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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회피성' 고유계정 투자 '급증', VC '옥석 가리기'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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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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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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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계정 투자 증가세, "법규 위반 회피 목적 강해"
혹한기 아래 '개점휴업' VC 부쩍 늘어, "지난해만 45곳"
모태펀드 정부 책임론도 안개 속으로, "생존부터 챙겨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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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펀드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신생 VC(벤처캐피탈)가 부쩍 늘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 외부적 상황으로 벤처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신규 펀드를 조성하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사업을 포기하는 경향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태펀드 예산 감액에 따른 정부 책임론이 한창 들끓다가도 당장 생존이 불확실해지면서 정부에 대한 성화도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VC 고유계정 투자 증가 양상, 왜?

1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유계정(자기자본)으로 1건만 투자한 신생 VC는 11곳이다. △2019년 2곳 △2020년 5곳 △2021년 7곳 △2022년 9곳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신생 VC는 벤처투자회사 라이선스를 등록한 지 3년 이내인 곳을 의미하며, 고유계정 투자는 기관투자자(LP)의 자금이 아닌 VC의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VC의 주 업무는 LP의 출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것인데, 여기서 고유계정 투자를 활용할 경우 본인 돈으로 투자한 것이니 투자 손실에 대한 위험이 높은 대신 수익도 모두 VC가 가져갈 수 있다.

다만 고유계정 투자는 VC 입장에서 '일반적인' 방식의 투자는 아니다. 애초 VC는 운용하는 펀드가 있으면 고유계정을 통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펀드 투자(조합계정)와 고유계정을 통한 투자 간 이해충돌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VC업계 관계자는 "고유계정 투자를 하는 VC에 출자한 LP 입장에서는 좋은 거래는 고유계정에 담고 그렇지 않은 거래는 펀드에 담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고유계정 투자 현황을 보는 LP도 있는 만큼 업계 내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벤처 붐' 타고 날아든 VC들, 남은 건 '투자 압박'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 VC의 고유계정 투자가 늘어나는 건 중기부의 법규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등록 3년이 지나기 전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투자하지 않은 VC는 제재를 받는다. 시정명령을 받은 후에도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VC 라이선스는 말소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유동성이 메말라 VC의 펀드 결성이 어려워져 고유계정을 활용해 울며 겨자 먹는 식의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펀드 자금이 없으니 일단 자기 돈으로 1건이라도 투자해 제재를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규 펀드 결성은 물론 투자도 안 한 '개점휴업' 상태인 VC는 △2019년 15곳 △2020년 19곳 △2021년 30곳 △2022년 36곳 △2023년 45곳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벤처 붐'을 타고 생겨난 신생 VC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설립된 신생 VC 101개사 중 32개사는 결성한 벤처펀드가 없다. VC 투자 업무의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한 채 고사 직전에 몰린 VC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경영 위기에 빠진 VC도 부쩍 늘었다.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경영개선 요구를 받은 VC는 2020년 2개사, 2021년 4개사, 2022년 6개사, 2023년 8개사로 점점 늘어났다.

수년 전 만든 펀드 한두 개로 연명하는 투자사도 많다. 통상 회수 기간 동안 투자 관리 보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인건비 충당을 위해선 신규 펀드 결성이 꼭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니 기존 펀드로 버티기만 하는 셈이다. 펀드 버티기마저 요원한 VC들은 앞서 언급한 고유계정 투자로 눈을 돌린다. 소위 '좀비 VC'가 늘면서 고유계정 투자에 대한 압박도 덩달아 늘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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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는 생태계, VC '구조조정'의 신호탄?

일각에선 "제재 회피성 투자가 늘어나는 건 VC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옥석 가리기가 드디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 VC 대표는 "트랙레코드가 좋은 대형 VC도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신생 VC가 펀드 조성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며 "그동안 신생 VC들이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 고유계정을 활용했지만 최근엔 결국 펀드를 조성하지 못하고 라이센스를 반납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VC 라이선스를 반납한 허드슨헨지인베스트먼트, 심포니인베스트먼트, 실버레이크인베스트먼트, 서울경영파트너스, 이랜드벤처스 등은 펀드를 하나도 결성하지 못했다. 이들은 아예 투자 실적이 없거나 고유계정으로만 투자하다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시장에선 모태펀드 예산 급감과 관련한 정부 책임론의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벤처펀드 민간투자 전환 기조'를 이유로 모태펀드 예산을 대폭 감액했는데, 이로 인해 펀드 결성이 줄고 민간투자도 얼어붙었단 것이다. 실제 중기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결성 펀드는 370건, 결성 금액은 4조5,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 민간 부문 출자액은 3조9,297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 7조6,015억원 대비 48.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기부의 갑작스러운 모태펀드 대규모 예산 감액이 중소 규모 벤처사들의 투자 유치 어려움을 증폭시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VC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모태펀드 자금에 대한 여론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태펀드 출자 자금 문제를 넘어 펀드 결성 자체가 요원해지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과 정책적 실패 등이 겹겹이 쌓이며 VC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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