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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발자 광풍 시대의 종말, AI 인재 못 키운 정책 실패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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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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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수요 급감, AI 시대 전환 위한 인재가 없기 때문
개발자들을 AI 인재라고 키우는 정책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
기술 격차 심화로 사실상 추격 불가능한 시대 됐다는 해석도

최근 벤처기업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폐업한 곳들이 크게 늘어 경영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살아남아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대부분 개발자들을 내보내고 매출액을 내는 영업 부서만 최소한으로 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인도나 베트남에서 개발자를 채용해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때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개발자 바람이 푹 꺼진 것이다.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가 빠진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R&D(연구개발) 지원 축소가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R&D 카르텔 등을 지적하며 예산을 대폭 삭감한 탓에 정부 발주 프로젝트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많은 스타트업들이 잉여 인력이 돼버린 개발자들을 내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여전히 고급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과 대비해 본다면, 한국에서 개발자 수요가 줄어든 것은 실력이 뛰어난 초고급 개발자를 길러내지 못한 탓에 AI 산업의 선도 국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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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못 키운 정책 실패

지난 문재인 정권 동안 현장의 AI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불만이 컸다. 단순한 개발자 학원 6개월을 다닌 이들을 'AI 인재'라고 포장지만 바꿔 씌워 놨고, 회사에서는 그런 'AI 인재'들이 개발한 상품이라며 AWS, Azure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제공해 주는 AI 라이브러리만 끼워넣은 AI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AI 교육 전문가들은 수학, 통계학 등의 고급 대학원 학문을 교육시킨 A급 인재들을 양성해야 AI 시대에 후진국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을 반복적으로 내놨지만, 정부 공무원들은 보고서에 6개월 학원 출신들을 'AI 전문가'로 포장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개발자가 AI 전문가, 컴퓨터 공학 전공자면 무조건 AI 핵심 전문가라는 인식이 IT업계 전반을 지배했다.

그러다 생성형 AI로 언어, 음성, 이미지 등의 저잡음(Low-noise)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나온 상품을 베껴 붙이기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고, 기계설비, 사회과학 현장 등에서 나오는 고잡음(High-noise)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아예 발을 붙일 수도 없는 상황에 몰렸다. 핵심 인재를 길러낼 생각을 하지 않고, 보고서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공무원들의 안이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글로벌 AI 시장과 한국 시장의 격차

이미 글로벌 IT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폭넓게 쓰고 있다. 애플이 뒤늦게 오픈AI와 협업해 시리를 생성형 AI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미 소규모 업체들조차 내부 데이터를 이용해 생성형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를 내놓을 정도로 널리 퍼진 서비스가 됐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제작을 위한 완성형 플랫폼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워드프레스(WordPress)의 경우, 화면 구성을 지원하는 테마, 기능 추가를 돕는 플러그인 중 상당수는 사용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성형 AI로 처리하고 있다. 연 매출액 50억원 내외의 소형 기업들이 이미 생성형 AI로 소비자 대응 비용을 줄인 상황에서 애플의 시리 업그레이드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반면 한국은 IT업계 선두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에서 수천대의 H100만 구매했을 뿐, 워드프레스의 테마나 플러그인 회사들 수준의 생성형 AI 서비스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진 무료 알고리즘을 활용한다고 해도 '환각(Halluciation)'으로 알려진 오답을 내놓는 사건들을 제어하기 위해 데이터 전처리, 모델 변환 등의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한국 개발자 사회는 다른 서비스들을 갖고 와서 붙여넣을 줄만 알았지 내부를 뜯어고치는 경험이 부족했다. 또한 고급 수학이나 통계학 지식 없이는 함부로 모델을 뜯어고칠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국내 인력들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시행착오(Trial-and-error)를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천재 한 명이 10,000명을 먹여 살린다?

업계에는 똑똑한 천재 한 명이 10,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표현이 있다. 한국에도 뛰어난 AI 전문가들을 길러냈으면 테크 기업들이 개발자들을 AI 전문가라고 과대포장하는 사건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AI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기술력을 시장에 제공하기 위해서 10,000명의 개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서 구할 수 있는 AI 전문가들이 한국에는 거의 없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대학들에서 운영 중인 AI 대학원은 수학, 통계학 훈련 기반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들처럼 정부와 기업들 프로젝트만 진행하고, 선배들이 물려준 코드만 돌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일대의 한인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차피 한국에 귀국해봐야 지원해 줄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없다는 사실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한국 귀국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개발자와 AI 전문 인력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시장 수준이 낮기 때문에 생긴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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