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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자·가액 높은 다주택자 부과
상속세는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형태로 개편 검토
민주당 "세수 결손 대책 없이 부자 감세 부적절해"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징벌적 과세'라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세수 등을 고려해 초고가 1주택자와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부과하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종부세는 징벌적 과세, 원리 맞지 않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며 "종부세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시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면 폐지'할 경우 세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폐지'가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폐지란 일반적 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9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종부세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종부세는 부동산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징벌적 과세로 세금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양도소득세를 내고, 물건 가격에 맞게 재산세를 내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인데 과거 정부가 국세인 종부세를 만들어 부유세처럼 활용했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에 여소야대 정국, 실효성 지적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종부세를 폐지하면 재산세 등 또 다른 세금으로 같은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있어 결국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을 생각하면 종부세 폐지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데다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성 실장의 발언 이후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하는 꼴"이라고 비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임광현 의원도 "지난해 세수 펑크가 56조원이고, 올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64조원, 중앙정부 채무는 1,129조원"이라며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 정부의 부자 감세는 머지않아 서민 증세, 미래세대 증세라는 냉정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종부세를 그대로 두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종부세의 완전 폐지보다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일원화하되 누진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종부세를 사문화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종부세가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되는 데 따른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재산세에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상속세율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편 성 실장은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성 실장은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로 외국에 비해 매우 높다"며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감안해 30% 수준으로 낮추고, 그다음에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속세 체계는 높은 세율로 가업 승계에 상당한 문제를 주는데 여러 국가가 기업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을 더 안 하고 팔아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 이득세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도 자본 이득세로 전환하는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실제 세계 주요국에서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폐지를 검토 중이다. 최근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은 총선을 앞두고 상속세의 단계적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스웨덴은 2005년, 노르웨이·체코는 2014년에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다.