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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부재 드러낸 美-EU 무역 협상” EU, 트럼프 압박 외교에 굴욕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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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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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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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복인가, 전략인가
‘차악의 선택’ 낳은 구조적 굴레
독일 車·프랑스 와인 등 EU 핵심산업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이 최근 EU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 협정을 타결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측은 이번 미·EU 간 새로운 무역 프레임워크를 외교적 성공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충격과 실망의 반응이 뒤따르는 분위기다. EU가 회원국 간 이견, 소극적 리더십, 30%에 달하는 미국발 보복관세 위협에 밀려 사실상 미국에 유리한 합의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타협’이 아닌 ‘항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열된 전략, 압박 외교에 무릎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EU는 무역 전쟁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압박 속에서 협상에 나섰지만, 출발점부터 약세였다. 지금껏 EU 회원국들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고수했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 보호에 사활을 걸었고, 프랑스는 농산물과 와인에 집중했으며, 중소국들은 전방위적 경기 충격을 우려했다.

이처럼 분열된 각국의 입장은 결국 값비싼 대가로 돌아왔다. CNN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다. 자동차, 기계, 와인, 제약 등 유럽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일제히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들은 관세율이 30%에서 15%로 낮춰졌음에도 마진 압박이 불가피해졌고, 프랑스 와인 산업은 아예 면제 혜택에서 배제되거나 적용이 연기됐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은 곧 유럽의 협상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EU 내부에서도 이번 합의가 미국의 일방적 30% 관세를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이 이번 협상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내 유럽 기업에 구조적 불이익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EU 주요국들, 굴욕적 무역 협정에 비판 쇄도

EU 각국의 반응도 냉랭하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자유로운 국민의 연합이, 자신들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뭉친 그 공동체가 결국 굴복한 날로, 참으로 암울한 날"이라고 맹비난했고, 독일 경제계는 '굴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일부 국가 정치권에서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협상 태도를 문제 삼았다. 단호한 대응 대신 수세적 자세로 일관하는 등 정치적 결단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를 두고 “트럼프가 우르줄라를 아침식사로 삼았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홍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EU 역내에서 무역 정책은 완전한 통합의 사각지대로, 회원국들은 각자 다른 이해관계와 국내 정치 변수에 얽매여 있다.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실질적 협상력을 지닌 국가는 거의 없으며,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은 미국 시장 접근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고율 관세라는 공동의 위협 앞에서도 EU는 단일한 전선조차 구축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처럼 조직화된 협상 구조가 있었다면 보다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EU는 ‘합의에 기반한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만큼 특정 국가의 양보는 곧 전체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는 곧 높은 원칙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고위험 협상 국면에서는 기민한 대응이 어렵다는 뜻이다.

단기적 안정 속 장기적 리스크

문제는 이번 합의가 단기적으로 무역질서의 불확실성은 해소했지만, 장기적으로는 EU에 구조적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우선 15%의 관세율은 30%보다는 낮지만, 트럼프 이전 평균인 1~2%와 비교하면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유럽의 가격 결정, 공급망 효율성, 시장 경쟁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주요 산업 분야의 면제 여부가 불투명하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와인, 주류, 제약, 농산물 등은 이번 협상에서 제외되거나 추후 논의로 이월됐다. 즉각적 충돌은 피했으나, 이 같은 모호성은 투자 계획이나 생산 전략에 예측 불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이번 협상은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접근 위협 방식은 향후 미국의 대외 전략에서 반복될 공산이 크다. EU뿐 아니라 다른 교역 파트너들 역시 미국의 압박에 밀려 졸속 합의로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 속 향후 수개월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발 무역 압박에 또다시 흔들릴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나 중견국 협력 등 새로운 축을 모색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민감한 위치에 있다. 자동차와 제약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추후 프레임워크에서 지속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권은 국민적 반발과 산업계 불만을 동시에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치적 레버리지를 점점 잃어가는 가운데, 지도부 교체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합의는 단순한 무역적 양보가 아닌, EU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느슨한 통합 구조, 제한된 협상력, 외교적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분열은 향후 EU의 전략적 방향성을 시험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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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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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