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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이민자 노동력, Fed 긴축 정책 유지할 범퍼 작용할 듯" 일자리와 실업률의 '정비례' 관계? 금리 인하 압박도 '여전' 좀체 안 잡히는 물가, 인플레이션 완화 지체에 신중론도
불법 이민자 문제가 미국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적 통화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범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값싼 노동력에 해당하는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고용 시장이 의도치 않은 활황세에 접어들며 미국 경제에 고금리를 버텨낼 만한 체력이 생겨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민자 수 증가, 고금리 버틸 체력 길러줄 것"
13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중도 성향의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웬디 에델버그와 타라 왓슨은 최근 논문을 발표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당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속 가능한 수준의 일자리 증가 폭은 월 6만~14만 개였다. 통상 일자리가 늘면 인플레이션이 자극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고용까지는 물가 상승 없이도 충분히 소화 가능했단 의미다. 그러나 지난해 이민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이 기준은 월 16만~23만 개까지 늘었다. 올해에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월 16만~2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이들은 전망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순이민자를 구성하는 집단 중 ‘기타 비이민자’의 수는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비이민자란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획득했거나 임시 비자를 소지한 경우가 아닌 임시 체류민을 뜻한다. 미국에 영원히 체류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경제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인구란 의미다. 망명 등 목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따낸 100만 명과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에서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가석방된 80만 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민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증가 폭도 부쩍 늘었다. 지난 2월 미국의 일자리 증가 폭은 전월 대비 27만5,000개로, 이는 시장 전망치인 19만8,000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29만 개, 지난 1월 22만9,000개에 이어 꾸준한 고용 강세가 보이면서 이민 인구의 증가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민 인구 증가 등 일련의 단계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0.1%p 높이고 소비지출액과 개인소득(물가상승률 조정치)을 각각 730억 달러, 760억 달러(약 100조원)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업체 프론트하버매크로리서치의 창립자 제러드 맥도널 또한 "잠재 GDP 증가율이 높아지고 고용 시장의 속도 제한이 더 높게 설정된다면 최근의 성장률과 고용 강세는 덜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업률 오히려 증가세? 값싼 노동력의 뒷면
다만 이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민 인구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오히려 앗아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미국의 실업률은 전월 대비 0.2%p 오른 3.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4%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초 고용 수치도 대폭 수정됐다.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는 35만3,000명에서 22만9,000명으로, 지난해 12월 수치도 기존 33만3,000명 증가에서 29만 명 증가로 4만3,000명가량 하향 조정됐다.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고용 강세가 이어지는 와중 반대급부 격으로 실업률이 오히려 늘면서 Fed 입장에서도 적잖은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통상 고용이 늘면 Fed가 긴축 재정을 지속할 개연성도 생기게 마련이나, 결국 비율적으로 실업률 상승이 가시화한 이상 금리 인하 압박은 덩달아 늘 수밖에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오는 6월 완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암시하고 나선 이유다.
그간 금리 인하를 거듭 유보한 바 있는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듭 피력했다. 파월 의장은 "긴축통화 정책의 경제활동 하방 압력 작용이 이어지면 연내 어느 시점에는 통화 정책을 되돌릴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내 금리를 인하하겠단 Fed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의 의중을 떠본 셈이다.
인플레이션 '잡힐 듯 말 듯', Fed 금리 인하 신중론 '여전'
한편 일각에선 결국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민자 증가, 고용 활황 및 실업률 증가 등 복잡한 셈법을 다 제하더라도 긴축 정책을 이어갈 개연성은 이미 충분하단 주장이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1%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CPI는 2월에 전년 대비 3.8% 올라 전월(3.9%) 상승률보다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이마저도 당초 예상치(3.7%)보단 높은 수준을 보였다.
CPI 양상은 지난해 11월(3.1%·전년 대비)과 12월(3.4%), 올해 1월(3.1%)을 거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식료품을 필두로 주택, 의료비, 자동차보험 등에서 물가 압력이 높아진 탓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 건 단순한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희망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앞서 파월 Fed 의장은 "물가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본격적인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물가 하락세가 정체된 현 상황에선 Fed의 금리 인하 신중론은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업률 상승 등 금리 인하 압박 소재가 이미 다수 산재해 있는 만큼 6월께엔 무난히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낙관론도 나오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의 재확산 속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은 배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