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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 D-day, 매각가 1조원 →5천억원에도 시장은 미지근
유력 후보로 꼽혔던 제주항공, 사업 시너지 부족과 자금 여력 문제로 후순위로 밀릴 듯
차순위 후보로 지목된 에어인천, 한투파와 컨소시엄 구성하며 자금력 문제 해결 '청신호'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이 D-day를 맞은 가운데 국내 유일의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이 막판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다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합도 치열한 만큼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인 UBS는 예정대로 이날 본입찰을 진행, 우선협상대상자와 차순위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의 선결 조건인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이 필수인 만큼 UBS로서는 이번에 반드시 인수자를 내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업계 관계자들은 제주항공이 인수여력 측면에서 앞서있다는 평가였으나, 최근 매각가가 3천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제주항공이 그보다 낮은 금액을 써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순위 후보 물망에 올랐던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매각가 하락에 힘입어 에어인천이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와 컨소시엄을 형성하면서 인수전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에어인천, 한투파와 컨소시엄 형성하며 1순위 후보로 급부상
현재 유력 인수 후보는 2012년 화물 전문 항공사로 출범, 국제 특송화물과 전자상거래 물량 운송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에어인천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아시아 지역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보잉 737-800SF 화물기 4대를 운영 중인 에어인천은 향후 화물기를 추가 도입, 중장거리 노선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에어인천의 모회사인 소시어스가 한투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자금력 부분을 보강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에어인천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와 더불어 중장거리 노선까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경영상의 시너지 측면에서 높은 가점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때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던 제주항공은 갑자기 커지는 화물 덩치와 자금 부분에서 적극성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특히 예상되는 매각가가 3천억원대로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와는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에어인천처럼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화물 운송을 해 왔던 제주항공이 장거리 화물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의 타당성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 유치 등을 통해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다. 5천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인 이스타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운송사업 면허도 확보했고, 에어프레미아는 대주주사인 AP홀딩스의 지원 아래 인수전에 힘을 붙이고 있다. 공통점은 양사 모두 화물 사업을 LCC의 새 성장 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스타항공은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항공 화물 운송 수요가 늘고 있다"며 "화물 사업을 제2의 성장축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화물 사업을 통해 국제선 운항 노하우를 축적하고,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화물 격납고·지상 조업사 빠지며 매각가 낮아졌지만 매력도 떨어져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에 화물 격납고와 지상 조업사 등 일부 핵심 인프라가 빠진 것에 주목한다. 이미 화물 전문 항공사로 자리매김한 에어인천이나 화물 운송을 담당해 왔던 제주항공의 경우에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는 국내 항공 화물 운송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로,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화물 격납고를 자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증했던 항공 화물 매출이 점차 정상화되는 중이라는 점도 매각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목된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의 화물 운송이 핵심인데, LCC 대부분이 장거리 노선이 없어 서비스 확대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차주 네트워크를 넘겨줘야만 화물 영업 이익이 나올 수 있는데, 경쟁사가 될 신규 인수사에 그런 정보를 넘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반적으로 인수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초 예상과 달리 매각예상 가액도 크게 떨어졌다. 예비입찰 중 실사 참여자들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기업가치는 약 5천억원으로, 이 중 이자부부채(은행 차입금 및 금융리스)는 약 1,500억원이다. 부채성 항목인 1,500억원을 제외한 3,500억원가량이 대한항공 측에 지불할 비용으로 추산된다. 사업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CC들이 추가로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원매자들은 최대 3천억원을 전망한다.
에어인천-한투파 컨소시엄, 사업 시너지에 자금력까지 보충
전반적인 사업 시너지에 대한 기대치가 내려가면서 이미 화물사업부를 보유해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덜한 에어인천과 제주항공에 관심이 쏠렸으나, 제주항공은 코로나 기간 동안 쌓은 부채가 5천억원 이상 남아있는 상태인 데다, 팬데믹 당시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기간산업안정기금도 다 갚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려면 채권자인 산업은행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높은 금액을 써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제주항공이 가장 낮은 2천억원 이하의 금액을 써낼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이에 반해 에어인천의 경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소시어스PE가 한투파 PE본부를 FI로 확보했다. 소시어스와 한투파PE가 공동운용(Co-GP) 펀드를 조성해 각각 출자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맡기로 했다. 한투파는 리업(Re-Up) 2호펀드와 혁신성장펀드 등에 남아 있는 드라이파우더(미투자자금)를 활용할 수 있다. 약 5천억원 규모로 알려진 고유 계정 중 일부와 함께 현재 조성 중인 새 블라인드 펀드도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간 에어인천은 사업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의 자금력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소시어스PE가 지난 3월 프로젝트 펀드 45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지만, 당시만 해도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가액이 부담이었던 만큼,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예비입찰 중 실사에서 예상가가 절반 규모로 크게 떨어진 데다, 경쟁사로 지목됐던 제주항공이 더 낮은 금액을 써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투파 측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높은 매각가에 인수금융단에 관심을 보였던 신한금융, KB금융 등이 빠져나가면서 한투파의 협상력이 높아진 것도 컨소시엄 형성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매각주관사인 UBS 측은 예비입찰을 거치면서 인수전 흥행이 주춤하자 본입찰 참여 저조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본입찰 참여자들에게 계약 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는 기술 유출 등이 우려되는 경우 등으로 제한적이나, 이번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건에는 UBS 측에서 본입찰 참여사들에게 계약 보증금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실제 현금 거래가 내년에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변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후 코로나19 사태 등의 이유로 결국 결정을 번복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매각 무산이 자연재해 탓이라는 이유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중인데, 지난해 1심에 이어 올 3월 2심 판결에서도 아시아나 측이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