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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본격 뛰어든 화웨이
블루네트웍스와 손잡고 국내 최초 기술 개발에 돌입
中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국제표준 전환 작업도
화웨이가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전격 뛰어든다. 그동안 쌓아온 연구개발(R&D) 역량을 십분 활용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트렌드에 적합한 충전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화웨이, 한국 기업과 MOU 체결 후 '초고속 충전기' 개발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웨이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충전 솔루션 전문기업인 블루네트웍스와 고전압 파워모듈·초고속 파워뱅크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최초 '액체 냉각형 초고속 충전기'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다수 전기차 충전 시설은 공랭식 열관리 방식의 충전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공랭식 열관리 방식은 구조상 소음이 크고,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아 고장률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액체 냉각 방식은 소음이 적고 단기간 내 효과적인 열 발산이 가능해 운영비용 절감에 유리한 기술로 꼽힌다. 현재 블루네트웍스는 화웨이 액체 냉각형 초고속 충전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액체 냉각형 초고속 충전기 시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전기차별 충전 방식에 따라 중앙 집중식 또는 분산식 고전압 방식으로 자유롭게 전력을 분배할 수 있는 액체 냉각형 파워유닛의 장점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급속화·대용량화 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추세에 맞는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초고속 전기차 충전망 '중국 동맹' 출범, 5분 충전으로 200㎞ 주행 목표
화웨이가 충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부터다. 화웨이는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 산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4월에는 상하이국제모터쇼에 참여해 '완전 액체 냉각 초고속 충전 아키텍쳐'를 공개하고, 충전 인프라 건설을 위한 지속 가능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화웨이는 교통 전기화 추진을 위해 중국 현지에 최대 출력 전력 720kW, 최대 전류 600A를 지원하는 액체 냉각식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초당 약 1km의 충전 속도를 제공하는 충전소로, 해당 충전소는 모든 전기차 모델에 충전을 지원한다.
화웨이는 또 훙멍(Harmony)이라 불리는 자체 OS를 갖고 있는데 손잡은 완성차 회사 전기차에 이를 탑재하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개방하고 제조사들이 이에 기반한 제품을 출시하도록 한 전략처럼 전기차에 훙멍 탑재를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동시에 화웨이는 올해 5분 충전으로 200㎞를 주행할 수 있는 고효율·고전압 전기 구동 플랫폼인 ‘드라이브 원’을 개발해 양산에도 나선 상황이다.
화웨이는 고품질 충전 네트워크가 신에너지 자동차(NEV)의 보급을 가속화하고 자동차 산업 및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 파워 사업부는 올해 중국에만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기 10만 개를 설치하며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고속 차량 충전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파워 사업부는 초고속 충전을 기반으로 하는 고품질 충전 인프라 건설을 위해 고객과 파트너와의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이용자가 선호하고 전기차 그리드에 친화적인 '운영 효율이 높은 충전 네트워크 솔루션'을 구축할 방침이다.
테슬라와 표준화 경쟁 격화 전망
이런 가운데 화웨이는 자국 내 초고속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국제 표준'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이는 화웨이 주도로 결성된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 4월 화웨이는 베이징서 열린 국제 자동차 전시회에서 비야디(BYD)를 비롯한 10개 전기차 제조사와 전기차 충전 경험 향상을 위한 컨소시엄을 결성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는 현재 약 300만 개의 공공 EV 충전소가 있는데 일부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고속 충전기를 개발하고 설치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충전소의 일부에 불과하다. 화웨이 주도로 결성된 컨소시엄의 목표 중 하나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고속 충전소의 개발과 설치에 대한 고민 없이 전기차 제조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화웨이 산하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 ‘화웨이 디지털 파워 테크놀로지’는 초고속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표준 60~200kW 출력 대비 최대 2배 가까운 출력을 제공하는 360kW 및 48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웨이 디지털 파워 테크놀로는 최근 최대 600kW급 충전기의 자체 개발도 완료했다. 이는 테슬라의 가장 최신 슈퍼차저 V4(최대 615kW)와 동급에 해당하는 출력이다. 지난달 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만큼 당분간 충전 네트워크를 둘러싼 국제 표준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