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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기업서 사내 예비군 부활, 민간기업도 신설 움직임 외부보단 '내부' 겨냥한 듯, "체제 불안정성과 연관 깊어" 인민무력부가 보여주는 중국 내부 위기, "거시적 의미 살펴야"
최근 중국 기업들이 사내 인민무력부(PAFD)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인민무력부는 마오쩌둥 국가주석 시대의 유산인 민병대와 유사한 예비군 부대다.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리자 내부 불안을 겨냥한 사내 예비군이 부활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중국서 '인민무력부' 등장, '민병대' 부활했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 시각) 자체 집계한 결과에 따라 "최근 몇 달 동안 수십 개의 중국 기업들이 사내에 인민무력부를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인민무력부 신설의 중심은 국영기업이다. FT에 따르면 현재 상하이 청터우 그룹, 우한시 도시건설투자개발그룹, 파워차이나(중국전건집단장비연구원)그룹, 우한메트로, 후이저우시의 수자원공사 및 교통투자그룹, 장쑤성의 하이안 도시건설투자그룹, 네이멍구 멍뉴그룹 등이 인민무력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민간기업들도 인민무력부 설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네이멍구자치구에 본사를 둔 유제품 대기업인 이리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리그룹은 지난해 말 민간기업 가운데선 처음으로 인민무력부를 설립했다.
이 같은 사내 인민무력부는 마오쩌둥 집권 시기의 민병대와 유사한 예비군 부대다. 민병대는 정규군인 인민해방군과 함께 군대 조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데, 마을 단위로 인민해방군의 신병 모집을 담당하거나 전시, 재난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동원되기도 했다. 덩샤오핑 집권기에 그 역할이 민방위 활동 등으로 대폭 축소된 이후 사실상 '마오쩌둥 시대의 유산'으로만 여겨졌지만, 중국의 국방개혁 움직임과 맞물리며 부활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 당국은 2022년 말부터 지역별 인민방공판공실(민방위 사무소)을 국방동원판공실로 대체해 왔는데, 이는 국가 안보 능력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해 10월 브리핑에서 "국유기업에 인민무력부를 설립하는 것은 국방 의무를 이행하고 국방 건설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 겨냥한 건 아닐 것, 지도부 우려가 주요 원인"
다만 인민무력부의 부활을 '외국을 겨냥한 군사 동원'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다. 지나친 비약이란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인민무력부는 오히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중국 내부적으로 사회·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외부보단 내부적 불안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단 의미다.
실제 중국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난 뒤로도 부동산 시장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내수 및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해 경제 회복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 등 지정학적 갈등에도 노출돼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티모시 히스는 "인민무력부대의 활성화는 국내 상황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징후"라면서 "중국 내 곳곳에서 설치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톱다운(상명하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리더십 불안과 관련이 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극한의 체제 불안이 인민무력부 부활이란 극단적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 "중국이 당면한 과제는 경제 회복이지만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정치적 통제와 당의 규율 강화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중앙 정부는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더 많은 강력한 부양책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경제 성장을 유일한 우선 과제로 삼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한 와중에도 시 주석 등 중국 지도자의 눈길은 체제 강화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이에 중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 의견이 다수 발생하면서 일각에서 체제 전복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모양새다. 인민무력부가 시사하는 거시적 의미를 잘 헤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