향을 받는 경제정책은 땜질에 불과해 결국 다른 정책과 충돌하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