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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조사, 응답자 60.6% "월급 줄어도 괜찮아"
포스코 격주 주4일제 도입, 삼성·SK 등도 부분 시행
“휴식권 보장되고 일·삶 균형 정착될 것”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주4일 근무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임금이 줄어도 주4일 근무제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직급별 선호도에 있어서는 임원급의 찬성률이 가장 낮았다. ‘월화수목일일일’ 주4일제 근무라는 직장인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직장인 86.7%, 주4일 근무제 '찬성'
27일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576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6.7%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직급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대리급(91.2%), 과장급(88.7%), 사원급(88%), 부장급(82%)은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80% 이상이었던 반면, 임원급은 65.3%로 다른 직급에 비해 낮았다.
주4일제가 긍정적인 이유는 ‘휴식권이 보장되고 일과 삶 균형이 정착될 수 있어서’(80.3%, 복수응답)가 1위였다. 이 밖에 ‘재충전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 같아서’(64.8%),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44.6%), ‘휴일이 늘어 내수 진작과 경제 성장이 기대돼서’(3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주4일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인들 중 60.6%는 임금이 줄어도 주4일 근무를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감내할 수 있는 임금 감소폭은 평균 7.7%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5~10%(41.4%), 1~5%(33.8%), 10~15%(15.9%), 15~20%(6.2%) 순이었다.
주4일제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이들(476명)은 ’임금이 삭감될 것 같아서‘(52.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은 이유로 꼽았다. ‘업무량은 줄지 않고 업무 강도만 높아질 것 같아서’(48.1%), ‘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성장이 둔화될 것 같아서’(36.1%), ‘시행 못하는 일부 업직종의 박탈감이 커서’(28.8%), ‘업무 감각과 생산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22.7%), ‘지출이 늘 것 같아서’(17.6%) 등이 이유였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4.7%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주4일제가 확산될 것으로 봤다. 가장 현실적인 주4일제 도입 방안으로는 ‘매달 월요일 2번 휴무 지정’(38.8%),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무조건 휴무’(32%),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이후 출근’(9.4%), ‘월말 전 80시간 이상 근무 시 마지막 주 금요일 휴무’(6.2%) 등을 들었다.
각국은 지금 '주4일제 실험' 한창
주4일제 실험은 글로벌 곳곳에서 이미 시작된 상태다. 가장 최근의 주4일제 관련 대규모 실험은 영국에서 진행됐다. 보스턴칼리지가 2022년 7월부터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했다. 각각의 개별 기업이 주4일제 관련 실험을 한 적은 많지만 61개의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실험에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4일제를 유지 중인 기업은 54개(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1개(51%)는 아예 영구적으로 주4일제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보스턴칼리지 보고서를 인용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리자와 최고경영자(CEO)의 82%는 직원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50%는 직원 이직률이 감소했고, 32%는 직원 채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절반 가까이(46%)는 생산성이 오히려 향상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주4일제를 도입해 생산성을 40% 끌어올렸다는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을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일본 정부도 주4일제를 장려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 2,500명을 대상으로 주 36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 후 현재는 전체 인구의 90%가 근무 시간을 단축했다. 독일, 호주, 스페인, 핀란드,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등도 특정 기업군을 일정 기간 동안 주4일 근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도 속속 등장하는 주4일제
국내에도 주4일제 도입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필수 근무시간을 채우면 매월 1회 주4일제가 가능토록 한 데 이어 포스코도 지난 1월부터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4일제’를 도입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상주 직원들이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업무 시간대를 정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1개월 이내의 단위 기간을 정해 주 평균 40시간 이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에 신설된 격주 주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기존의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더해 격주 금요일에 한해 하루 4시간의 필수 근무를 없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2주 단위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 시간을 채우면 격주로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이 경우 2주에 한 번 목요일 저녁 퇴근 후부터 일요일까지 연속으로 여행을 가는 등 개인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SK그룹도 201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요 관계사에서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주4일 근무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SK텔레콤은 매월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도 같은 이름으로 매달 1회 금요일에 재충전 기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8월 열린 그룹의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 2023' 행사에서 '일하는 방식 혁신'을 세션의 하나로 포함하고 유연근무제 실험 결과를 공유하는 등 구성원들의 행복감과 생산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근무제도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또는 유연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월∼목요일 30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몇 개월 전부터 시행 중이다. 본사가 인천 송도에 있다 보니 금요일에는 퇴근시간이 늦으면 귀가에 시간이 더 걸리는 특수성을 고려해 도입한 제도다.
SK에코플랜트 본사 직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한다. 퇴근시간대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해 도입한 제도로,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직원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계속 시행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시간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운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월 단위로 총 근무시간만 채우면 이용 가능하다. 현장 직원들은 월 2회에 한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는 '패밀리데이'를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