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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포함 시 '110.6%' 반면 정부 공식 통계 부채는 53.5%, 국민연금 보유 국공채 ‘내부거래’로 제외된 탓 이미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 세계 5위, ‘재정 준칙 법제화 추진’ 등 개혁 서둘러야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이 공적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할 경우 남미 개도국인 콜롬비아보다도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국공채 보유 금액이 일반정부부채(D2)에서 제외되면서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믿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세계 5위에 오를 만큼 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가부채가 빠르게 급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재정 준칙 도입 등 재정건전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진단과 해법’ 토론회, 국가부채 심각성 진단
18일 안철수·이상민 국민의힘 의원과 경제민주주의21, 연금연구회는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에서 '급증하는 부채의 진단과 해법'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역임했던 옥동석 인천대 교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 등 학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옥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간 D2를 비교할 때 공무원연금 등의 충당부채를 포함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등의 국공채 보유금액이 D2에서는 내부거래로 제외되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 부채 통계는 크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D1),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 부채(D2), 다시 D2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합친 공공부문 부채(D3)로 나뉜다. 통상 OECD가 발표하는 D2 비율은 공적연금 충당부채를 제외한 수치다.
옥 교수에 따르면 정부가 법적으로 적자를 보전해 주고 있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할 경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D2 비율은 2022년 기준 110.6%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밝힌 공식 부채 통계(53.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호주, 캐나다, 콜롬비아, 뉴질랜드, 스웨덴, 미국 등 사회보장제도로 간주되지 않는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 시 한국 정부 부채 수준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옥 교수는 “이들 6개국의 D2 비율은 호주 71.1%, 캐나다 112.8%, 콜롬비아 82.9%, 뉴질랜드 59.5%, 스웨덴 53.9%, 미국 144.4%로, 통계상으론 한국의 D2 비율이 이들 국가보다 낮지만,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한국은 비기축통화국가들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치인 50%를 준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에 나랏빚 더 빨리 늘어”, 구조적 개혁 시급
급증이 예상되는 미래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도 크게 늘고 있다. 일찍이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비율 증가 속도를 경고해 왔다. 2022년 발표된 IMF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중 오는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1위 미국(12.8%p)에 이어 벨기에(11.2%p), 핀란드(8.4%p), 프랑스(6.7%p) 순이며, 다음으로 한국(3.6%p)이 5위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 부채 규모가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은 이미 지난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향후 수년에 걸쳐 증가할 부채 부담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용등급이 강등되진 않았지만, 국가채무를 함부로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재정 준칙 법제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21년 기준 OECD 38개 국가 가운데 35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으며, 이 중 29개국은 이를 법제화까지 마쳤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역행하고 있단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강도의 지출 통제와 연금개혁 등 구조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을 역임했던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재정씀씀이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은 2060년경엔 GDP의 200%를 넘길 수 있다”며 “방만한 교육교부금 등 의무지출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실효성 강화, 연금개혁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 센터장도 “유럽은 수지준칙, 채무준칙, 지출준칙이 모두 재정수지를 개선시킨다. 이 중에서 수지준칙이 재정수지를 가장 크게 개선하고, 다음은 채무준칙과 지출준칙 순”이라며 “우리나라의 재정 및 경제 상황이 여타의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유럽 국가들과 유사한 점을 고려하면 재정 준칙 도입은 재정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