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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치 50%가량 웃돈 신규 가입자 광고형 저가 요금제 도입 효과 확인 킬러 콘텐츠 부재 속 시청 시간은 감소
세계 최대 OTT 기업 넷플릭스가 사상 최대 가입자 수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4분기 1,31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데 따른 결과로,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의 도입과 계정 공유 제한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가입자 수와 반비례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시청 시간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기대 이상 실적발표에 시간 외 거래 주가 급등
23일(현지 시각)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신규 유료가입자가 1,310만 명 증가해 전체 유료 가입자 수가 2억6,028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신규 유료가입자 수는 직전 분기(876만 명)와 비교해 49%가량 증가한 수준이며, 당초 월가의 전망치였던 800만~900만 명을 크게 상회하는 성적이다.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매출액은 88억3,000만 달러(약 11조8,348억원)를 기록해 예상치인 87억2,000만 달러(약 11조6,874억원)를 소폭 웃돌았고, 주당순이익은 2.11달러(약 2,800원)로 예상치 2.22달러(약 3,000원)에 미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당초 예상보다 우수한 실적에 올해 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22~23%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또 올해 1분기 주당순이익이 4.49달러로 예상된다고 밝혀 기존 예상치인 4.1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출시한 광고 요금제가 가입자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풀이했다. 기존 이용자는 그대로 고가 구독 모델을 유지하는 한편, 가격 문턱을 낮춘 저가 광고 요금제가 신규 가입자들을 대거 유인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는 콘텐츠 시청 직전 1~4분의 광고를 보는 대신 기존 최저가 요금제(베이식·월 9,500원)보다 4,000원 저렴한 월 5,500원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대부분을 시청할 수 있는 요금제다. 라이선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콘텐츠는 시청이 제한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광고 지원 요금제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지만, 소비자나 광고주들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요금제의 견고한 단위 경제성을 확인했다”며 “다양한 구독 모델이 점진적인 수익과 이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진행된 실적 발표로 넷플릭스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 이상 급등했다.
코미디 쇼-골프 이어 레슬링 생중계도 ‘10년’ 장기계약
광고 요금제 도입 외에도 넷플릭스의 수익성 개선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포착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계정 공유 제한, 스포츠 생중계 서비스 시작 등이 대표적 예다. 특히 인기 스포츠리그의 경우 한 시즌 내내 이용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최근 국내외 OTT 플랫폼들의 주목을 받는 분야다.
실제로 이날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 직전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프로레슬링 경기 중계권 확보 소식을 전하며 그동안 다큐멘터리 등에 국한됐던 스포츠 활용 분야를 생중계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중계를 위해 WWE 모기업인 TKO그룹과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의 10년 장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WWE 생중계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미국과 캐나다, 영국, 남미 등에서 이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구독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스탠드업 코미디 쇼와 골프 경기 등 일부 콘텐츠를 생중계한 바 있지만, 리그 장기 독점 계약은 WWE가 처음이다.
벨라 바하리아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책임자는 “넷플릭스와 WWE의 도달 범위, 추천 및 팬덤을 결합해 가입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다양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스포츠 관련 투자는 다소 제한적인 전망이다. 이날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프로레슬링은 일반 스포츠와 달리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이 외 스포츠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가입자 증가에도 콘텐츠 시청시간은 뒷걸음질
다양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한 넷플릭스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시청시간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 총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17%(70억 시간) 감소하며 갈수록 가입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매주 발표하는 글로벌 TOP10 차트의 순위 집계 방식을 기존 시청 시간 기준에서 시청 가수 수 기준으로 바꾸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시청 시간 감소가 계정 공유 금지, 콘텐츠 공급 제한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했다. 계정 공유를 금지하면서 계정당 사용자 수가 대폭 줄었고, 지난해 할리우드를 휩쓴 파업 여파에 콘텐츠 제작 및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는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시청 시간을 기록한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기묘한 이야기', '웬즈데이' 등이 후속 시즌 공개를 앞두고 있어 킬러 콘텐츠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